한마디로 충격과 공포였다. 이것은 마치 학교가 아닌 신흥종교와도 같았다. 아니, 신흥종교였다. 어떻게 이런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방송내내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에 빠져 있었다.


 '국제 학교'라고 이름붙여진 곳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아이들이 하나같이 부모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심지어 부모를 사탄, 마귀, 악령에 비유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 두 아이의 문제라면 그 아이 개인의 정신적인 문제라고 단정지을 수도 있겠지만 학생들 전부가 부모와 단절을 하려 하고 학교에 머무르려는 성향을 보였다는 것에 강한 의혹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배움과 가르침이 있는 곳, 학교. 그 곳에서 어떤 가르침이 있었기에 아이들이 부모를 마귀라 불렀던 것일까. 단순히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그곳에서는 벌어지고 있었음이 틀림없었다. 


 파주의 한 국제학교.
 졸업만 하면 미국 학력이 인증된다는 말에 학부모들은 한달에 12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아이들을 그곳에 입학 시켰다. 처음에는 좋았다. 아이들의 태도가 6개월만에 눈에 띄게 올바르고 모범적으로 변했던 것. 아이들은 부모에게 다,나,까의 어미를 사용한 경어를 썼고 성격도 온순해 진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날 부터 아이들은 집에 오려 하지를 않았고 부모와 전화통화 조차 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일이 계속되자 학부모들은 학교를 급습했고 그 곳에서 정체 불명의 일기를 발견하게 된다. 아이들이 쓴 그 일기에는 "부모의 뒤에 숨은 마귀를 보라" "세상은 악령이 가득하다"는 등의 이상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충격을 받은 부모들은 학교를 계속 추궁했지만 학교장의 말은 "아이들의 선택"이라는 것.


 학교장이 방송에서 밝힌 것은 아이들이 부모로 부터 학대를 당했고 자신이 오히려 엄마와 같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었다. 아이들도 하나같이 "엄마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아빠에게 구타를 당했다", "내가 낯선 사람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을 때도 보호해 주지 않았다"는 등의 충격적인 말을 쏟아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아이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던 학교는 칭찬 받아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점차 파고들어가자 학교장이 했던 만행이 밝혀졌다. 아이들을 야구 방망이로 구타하고 악령이 씌였다며 미국인 선교사를 추궁하는등의 공포심과 자신만이 아이들을 보호해 줄 수 있다는 경외심을 적절히 이용하여 아이들의 마음을 조정하고 있었던 것. 


 심지어 교장은 주일에는 목사 노릇까지 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예배에서 어린 아이들은 방언 기도와 통성기도를 하고 찬양을 하는 등, 종교적 의식까지 서슴치 않으며 교장의 꼭두각시가 되어갔던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곳은 미국 학력을 인증 받을 수 있는 학교조차 아니었다.
 부모들은 여러가지 정황을 알고 고소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부모와 골이 깊게 패여있었고 일부 아이들은 아예 학교에서 돌아오기를 거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것은 결국 그 곳에서 이루어진 세뇌와 교육의 결과였다. 세뇌된 아이들은 부모가 아닌, 교장이 자신들을 보호해 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고 부모와 허물어 질 수 없는 벽을 쌓았다. 부모들이 무릎꿇고 애원해도 아이들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고소로 인해 학교 간판은 내려졌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던 것이다. 


 갇혀있는 상황에서 힘없는 아이들은 교장의 권위에 너무도 쉽게 흔들렸다. 전교1등을 도맡아 했다던 아이도, 문제아도 상관없었다. 결국 한 사람의 '교주' 행세에 아이들은 마음대로 조종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교장은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 보내긴 했지만 아이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가 남았다.


 왜 이런 일이 생겨 버린 것일까?



 그것은 아이들이 부모와 제대로 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전교 1등을 강요받거나 어렸을 때 부터 조기유학으로 아이들을 떼어놓았던 부모, 아이들과 소통하려 하지 않았던 부모들은 결국 한 사람의 교주로 인해 아이와의 관계가 망가질 수 있는 연약한 부자모녀 관계를 형성하고 말았던 것이다.


 심리테스트에서 아이들은 여전히 가족이라는 이름의 부모에게 적개심을 드러냈다.
 아이들은 부모를 '적'으로 간주하고 자신과 소통하려 하지 않는 인물로 보고 있었다. 그것이 야구 방망이로 맞아가면서도 교장에게 지쳐 쓰러질 때까지 안마를 해 주면서도 그 곳에 머물러 있었던 주된 이유였다. 세뇌당한 그들도 부모가 애초에 모든 것을 터놓을 수 있는 역할을 해줬다면 좀 더 빨리 정신을 차리고 부모 곁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 세뇌가 풀리지 않은 것은 결국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은 아니었던 것.




 취재 과정에서 교장의 과거도 불우했음이 드러났다. 아버지와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했고 어렸을 때 부터 남의 집 더부살이를 했던 교장이 부모에 대한 적개심을 그런 식으로 표출했다는 분석이 나올 때는 분노하기 보다는 오히려 안타까움이 컸다. 모양만 다를 뿐 자신이 받은 학대를 아이들에게 똑같이 적용했던 것이다. 

 


 결국 학대는 학대를 낳는다.
 그 학대를 극복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학대속에 갇힌 어린 소녀가 결국은 또 다른 범죄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모두 평범했다. 그들을 키웠던 가정도 우리 눈으로 보기에는 평범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모들은 자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모른다. 사랑하고 지원해 주면 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다. 자녀가 진심으로 기대고 그 곳에 서서 자신을 구원해 줄 것이라고 믿게 만드는 표현과 행동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진짜 필요할 때 그곳에 없었던 부모들이 결국 이런 일을 만든 최초의 원인제공자가 아닐까.


 물론 힘들 수 있다. 부모들은 자신들이 최선을 다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과 올바른 방법으로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자신의 최선이 아이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을 기억하고 내 아이도 언제나 이런 일에 희생양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한다면 오늘 내 아이에게 공부하고 학원가라는 잔소리가 아니라 더 따듯하고 사랑스런 한 마디를 해야 할 것이다.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지금 아이의 모습을 만든 것은 부모의 책임이 70%이상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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