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던 모양이다. 결국 이효리가 " "우리 모두 하늘 아래 벌레…. 조금 잘 생긴 사람 조금 못 생긴 사람 조금 잘난 사람 조금 못난 사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말로 연인 이상순의 외모지적에 대응했다. 그간의 상처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연인 선언을 하면서 이효리가 짊어져야 할 짐은 한 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기자들에게 인터뷰때 마다 연인에 관한 질문에 시달려야하며 결별을 했다는 것도 공개적으로 밝혀질 것이고 이효리 뿐 아니라 이상순에게까지 쏟아지는 관심에 부담스러워야 하고 이효리라는 타이틀과 이미지가 실추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효리는 공개 연애를 택했다. 이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대중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대부분 "이효리 정도 되는 인물이 왜 이상순과 사귀느냐"는 반응을 보인 것.
솔직히 말해 이상순의 외모가 잘생겼다고 할 수는 없다. 백번 양보해서 호감형이라 하기도 약간 애매한 얼굴이라 할 수 있다. 이효리가 그동안 섹시스타로 군림해 온 시절을 생각하면, 아니 그 이전에 이효리가 핑클시절 받은 요정이라는 이미지서부터 생각해 봐도 이상순과의 결합은 의외의 측면이 있고 얼핏 잘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그것마저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효리는 이상순을 택했고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효리의 열애설에 비난이 쏟아진 것은 이상순의 외모 탓이기도 하지만 이상순이라는 인물이 이효리에 비견될 만큼 유명인이 아니었다는 사실 또한 작용했다. 롤러코스터로 음악성을 인정받은 전력이 있다지만 이상순은 대중에게 그리 친숙한 이름이 아니다. 외모도 안되고 인지도도 낮은 그런 인물이 이효리라는 대형 스타와 사귄다는 점에서 이 둘의 조합을 달갑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효리는 그런 반응이 있을 것임을 예상치 못할 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상순과의 공개 열애를 인정했다. 그것은 이효리가 그동안 쌓아왔던 것을 버리고서라도 선택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효리는 그동안 숱한 열애설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 중 하나도 사실이라고 인정한 것이 없었다. 그것을 사실이라고 인정했을 때 이효리와 상대측이 받는 충격이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효리에게는 열애설을 찾아내기 위한 파파라치까지 따라붙었다. 이효리와 애정행각을 벌인 남성도 있었지만 이효리는 끝내 사실이라 인정할 수 없었다.
만약 그 열애설이 사실이 아니라면 더 이상한 상황에 치달았음에도 이효리는 끝끝내 부인했다. 그것은 이효리 본인의 생각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상대방이 이효리와의 열애설을 인정했을 때 느끼는 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이효리는 30대 중반에 가까워져서야 첫 열애설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이효리가 그동안 쌓아올린 섹시스타라는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는 일이고 이제까지처럼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효리는 열애를 인정했다. 얼핏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사람과 말이다.
이효리의 이런 열애 인정은 비단 이효리만 연루되는 일이 아니다. 이효리와 목하 열애중인 이상순의 신상에도 영향을 끼치는 일이고 나아가 그 주변사람들에게도 여파를 줄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효리는 더욱 신중하게 이 일을 고민했을 것이다. 결국 이효리는 공개하는 쪽을 택했다. 그것은 이효리가 이제부터 취할 노선이 예전처럼 요정이나 섹시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외침이기도 하다. 아이돌이나 만인의 연인 컨셉을 버림으로써 이제부터 자신의 커리어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사실 언제까지고 이효리가 섹시스타일 수는 없다. 그동안 이효리는 가수로서의 재능보다는 퍼포먼스의 재능이 더 빛을 발한 케이스였고 그런 이효리가 만들어 내는 버프가 거품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효리를 좋아하는 대중들도 많았지만 이효리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들도 많았다. 더군다나 최근 앨범에서 터진 표절논란은 양심없는 행위로 까지 해석되었다. 그리고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나이도 이효리의 섹시가수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일이다. 이효리는 케이블 오프더 레코드에서 마돈나 뮤직비디오를 보며 "멋있긴 하지만 나는 저 나이까지 저렇게 하기는 싫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언제까지고 섹시스타로 남지는 않을 것임을 안 것이다.
이효리는 사회활동과 더불어 열애를 공개함으로써 자신이 이제까지 가진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벗어던지고 대중들에게 보다 편하고 친근하며 인간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그 전에도 예능 활동을 통해서 그런 노력을 해 왔지만 이번 결정은 아예 '스타'로서의 입지를 포기하는 측면이 있다. 예능에서의 활동은 변신의 매력을 주었다. 예능에서는 화장기 없는 털털한 모습으로 무대위에서는 카리스마넘치는 섹시한 모습으로 자신의 이중성을 드러내며 매력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열애의 인정은 이효리가 대중을 떠나 한 사람에게 속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신중한 선택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열애설 상대가 대중에게는 낯선 이상순이라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 여파는 거셌다.
이효리는 그동안 잘생긴 사람도 만나봤을 것이고 돈이 많은 사람도 만나봤을 것이다. 연예계에 있으면서 최고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봤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상순이라는 인물을 선택했고 그를 공개했다. 그동안 숱한 열애설에도 공개한번 하지 않았던 이효리가 이런 결심을 한 것은 이효리의 이미지와 정체성, 그리고 이효리 자신의 심경의 변화도 한 몫을 했겠지만 그만큼 이상순이라는 인물이 믿을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효리가 그동안 그가 보여준 모습을 의지할 수 있었기에 모든 여파를 다 감당할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효리의 멘트만 보더라도 "잘나고 못난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이라는 기준이 사실 개인적인 것이고 가죽 껍데기에 불과한 외모가 얼마나 허무한 일인지 이효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효리는 그동안 연예계에 십수년간 몸담으면서 희열의 시간도 보냈겠지만 인고와 고통의 시간도 보냈다. 이효리는 그 자신의 케이블 다큐격인 '오프 더 레코드'에 출연해서 흔히 알고 있는 털털한 모습과는 다르게 악플과 왜곡 기사에 눈물 흘리고 상처 받으며 다소 까칠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스스로 "365일 옷을 챙겨 입는 것이 스트레스"라는 말까지 했다. 5분안에 끝나는 무대의 화려함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대중들의 시선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것인지 느끼게 해 주었다.
물론 이효리가 얻는 인기나 수익만큼 이효리가 감당해야 할 부분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스타로서의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화려한 것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효리는 이제 화려함 보다는 화려함 뒤에 숨은 믿음직한 모습과 따듯함을 선택하려 한다. 그동안 인정하고 싶어도 인정할 수 없었던 열애설 뒤에서 상처입은 자신의 모습에 반항을 하듯, 열애설마저 인정했다. 물론 이것은 또다른 상처가 되었다. 그의 상대방에게 그리고 그 자신에게 쏟아진 악플들을 감당해야 했으니 말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귀는데는 누가 아깝고 누가 더 낫고의 문제를 들이대서는 안된다. 그런 개인적인 생각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상으로 남겨두고 적어도 두 사람을 상처입히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효리와도 친하지 않고 이상순이라는 사람도 잘 모른다. 다만 이건 알 수 있다. 이효리가 열애를 공개할 만큼, 외모를 포기할 만큼 이상순이라는 인물이 이효리에게는 엄청난 매력을 가진 사람이란 것을. 우리에게 매력적인 사람이 아니다 하여 그 잣대를 이효리가 똑같이 가지라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참견이고 이기심이다. 모르는 부분을 한마디로 단언할 수 없다. 그들이 사귀는 행동이 잘못된 것이기라도 한냥 개인적인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된다.
오히려 이효리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아주 멋있는 일이다. 떳떳하게 자신이 사귀는 사람을 공개하고 자신이 가진사람을 위해 한마디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대단한 것이다. 더군다나 이효리 정도의 위치에 있던 사람으로서는 더욱 이 일이 힘들 수 있었음에도 이효리는 자신이 과시하거나 자랑하기 위한 사랑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모두 아니라고 하는 사랑을 택했다. 이것은 진정한 사람을 볼 줄 아는 일이다. 겉 포장에 흔들려 속을 들여다 보지 못하는 것이 훨씬 더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이제 이효리의 열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거두고 조금쯤은 그들을 축하 해 줄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어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들의 사랑을 축복하고 축하하고 또 아름답게 봐 줄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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