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속속 각 방송사 대상 후보들이 등장하고 있다.


연말 시상식 중 가장 먼저 시작되는 KBS 연예대상은 이경규, 신동엽, 유재석, 김병만, 이승기가 각축을 벌일 전망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전통적인 'KBS맨' 이수근이 대상 후보 명단에 빠져있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일까.

 


KBS 공채 개그맨으로 방송활동을 시작한 이수근은 전통적으로 'KBS맨'으로 분류 될 만큼 KBS와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다. KBS 예능 PD들이 "이수근은 KBS 직원"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이수근과 KBS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친분에도 불구하고 이수근은 2011년 KBS 연예대상 후보 명단에서 제외됐다. 다소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사실 KBS가 공식적으로 연예대상 후보 명단을 발표하기 전까지 올해 연예대상은 김병만-이수근-이승기의 삼파전으로 예상됐다. 특히 4년 연속 대상 후보에 오르며 강력한 대상 수상자로 주목받고 있는 김병만과 올해 KBS에서만 4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방송사에 압도적인 공헌을 했던 이수근의 '절친대결'은 KBS 연예대상을 관전하는 또 다른 흥행 포인트기도 했다.


허나 이수근이 허무하게 대상 후보에서 탈락되면서 절친 대결은 고사하고, 후보 선정과 관련해 공정성 시비만이 불고 있는 상황이다. 올 한해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남자의 자격] 이경규는 후보에 오른반면, KBS에 올인하다시피 한 이수근이 탈락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것이다. 프로그램 출연 개수, 방송 공헌도를 따져봤을 때 이수근이 대상 후보에서 탈락할 이유가 없다.


이수근은 올 한해 KBS 간판 예능인 [1박 2일]을 필두로 [승승장구][청춘불패2][개그콘서트] 등 4~5개의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며 동분서주했다.  후보에 오른 여타 MC들에 비해 최소 2배, 많게는 3~4배 정도 차이가 날 정도로 많은 프로그램에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과언이 아니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KBS에는 이수근만 보인다 할 정도로 그의 활약은 대단했던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활약에도 불구하고 이수근이 '대상후보'의 문턱조차 밟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연예대상 후보가 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프로그램 내에서 '2인자'로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KBS 예능국으로선 한 해의 마무리 격인 '연예대상'을 2인자 이미지를 갖고 있는 예능인에게 돌리는 것은 꺼림칙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소한 프로그램 내에서 묵직한 무게감과 존재감을 갖춘 예능인으로 후보군을 형성하는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 이수근은 많은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성과는 그리 크지 못했다. [승승장구]에서는 '메인MC' 김승우와 보조를 맞춰 감초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고, 최근에는 새로 투입된 탁재훈과 롤이 겹치면서 내부적으로 파열음을 자아내고 있다. 게다가 시청률 또한 여전히 한 자릿수를 맴돌고 있어 흥행성 면에서도 좋은 상황이 아니다. '2인자'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청률 문제마저 떠 안고 있단 이야기다.


이건 최근 론칭한 [청춘불패2]도 마찬가지다. [청춘불패]를 새롭게 새단장 해 야심차게 출범한 [청춘불패2]는 강력한 경쟁작인 MBC [세바퀴]에 더블스코어 차로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KBS 예능국에서 조기종영 소리가 나올 정도로 빨간 불이 켜진데다가 MC 역할을 맡고 있는 이수근 역시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하고 있다. [청춘불패]로도 대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긴 힘든 상황인 셈이다.


그렇다면 그에게 남은 한가지 프로그램은 [1박 2일]이다. 실상 이수근이 대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 위해선 [1박 2일] 간판만큼 무게감 있는 성질의 것도 드물다. 강호동 하차 이후에도 시청률은 여전히 20% 중반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프로그램의 원년 멤버로서 지난 5년간 최고의 활약을 펼친 공헌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강호동이 하차하는 시점에 다수의 방송 관계자들은 [1박 2일]이 '이수근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 예상했다. 강호동 체제 하에서 '강호동의 적자'로 평가받을만큼 포스트 강호동 이미지가 강한데다가 지난 5년간 프로그램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해 온 이수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강호동 없는 [1박 2일]의 새주인은 이수근이 아닌 이승기였던 것이다. 이승기는 강호동을 대신해 상황을 조율하고, 대부분의 진행 멘트를 소화하는 등 실질적으로 [1박 2일]의 메인 MC 자격을 부여받았다. 연출을 맡고 있는 나영석 PD조차 "이승기가 중심에서 조율하고 정리한다면, 이수근을 비롯한 나머지 멤버들이 재미를 창출하는 식"이라고 평할 정도였다.


강호동이 있을 때나, 강호동이 없을 때나 '변함없이' 2인자 역할을 고수하며 감초 역할을 수행했던 이수근은 안타깝지만 [1박 2일]을 둘러싼 주전 경쟁에서 이승기에게 처참하게 밀리고야 말았다. 한 프로그램에서 한 명의 대상 후보만을 선출한다는 KBS 예능국의 방침상 [1박 2일]에서 골라내야 할 대상후보는 이수근이 아니라 이승기였던 셈이다.


결국 모든 프로그램에서 '메인 MC'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던 이수근은 대상 후보로 이름을 올릴 수 없는 운명이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1인자가 되지 못한 2인자에게 '연예대상'이라는 큰 상을 돌릴 방송사는 그 어디에도 없다. 올 한해 이수근의 활약상과 방송 공헌도는 박수쳐 줄만 하지만 '결정적 한방'이 부족했다는 건 그로서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다.


결국 이수근이 의도치 않게 '낙마'하면서 KBS 연예대상은 김병만이 앞서가고 있는 가운데 이승기가 치열하게 뒤쫓아가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그들의 치열한 접전을 지켜보며 이수근은 아마 씁쓸한 입맛을 다실 수 밖엔 없을 것이다. 허나 기회가 올해 한 번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년에 존재감을 더욱 확고히 하고, 올해 약점으로 지적된 부분을 잘 보완해 나간다면 이수근에게도 분명 '대상'의 영예가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수근의 예능 멘토인 강호동이 그에게 항상 했던 말이 있다. "거친 파도는 노련한 뱃사공을 만든다". 그가 이번 대상 탈락을 기점으로 더더욱 성숙하고 재미있는 예능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2012년, 이수근의 비약적 발전을 기대한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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