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가 한국에서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기사는 비단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물론 어느정도는 과장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소녀시대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만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소녀시대가 드디어 미 공중파에 출연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직 언론이 이야기 하는 것 처럼 '열광'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그것이 어떤 계기로든지 한국 가수로서 미국의 유명 토크쇼인 레터맨 쇼 등에 출연했다는 것은 굉장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한국 가수나 배우가 미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성공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SM측이 소녀시대를 위해 가장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국내에서 가장 비주얼이 뛰어난 그룹으로 평가 받는 그들이기에 드라마 출연 역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대중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는 윤아는 벌써 두 편의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았고 이어 제시카, 수영, 유리도 드라마에 그 모습을 드러냈거나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다. 그중 제시카는 현재 [난폭한 로맨스]에 출연하며 소녀시대로서만이 아니라 연기자로서 한걸음 도약하려는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하지만 제시카의 드라마 출연, 그녀에게 과연 이득이 되는 일이었을까.
제시카는 소녀시대내에서 가장 '관리를 하는 것 같은' 멤버다. 자신의 모습에서 흐트러짐을 발견하는 것을 용납못하는 듯 한 그녀의 모습은 '왼시카'라는 별명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왼쪽과 오른쪽의 얼굴이 상당히 차이가 나게 생긴 탓에 붙여진 별명이지만 그만큼 제시카가 강박관념이 느껴질 만큼 상대적으로 더 예쁜 왼쪽 얼굴만을 보여주려 한 탓에 붙여진 별명이기도 하다.
한 스타일리스트 역시 다른 멤버들에 비해서 드레스라든가 헤어 메이크업에 제시카의 요구가 가장 많다는 이야기를 꺼냈고 소녀시대 멤버들도 화장실을 가장 오래 쓰는 멤버로 제시카를 지목할 정도니 제시카가 자신이 대중에게 보여지는 모습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알만한 일이다.
물론 이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연예인으로서 자신이 대중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하는 점을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좋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제시카가 드라마 출연을 하면서 보이고 있는 모습은 제시카의 이런 면을 그다지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게 만든다.
가수 활동과 배우로서의 활동은 기본적으로 그 궤를 달리 한다. 가수는 4분여의 무대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노래를 부르지만 배우는 1시간 가량 얼굴의 단점이 그대로 노출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제시카가 그토록 보여주고 싶어했던 왼쪽 얼굴 뿐 아니라 오른쪽 얼굴까지 보여주어야 하며 상대적으로 약한 조명에 얼굴의 단점이 드러나는 부분을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제시카의 얼굴이 TV형보다는 가수형에 적합하다는 점이다. 4분여에서 보여지는 제시카의 모습은 시크해 보이고 예뻐 보이지만 얼굴이 전면적으로 드러나는 드라마에서 제시카의 모습은 상당히 이질적이다. 더군다나 문제인 것은 제시카의 연기력에 있다. 망가짐을 두려워 하지 않는 이시영의 연기에 비해서 제시카의 연기는 차마 눈뜨고 보고 있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때도 있다.
물론 처음이기 때문에 감안해야 하는 점도 있지만 처음부터 이런 비중있는 역할을 맡았다면 그만큼의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 최소한 시청자들의 눈에 제시카가 인정받을 부분이 하나라도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시카는 외모적으로나 연기적으로나 어느 한 구석 만족시키지 못하며 '소녀시대'이기에 이 역할을 획득할 수 있었음을 증명하고야 말았다.
제시카가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은 엄청난 마이너스다. 그동안 소녀시대로 쌓아놓은 많은 장점들이 희석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홉 명의 소녀 안에 있을 때 빛나던 제시카는 지금 너무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제시카의 골수 팬들은 이마저도 사랑할 수 있겠지만 좀 더 대중적인 인기를 위해서는 제시카의 이런 모습이 노출 되지 않는 편이 더 나은 판단이었다.
윤아조차 무대에서 보여지는 얼굴과 드라마에 나오는 얼굴이 다르다. 뭔가 가수로서 보여주었던 그 완벽하리만치 견고한 얼굴이 TV드라마에서는 무너지고야 마는 것이다. 그런 단점을 감수하고도 자신이 연기자로서의 재능이나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연기자로서의 다음 기회가 주어지기는 힘든 일이다.
단지 소녀시대이기 때문에 너무도 쉽게 드라마에 출연하고 너무도 쉽게 연기하는 행태는 시청자들에게 곱게만 보일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매력을 펼치기 위해 '소녀시대'라는 타이틀을 이용하는 것은 괜찮지만 소녀시대이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단점까지 모두에게서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하는 것이 좋다.
아이돌가수들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레터멘 쇼에 출연하고 화려한 길을 걷는 소녀시대의 제시카 보다 연기하는 제시카가 예뻐보이지는 않는다. 자신이 가진 것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길을 걷는 걸을 때는 그만큼의 심사숙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제시카는 보여주고 있다. 나중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지금 제시카는 소녀시대 안에서 훨씬 더 빛나보인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편이 나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