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각 당의 공천이 대부분 마무리 된데다가 야권여대, 보수의 합종연횡 등으로 인해 정국은 이미 총선모드로 돌입한 모양새다.


이 와중에 연기자 최란이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신청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허나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왜 그녀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일까.


우리에게 배우이자 농구선수 이충희의 부인으로 잘 알려진 최란은 지속적인 봉사활동과 사회 나눔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스타다. 그녀는 잡지 '가온누리'를 발간해 전국 소외계층에게 무료 배포하는 한편 대한민국 서울문화예술협회 이사장으로서 매년 소년소녀가장, 문화소외계층 아동, 다문화 가정, 장애인 단체 등 문화 소외계층을 초청해 범국민 문화나눔 축제도 개최하고 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에는 대한민국 나눔대상 국가 인권위원회 위원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란은 "나눔은 단지 물질만이 아니라 누구나 마음만 조금 열면 쉽게 생활에서 할 수 있는 행복한 일" 이라고 강조하며 봉사를 실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스타로서 가지고 있는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씨를 전파하는 그녀의 모습은 분명 박수 받아 마땅한 행동이다. 내 것만 챙기고, 내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삭막한 시대에 내가 가진 걸 베풀 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런 그녀가 이번 총선을 맞이하여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 비례대표 신청을 했다. 최란이 비례대표를 신청하자 새누리당 측에서는 높은 인지도와 봉사정신이 고평가 되며, 새누리당이 선호하는 쇄신적 이미지에 부합하는 참신한 인물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다음 주 공천자 명단에서 최란의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헌데 대중의 반응은 '썰렁'하다 못해 '싸늘'하기까지 하다. 비례대표 신청을 둘러싸고 비난의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란이 지금껏 보여준 활동상과 별개로 그녀의 정치입문에는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건 아마 최란도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아닐까 싶다. 연예인들의 정치 입문이 하루 이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녀가 비례대표 신청만으로도 비난의 화살을 받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정치입문의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는데 있다. 최란은 봉사와 나눔을 지속적으로 실천했던 인물이다. 봉사와 나눔은 그 자체로 숭고한 뜻을 가지고 있는 행위다. 다른 가치가 끼어들면 원래의 취지가 흐트러진다. 그런데 최란이 그간의 봉사활동을 경력 삼아 비례대표에 신청함으로써 그녀가 여태껏 해온 봉사와 나눔이 국회에 입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봉사 활동의 공로고 인정되어 국회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국회에 들어가기 위해 봉사 활동을 한, 말 그대로 '본말 전도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게다가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면 지금까지 해 온 활발한 봉사활동은 어느 정도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회의원이 봉사와 나눔만 실천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최란은 스타로 머물러 있을 때 더 광범위하면서도 전폭적인 봉사활동을 실행할 수 있다. 그런 그녀가 왜 굳이 국회의원이 되려 하는 것일까. 그 이유가 탐탁지 않다. 개인적인 명예욕과 영달 때문이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이 타당하게 들리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최란이 추구하는 방향과 새누리당이 나가는 방향이 전혀 맞지 않는다는데 있다. 새누리당이 총선 정국을 맞이하여 서민이니 복지니 운운하곤 있지만 근본적으로 새누리당은 기득권 계층을 옹호하는 보수수구 정당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4대강 같은 토목건축 사업에는 몇 조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아이들 무상급식에는 나라가 뒤집어 질 것처럼 수선을 떠는 것이 바로 새누리당의 본질이다. 이런 새누리당에 들어가 최란이 소외 계층에 대한 복지를 논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물론 무상급식을 반대한 건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다. 최란으로선 한나라당이 아니라 새롭게 탈바꿈한 새누리당에 신청한 것이라 항변하고 싶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도 그대로고, 시스템도 그대로인데 당명만 바꿨다고 그 본질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다. 게다가 지금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근혜는 "오세훈 시장의 단계적 무상급식을 지지한다"던 당시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아낌없이 지원한 인물이다. 최란이 '이런' 대표가 진두지휘하는 '이런' 정당에 들어가서 봉사와 나눔을 설파할 수 있을까? 택도 없는 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란이 새누리당을 선택한 이유는 오직 하나다. 바로 그녀의 출생지가 경북 김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박근혜가 사랑하고 존경해 마지않는 바로 그 곳, TK 출신이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에서 그녀의 TK 출신 이력은 막강한 파워를 발휘할 것이다. 당의 정체성이나 방향성은 생각하지 않고 지역적 연고를 이유로 비례대표를 신청한 최란의 모습은 망국적인 지역병을 또 한 번 떠올리게 하는 슬픈 현실이다.


이처럼 최란의 비례대표 신청은 그 과정과 이유가 모두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 봉사와 나눔이란 숭고한 활동을 자기 이력으로 내세워 개인적 영달을 추구했다는 의혹의 눈길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하게 되어 버린 셈이다. 진정성을 발견하기 힘든 그녀의 국회 진출에 대중이 싸늘한 반응을 내비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왜 그녀가 10년간 쌓아올린 공든 탑을 이렇게 무너뜨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허나 어쩌겠는가.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최란은 비례대표 신청을 했고, 별다른 문제가 없는 한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국회에 무난히 입성할 것이다. 다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라는 것은 최란이 새누리당에 들어가더라도 그동안 보여줬던 봉사와 나눔의 정신을 잃지 말고 깨끗하면서도 따뜻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 그래서 4년 뒤 "최란이 참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국회 입성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 그녀의 어깨 위에 더욱 막중한 무게의 짐이 얹어지게 되었다는 것을 최란이 잊지 말길 바란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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