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KBS 주말극의 자존심을 톡톡히 세워주고 있다.


방송 첫 회 부터 30%대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넝굴당]은 박지은 작가의 센스있는 필력과 김남주의 호연에 힘입어 흔들림 없이 순항하고 있다.


특히 '둘째 며느리' 방숙희 역의 나영희가 윤여정의 아들찾기를 철저히 방해함으로써 갈등 역시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넝굴당] 스토리의 가장 큰 줄기는 역시 윤여정의 '아들찾기'에 있다. 바로 앞 집에 사는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사기꾼에게 사기를 당하고, 잃어버린 아들 때문에 한 시도 편할 날 없는 윤여정과 그 가족들의 모습이 묘한 긴장감과 함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직 고부관계인지 모르는 윤여정과 김남주가 티격 태격하며 오해와 갈등을 겪는 상황 역시 상당히 흥미롭다. 전형적인 홈 드라마의 관계를 한 번 꼬아내면서 스토리는 풍성해지고, 캐릭터 역시 살아나고 있는 셈이다.


이 와중에 윤여정의 '아들찾기'를 철저하게 방해하는 인물이 하나 있다. 바로 강부자의 둘째 며느리이자 윤여정의 동서인 '방숙희' 나영희다. 사실 나영희는 윤여정의 아들찾기를 방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시어머니인 강부자가 잃어버린 손자 때문에 평생을 속 태우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윤여정이 그 때문에 더욱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 역시 눈치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며느리로서, 동서로서, 또한 숙모로서 윤여정 가족의 아들찾기 프로젝트를 방해하는 건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나영희의 악행은 가차없이 실행되고 있다. 우연한 계기로 유준상이 윤여정의 친아들이란 사실을 알게 된 나영희는 어떻게든 유준상과 윤여정을 떼어 놓으려고 벼라별 수를 다 쓰고 있다. 우선 유준상의 어린시절 사진을 갈기갈기 찢어 증거를 없앤데다가 김남주를 '미국유학' 으로 꼬셔 유준상-김남주 부부를 미국으로 보내려 기를 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서에 찾아가 아들찾기의 기초 자료가 되는 윤여정 부부의 DNA 기록 등 각종 신상기록까지 지우고 있다. 아무리 양보해도 상식 밖의 행동이라고 밖엔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나영희는 이런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세가지로 추론해 볼 수 있다.


첫번째는 그녀에게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자식 컴플렉스'다. 나영희는 사회적 평가기준으로 봤을 때 대단히 성공한 축에 드는 여성이다. 학벌, 인맥, 재산 모두 탑 클래스에 들 정도고, 평소에도 각종 문화생활을 즐길 정도로 엘리트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식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자격지심을 느끼고 있다. 겉으로 내색하고 있지는 않지만 유준상까지 포함해 네 명의 자식을 두고 있는 윤여정에 대한 묘한 질투심과 열등감마저 갖고 있는 것이다.


지금 현재 나영희가 위안 삼을 수 있는 단 한가지는 강부자와 윤여정이 애지중지 했던 '아들' 유준상이 실종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윤여정은 평생 강부자의 눈총을 받아야 했고, 말없이 속앓이를 해야 했다. 윤여정에게 열등감을 갖고 있는 나영희로선 차라리 유준상을 찾지 않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너무나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윤여정의 불행을 목도하며 자식없는 자신을 '위로'하는 듯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두번째는 나영희가 어린시절 유준상의 실종에 '어떤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아직 다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유준상이 시장 바닥에서 홀로 길을 헤메다 실종까지 되는데 나영희의 적극적인 가담 혹은 방조가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영희가 이토록 유준상과 윤여정 사이를 갈라 놓기 위해 기를 쓸 이유가 없다. 특히 시장에서 길을 잃은 유준상이 고아원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을 추론해 볼 때 나영희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상황은 두가지로 추론 가능하다. 하나는 윤여정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던 나영희가 우발적으로 유준상을 꾀어내 찾아올 수 없는 먼 곳에 버리고 왔다는 것, 또 하나는 길을 잃고 시장바닥을 헤메던 유준상을 보고도 못 본체 해 유준상의 실종을 방조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됐든 가족의 입장으로서, 숙모의 입장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고 법적-도덕적 책임 역시 상당한 것이 사실이다. 나영희로선 자신의 악행과 죄책감을 숨기기 위해서라도 윤여정과 유준상을 반드시 떼어 놓아야만 한다.


세번째는 그녀가 이미 너무 멀리까지 와 버렸다는 사실이다. 유준상의 어린 시절 사진을 봤을 때만이라도 나영희가 마음을 고쳐먹고 윤여정에게 모든 걸 털어놨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김남주의 미국 유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경찰서 기록까지 모두 삭제함으로써 악행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스스로 돌이키기에는 악행의 크기가 너무 깊고 넓다. 이제는 앞으로 달려갈 일만 남았다. 수습책과 타개책이 보이지 않는 악행은 파멸을 향해 달려갈 뿐이다. 지금 나영희의 꼴이 딱 그 짝이다.


이렇듯 나영희의 방해공작으로 인해 [넝굴당]의 아들찾기 프로젝트는 될 듯 말 듯 하며 계속 삐딱선을 타며 나가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애가 타는 상황이다. 다만 다행인 것은 [넝굴당] 제작발표회 때 제작진이 입맞춰 "초반에 많은 걸 터뜨리고 갈 예정" 이라고 했다는 사실이다. 이 말을 되새겨 본다면 곧 윤여정이 유준상의 정체를 알아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이후에는 김남주와의 고부갈등, 그리고 나영희가 숨겨 놓은 여러 비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올 것이다.


기존 홈드라마의 갈등 구조를 한 단계 더 비틀어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이어나가고 있는 [넝굴당]이 시청자들의 진을 너무 빼놓지 않는 선에서 아슬아슬하고 묘한 긴장감을 불어 넣는 스토리를 이어나가길 기대한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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