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학교> 시리즈의 시즌 5격인 <학교 2013>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999년 방송 된 <학교1>에 이어 13년만에 월화 미니시리즈로 편성 된 <학교 2013>은 시즌 1의 연출자인 이민홍 PD가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학교1>과 <학교 2013>의 차이점 역시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는데, 이 두 작품에서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이 바로 '선생님'의 모습이다.

 

 

 

교사와 학생, 수평적 관계로 재정립 돼

 

 

<학교1>과 <학교 2013>의 선생님은 총 세 가지 관계에서 확연한 차이점을 드러낸다. 첫째는 학생과 선생님 간의 관계다. <학교1>에서 선생님은 전형적인 '어른' 캐릭터였다. 학생과의 갈등이 없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은 학생에게 존경받고 나름의 권위를 갖춘 존재로 등장했다. 이 때문에 <학교1>의 선생님들은 대부분 학생과 학생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고 중재하는 위치를 고수한다.

 


이에 비해 <학교 2013>의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어른으로서 존중받는 입장이 아니다. 학생은 종종 선생님에게 반항하고 도전하며, 선생님을 '동등한 위치'로 끌어 내린다. <학교 2013>은 스승이 사라지고 교사만 늘어나는 현실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동시에, 학생과 학생의 갈등만큼이나 학생과 선생님 간의 갈등을 심각하게 보여주고 있다. 극 중 담임인 정인재(장나라 분)와 문제아 오정호(곽정욱 분)가 몸싸움을 한다거나, 박흥수(김우빈 분)와 엄대웅(엄효섭 분)의 신경전이 그것이다.

 


<학교 2013>은 수직적 관계였던 교사와 학생이 13년의 세월을 속에서 수평적 관계로 재정립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런 시대적 변화 속에서도 교사가 나름의 권위를 되찾고, 학생이 교사를 인정하는 상호 존중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교 2013>이 주목해야 할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다. 이 과정을 어떻게 그려내느냐에 따라 작품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


 

 

 

교사와 교사, 그 속에 숨겨진 수직 관계

 


두 번째는 교사와 교사의 관계다. <학교1>에서 선생님들의 관계는 대단히 수평적이었다. 서로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은 물론이고, 경력이 많다거나 직위가 높다고 해서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 교사 대 교사로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격적인 대우를 하는 모습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교사 집단 특유의 평등함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학교 2013>은 다르다. 교장 임정수(박해미 분)가 학교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절대자로 그려진다거나 교감 우수철(이한위 분)이 교장에겐 쩔쩔 매면서도 평교사들에겐 마구 소리를 질러대는 캐릭터로 나오는 것, 주인공 정인재가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계약직 교사로 등장하는 것 등은 <학교1>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설정이다.

 


교사 집단의 내부 사정에 철저히 무관심했던 <학교1>과 달리 <학교 2013>은 교사들 사이의 수직 관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묘사한다. <학교 2013>의 학교는 단순한 공간적 배경이 아니라 현실의 부조리와 갈등이 그대로 재현되는 하나의 압축된 사회이고, 교사들은 강자와 약자,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구분되어 철저히 권력에 순응하는 소시민적 성향을 있는 그대로 노출한다.

 


특히 교장과 기간제 교사의 관계를 고용주 대 노동자로 재해석하는 시도는 상당히 참신하다. 극 중 교장 임정수는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기간제 교사 정인재에게 노골적인 해고 협박을 서슴지 않는다. 이 장면은 실제 학교현장에 수직적 권력관계와 불합리한 계급차이가 공공연히 자리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학교 2013>의 기저에 수평 관계로 '포장'된 교사 집단에 대한 냉소와 비정규직 노동자를 향한 연민이 강하게 깔려있는 이유도 바로 이런 현실 때문이다.


 


 

 

교사와 학부모, 깊어지는 갈등의 골

 


세 번째는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던 말은 이미 옛말이 됐다. <학교1>과 달리 <학교 2013>에서 학부모는 자녀 교육의 일차적 주체로서 학교와 사사건건 대립한다. 민기 모(김나운 분)가 담임 교사인 정인재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거나, 학교 시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모습은 13년 전 <학교1>에서는 전혀 보지 못한 모습이다. 발언권이 점점 약해지는 교사와 달리 학부모의 의견표명은 더욱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 속에서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불신과 오해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상처 입는 와중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정작 중간에 놓여있는 학생이다. <학교 2013>은 이런 세태에 대해 "과연 누구를 위한 대립이냐"는 질문을 과감히 던진다. 궁극적으로 이 작품은 교사와 학부모가 화해하고 협력함으로써 교육의 동반자로 성장하길 주문하고 있다.

 


이처럼 <학교 2013>은 선생님들의 변화된 모습을 통해 오늘날의 학교 현장을 생생히 담아내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학교1>이 방송됐던 13년 전보다 교권은 추락하고, 교육환경은 열악해졌으며, 학부모와의 관계는 악화 되었다는 사실이다. 과연 <학교 2013>은 이 암담한 현실 속에서 희망적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까. 만약 던질 수 있다면 과연 교사는 어떠한 역할을 하게 될까. <학교 2013>이 그려나갈 다음 이야기가 자못 기대된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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