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의 소속사 대표로 일어난 인기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능에는 당연히 상황설정과 대본이 존재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상황설정과 미리 맞춰본 합이 존재하는 것과 거짓을 진실로 포장하는 것과는 철저히 다른 문제다.

 

정글의 법칙은 상황설정을 뛰어넘어 ‘거짓된’ 방송을 했다는 점이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되면서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이후 가장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들이 방문한 원시부족 마을은 ‘관광목적’으로 섭외된 곳이며 그들이 그 곳에 가기위해 했던 고생스러운 접근 방법이나 만났던 사람들까지 모두 다 사전에 협의가 된 곳이었다는 의혹이 속속들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예능은 다큐가 아니고 어느 정도의 설정이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문제는 방송에서 ‘이곳은 외지인에게 처음으로 공개되는 곳’ ‘긴급상황’ ‘실제상황’ ‘리얼리티’ 같은 류의 자막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왔다는 것이다. 당연히 어느 정도의 설정은 존재하겠지만 실제가 아닌 일을 실제로 포장하는 것은 완벽한 허위 방송이다. 방송이니까 이해해야 한다, 방송이니까 당연하다는 목소리를 내기에는 상황이 너무 커져버렸다. 속인사람이 아니라 속은 사람이 바보취급 당하는 것은 결코 옳지 못하다.

 

 

그들이 그 곳에서 진심으로 ‘생존’을 위협받았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적어도 거짓을 실제처 포장하지는 말았어야 했다. 시청자들은 순수하고 순진한 원시부족과 그들과 만나는 문명인들의 관계에서도 상당한 호기심을 느꼈다. 문명을 거부하는 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적응할까 하는 절박함이 <정글의 법칙>이 무너뜨려서는 안 되는 일종의 판타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원시부족조차 설정된 촬영분량이 끝나면 티셔츠와 청바지를 챙겨 입고 문명이 있는 일상 속으로 돌아가는 상황이라면 프로그램의 근본적인 전제 자체가 무너져 내린다. 단순히 몇 장면 설정으로 넘긴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정글의 법칙>측은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결국 박보영 소속사 사장의 사과글로 마무리가 되는가 싶었지만 결국 조작의혹은 속속들이 파헤쳐지며 <정글의 법칙>의 밑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이 시점에서 쏟아진 모든 의혹에 대해 <정글의 법칙>측이 다시한번 나서서 해명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정글의 법칙>측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알리는 대신 다시 ‘리얼’을 강조하며 자신들에게 쏟아진 의혹을 덮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다. 당장에는 시청률에 큰 차이가 없겠지만 방송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 시청자들은 불편함에 결국은 채널을 돌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이 가속화되자 그 속에서 보여줬던 정글 멤버들의 행동 역시 가짜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김병만이 콩가개미에 물려 사경을 헤매는 설정조차도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위해 만들어진 설정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드는 마당에 그들의 캐릭터를 온전히 인정하고 즐기는 것은 불가하다. 물론 이번 일로 가장 큰 피해는 김병만이 입겠지만 그 사이에 있었던 ‘호감형’ 여배우들의 캐릭터 역시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정글의 법칙>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이 바로 여배우들이다. 정글의 법칙이 표방하는 ‘리얼 야생’ 속에 들어간 여성들은 그 존재감이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남성들도 버티기 힘든 곳에서 여성의 몸으로 그런 가혹한 환경을 버텨내는 것은 대단한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었다. 특히나 <정글의 법칙>속에서 여성들은 불평하는 남성들을 대신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거나 정신적으로 더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의 행동으로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전환하거나 화젯거리를 양산해 이름을 알리는 등의 플러스 효과를 봤다.

 

그러나 만약 <정글의 법칙>의 기본 환경 자체가 조작이라면 여배우들의 행동 역시 조작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여배우로서 삼일동안 머리를 감지 못한다거나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을 내던지는 모습들 역시 사실 그들의 희생정신이나 실제 성격과는 하등 관련 없는 완벽히 안전하고 설정된 상황 속에서의 연기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이미지 전환은 그들의 실제 모습이 그동안 보여줬던 섹시나 새침에 머무르지 않고 사실은 저토록 끈기 있고 대담한 것이라는 데서 온 것이었다.

 

 시청자들이 그들에게 보낸 응원과 호감 역시 그들이 한 행동들이 모두 ‘진심’이었다는 전제에서만 유효하다. 그러나 그들은 결과적으로 실제도 아닌 방송을 실제처럼 포장하여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프로그램을 이용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이 그들에게 허탈해 하는 감정 역시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물론 그들은 낯설고 외진, 척박한 환경 속에서 고생하고 힘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보여준 적극성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 ‘연기’였다는 것은 당연히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들은 결국 힘은 힘대로 들고 비난은 비난대로 받는 엄청난 상황에 몰렸다. 프로그램의 존재의 이유마저 질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글의 법칙>은 지금 사면초가다. <1박 2일>을 뛰어넘는 생 야생을 표방했지만 결국 그들이 극복하지 못한 것은 바로 그 거창한 타이틀이었다. 뭔가 새로운 야생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나온 콘셉트이겠지만 ‘거짓’을 ‘진실’로 내보낸 그들에게 쏟아지는 싸늘한 시선은 당연한 것이다. 결국 그 안에서 가장 다친 것은 그 안에서 연기 아닌 연기를 하고 있는 출연진들일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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