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겨울')의 가장 큰 발견이다. 예쁘고 사랑스럽기만했던 송혜교가 어느 순간 뛰어난 연기력으로 마음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송혜교의 얼굴이 완벽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최고의 미인으로 자주 꼽혔던 김태희보다 훨씬 더 예쁘다는 칭찬마저 쏟아져 나온다. 이 두 스타가 비교되는 것 자체가 이 두 스타의 외모가 한국에서 어느정도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스타의 외모는 단순히 누가 더 예쁘다고 결정지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각자의 매력이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송혜교의 얼굴에서 더 많은 감정과 스토리를 읽는다. 과연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나타났을까?

 

 

<그 겨울>은 일본 드라마 원작으로 시작했지만 고유의 정체성을 가지고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드라마는 노희경 작가의 필력과 뛰어난 연출력으로 완성도가 높지만 기존의 노희경 드라마 보다 훨씬 대중적인 색채가 짙은 탓에 노희경 본연의 매력이 떨어졌단 평가도 있다. 그렇다고 흥행드라마로서의 요건을 갖추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물론 동시간대 1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중이지만 인물간의 갈등구조가 딱히 긴장감이 넘치지 못하고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에피소드가 약간은 우울한 탓에 드라마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다소 처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겨울>은 이야기 전개에서 억지를 쓰거나 말도 안 되는 자극적인 설정을 남용하는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동시간대 1위라는 쾌거는 단순히 드라마의 재미에 기인한다기 보다는 송혜교와 조인성의 놀랄 만큼 견고한 비주얼적 우위에 빚을 지고 있다. 일단 TV채널을 돌리다가 그들의 얼굴이 화면 가득 나오면 넋을 놓은 채 시선을 고정하게 되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동시간대 경쟁작들이 다소 아쉬운 방향으로 흐른다는 점 역시 그들에게는 이점이 되었다.

최근 드라마 중 가장 아름다운 영상을 구현 하는 <그 겨울>은 아름다운 남녀 주인공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는 신을 유독 많이 내 보내며 그들의 얼굴에 시청자들의 시선이 멈추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그러나 그들의 견고한 얼굴보다 훨씬 더 놀라운 것은 남녀 배우의 일취월장한 연기력이다. 특히 송혜교의 연기는 예전 송혜교를 감히 떠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송혜교가 <순풍산부인과>로 처음 대중에게 모습을 알릴 당시만 해도 송혜교에게 '연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트콤으로 이름을 알리는 수순에서 송혜교는 다소 가벼운 이미지로 대중에게 인식되었다. 그는 <가을동화>로 스타덤에 오른 후, <올인>같은 대작에 출연해 톱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이미지는 <풀하우스>같은 발랄하고 통통튀는 이미지로 굳어졌다. <수호천사>나 <호텔리어>등에서 맡은 역할 역시 송혜교의 이런 이미지를 대변하는 역할이었다.

 

송혜교는 그러나 이런 역할을 스스로 거부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송혜교는 스타이기를 거부하고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다. 영화 <황진이>는 그런 송혜교의 열망이 처음으로 발현된 선택이었다. 그러나 영화의 흥행 성적이 송혜교의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며 송혜교가 스타성과 흥행력을 동시에 잃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택한 노선은 흥행성보다는 작품성에 더 중점을 두고 있었고, 이 와중에 송혜교의 연기력이 부각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외국 독립영화인 <페티쉬>의 팜므 파탈부터 노희경 작가의 <그들이 사는 세상>, 이정향 감독의 <오늘>까지 흥행성보다는 작품성에 치중한 작품에 더 모습을 많이 드러냈고 중국에서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찍으려 장기 체류까지 하면서 대중의 시선에서 한발짝 멀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송혜교는 그런 시선에 대한 부담을 극복하고 연기력을 높이기 위한 자신만의 트레이닝을 계속 해 나갔다. 송혜교는 인터뷰에서 "대중들은 아직도 송혜교 하면 귀엽고 발랄한 것 밖에 떠올리지 못해요. 그게 제가 극복해야 할 점이죠. 다른 연기를 해도 아직 송혜교는 송혜교다. 송혜교가 잘할 수 있는 걸 해라, 그러죠. 그런데 저는 제가 실패하더라도 다른 것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더 다양해지고 더 깊어지고 싶어요. 그게 배우 아닐까요?"라고 말하며 자신이 나갈 노선이 단순히 스타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이정향 감독의 <오늘>에서 영화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송혜교의 연기력은 주목할만 했다. 송혜교는 이 영화로 '2011 여성영화인 축제 여성영화인 시상식’에서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며 눈물을 펑펑 쏟기도 했다.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었던 그의 진심이었다.

 

그러나 송혜교의 연기는 대중적으로 인식되지 못했다. 대중은 아직도 그를 ‘스타’ 취급했고 그의 영화나 드라마가 흥행력이 없으면 인정하기 힘들어 했다.

 

 

<그겨울>은 이런 송혜교의 갈증을 풀어줄만한 드라마다. 15%에 가까운 시청률을 올리며 대중들에게 송혜교의 연기가 인식될 기반을 만들었다. 송혜교는 일취월장한 연기력도 그렇지만 미모마저 대중에게 각인되며 우리나라의 최고의 미인이라는 칭송을 듣고 있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송혜교의 얼굴은 질리는 것이 아니라 더욱 매력적으로 빛난다. 그것은 송혜교에게 다양한 표정과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굳이 예뻐 보이려 노력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김태희 역시 완벽한 얼굴에 비해 부족한 연기력을 극복하기 위한 작품에 목말라 있었다. 완벽한 얼굴에 비해서 부족한 연기력은 시청자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렸다. 김태희의 연기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정형화된 패턴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김태희는 놀란 장면에서는 눈을 크게 뜨고 슬픈 장면에서는 얼굴을 찡그리는, 다소 틀에 박힌 연기를 펼쳤다. 물론 최악의 연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매력적인 연기도 아니었다.

 

김태희의 완벽한 얼굴은 어떤 고정관념이 있어 보이는 연기 속에서 다소 지루해 보였다. 그토록 예쁜 얼굴이 보면 볼수록 질리는 얼굴이 되어간다는 것은 ‘스타’에서 ‘배우’로 김태희를 발전시키는데 가장 큰 결점이었다.

 

그는 이런 연기력 논란에 차분하게 연기력을 다지기 보다는 캐릭터 변신에 집착하며 다양한 작품을 고집했다. 그러나 김태희에게 부족한 것은 단순히 연기력이 아니라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방법이었다. 뛰어난 연기력은 아니라도 자신의 매력이나 개성을 어필할 줄 아는 배우들도 있지만 김태희는 그렇지 못했다. 단순히 예쁜 얼굴을 제외하고는 김태희의 개성 자체가 제대로 나타나지 못한 것이다. 이것은 김태희가 아직까지 극복하지 못한 숙제다. 이 상황에서 ‘장희빈’으로 컴백을 결정한 그의 연기력에 우려가 쏟아지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장희빈’은 그동안 김태희가 맡았던 어떤 역보다 연기력과 개성이 절실한 캐릭터다. 과연 김태희가 그에대한 이 모든 편견을 뒤집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시점이다.

 

김태희의 패착은 배우로서의 내적 성장보다 외적 캐릭터의 전복과 파격으로 승부를 보려했다는 것이다. 구미호로, 죽은 영혼으로, 특수 여전사로, 공주로 뛰어다니는 사이 그에게 생긴 것은 연기력 보다는 김태희가 표현할 수 있는 연기 스펙트럼의 한계였다. 이번 <장희빈>역시 단순히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될지 아니면 현명한 선택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아직까지 우려스러운 것만은 사실이다.

 

대중들은 스타의 얼굴을 본다. 그러나 드라마 속에서는 캐릭터를 본다.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설득력을 가질 때 대중들은 박수를 친다. 캐릭터와 융화되지 못하는 배우는 아무리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어도 결국 그 배우의 모습에 질리게 되어있다. 단순히 연기의 테크닉을 배우기 보다는 자신이 표현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는 범위를 제대로 캐치하고 그 스펙트럼을 늘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답이다. 그것을 송혜교와 김태희, 이 두 미녀스타가 증명하고 있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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