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구라가 KBS 2TV <이야기쇼 두드림>(이하 <두드림>)으로 지상파에 입성했다.

 

 

지난 해 4월 위안부 발언 파문으로 방송을 잠정 중단한 지 약 1년여만의 일이다.

 

 

불법 도박 파문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김용만을 대신해 <두드림>의 새로운 MC로 합류한 그는 녹슬지 않은 진행 실력을 자랑하며 향후 기대감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지상파에서 첫 발을 내딛은 김구라는 과연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쉽지 않았던 김구라의 지상파 복귀

 

 

김구라의 추락은 한 순간이었다. 작년 4월 인터넷 방송 시절 종군 위안부 문제를 창녀에 빗대 비유한 발언이 문제시 되면서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어 진 것이다. 역사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저급하게 표현한 것은 이유가 어찌되었든 김구라의 중대한 실책이었다. 결국 그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모든 책임을 지고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하게 된다. 당시 상황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KBS 2TV <불후의 명곡>, MBC <라디오 스타><세바퀴>, SBS <붕어빵>, tvN <화성인 바이러스> 등 지상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친 그의 부재는 예능계에 큰 상처를 남겼다. 강호동의 잠정 은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김구라 같은 거물까지 사라지면서 인력난에 허덕이게 된 것이다. 독특한 캐릭터와 탄탄한 내공으로 무장한 김구라의 빈 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그에 대한 여론이 점차 동정론 쪽으로 돌아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6개월간의 휴식기를 가진 김구라는 그 해 9tvN <택시>로 방송에 복귀했다. 예상 보다 다소 빠른 복귀였지만, 여론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직접 찾아가 잘못을 빌고 용서를 받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덕분이었다. 10월에는 자신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화성인 바이러스>에도 재 합류했다. 방송인으로서 다시 한 번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지상파의 빗장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라디오 스타> 컴백이 불발 된 것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당시 MBC 사장이었던 김재철이 방문진 의견청취회에 출석해 강호동은 11월 중순 복귀하기로 했지만, 김구라는 이사회에서 지적해 복귀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그의 MBC 출연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김재철의 발언 이 후, 김구라의 지상파 입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지상파 출연이 힘들어 지면서 김구라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종편으로 향했다. jTBC <남자의 그 물건>을 시작으로 <썰전>까지 론칭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갔다. 특히 그는 <썰전>을 통해 전매특허인 폐부를 찌르는 독설과 날카로운 분석력을 자랑하며 방송의 인기를 견인했다. 활동이 제한적인 가운데서도 프로그램 장악력과 흥행력을 여보란 듯 증명해 보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상파 또한 그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결국 지상파 가운데 가장 먼저 KBS가 도박사건으로 낙마한 김용만의 후임으로 김구라를 선택하며 그를 영입하기로 결정한다. 1년 만에 굳게 닫힌 빗장이 풀린 것이다.

 

 

 

 

김구라의 지상파 복귀’, 성적표는?

 

 

그렇다면 <두드림>으로 지상파에 재입성 한 김구라의 첫 방송은 과연 어땠을까.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보자면 매우 훌륭했다. 케이블과 종편에서 충분히 워밍업을 한 덕분에 그동안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힘과 무게감도 대단했다. 한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메인 MC로서 이 정도 존재감이면 당연히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방송 내내 그는 예능과 교양의 경계에 서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멘토로 나선 김장훈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다가도 빈틈이 보이면 적재적소에 파고들어 의외의 웃음을 유발했다. 긴장과 이완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김구라의 유려한 진행 덕분에 <두드림>의 토크는 대체적으로 깊이 있으면서 결코 무겁지 않게 흘러갈 수 있었다. 감동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 셈이다.

 

 

새로운 MC들과의 호흡 또한 나쁘지 않았다. 가수 조영남, 기자 조주희, 아나운서 조우종과 첫 방송에 나선 김구라는 베테랑 MC 답게 전체를 아우르는 진행 실력으로 무게중심을 단단히 잡아줬다. 조영남의 튀는 발언을 조절해 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진행에 서툰 조주희를 살뜰히 챙기고 조우종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는 등 메인 MC로서 부족함 없는 활약을 펼쳤다. 여유로움을 자랑하는 원숙한 진행은 상당히 인상 깊었다.

 

 

독설을 줄이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려는 자세를 보인 것은 신선했다. <두드림> 자체가 편안한 토크쇼를 추구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이것에 맞춰 자신의 캐릭터를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방송 분량에 욕심내지 않고 적정한 자기 역할을 찾아 프로그램에 이바지 하려는 모습은 예전 욕심 많던 김구라라면 상상하기 힘든 스탠스다. 아직까지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시청자들에 대한 그 나름의 배려로 보인다.

 

 

물론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다. 지상파 첫 방송이라는 중압감 때문인지 천하의 김구라도 긴장하고 위축된 모습을 간간히 내비쳤다. 조금 더 김구라만의 캐릭터를 강화해서 보여줬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너무 조심스럽게 행동하다보니 김용만 체제와의 확실한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건 독설과 쾌감이 공존하는 김구라 식 진행이다. 너무 눈치 보지 말고 당당히 자기 개성을 발현했으면 좋겠다.

 

 

조영남과의 진행 조율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영남이 엉뚱한 소리를 잘하는 캐릭터기는 하지만 그 또한 <자니윤 쇼><체험 삶의 현장><명작 스캔들><지금은 라디오 시대> 등으로 이미 진행 실력을 검증 받은 사람이다. 조영남을 너무 제지하려만 들지 말고 그의 캐릭터를 최대한 키워 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데 집중해야 한다. <두드림> MC진의 성패는 사실상 김구라-조영남 투 톱의 호흡에 달려있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 김구라는 방송인으로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두드림>을 시작으로 각 지상파 예능 출연의 문을 열었고, 잘만 하면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라디오 스타> 복귀 역시 가능하게 됐다.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이제 그에게 남은 과제는 예전보다 얼마나 더 성숙한 모습으로 대중을 만족시키느냐. 방송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과 가식 없는 솔직함을 무기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그가 더 이상 대중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또한 누구보다 롱런하는 방송인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의 건투를 빈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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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04.14 1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는 참 연에인들에게 참 관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