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가 컴백했다. 그리고 전 음원차트를 석권했다. 여전히 이효리는 건재했다. 컴백한 이효리는 이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남자를 유혹하는데 ‘Just want 10 minute' 라며 도발적인 시선을 던지던 순간부터(10minute) ‘너의 말이 그냥 나는 웃긴다’며 자신의 우월함을 강조하는 것 같은 노래(chitty chitty bang bang)를 부르는 순간까지 이효리의 중심은 언제나 ‘이효리’ 그 자체였다.

 

그런 이효리가 이제는 ‘자고나면 사라지는 그깟 봄 신기루에 매달려 더 이상 울고 싶진 않다’라며 아름다운 외모와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지친 심경을 노래한 <미스코리아>를 들고 컴백한 것이다.

 

 

이효리는 그 누구보다도 가장 ‘외모’의 덕을 많이 본 가수다. 꾸준히 늘었다고는 하지만 다소 아쉬운 가창력은 항상 논란거리였고 그렇다고 춤을 기가 막히게 잘 추는 댄서라 부르기에도 아쉬웠다. 그래도 이효리는 항상 이효리 자체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섹시 퀸’ 이미지는 이효리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인식되며 이효리의 독보적인 영역을 확보하게 만들었다. 그런 외모는 이효리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재치와 결합되며 다른 여자 연예인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을 창출해 냈다. 섹시를 강조한 가수는 많았지만 이효리처럼 섹시와 웃음이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영역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낸 케이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효리는 결국 ‘이효리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내며 승승장구 할 수 있었다.

 

물론 이효리 신드롬에는 거품논란이 따라붙었다. 그러나 그 거품의 여파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단순한 거품이었다면 불가능 했을 일이다. 거품이었다 해도 꾸준한 거품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연예인의 능력이다. 연예인에게는 어느 정도의 포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효리는 재치 있는 언변과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예능감으로 주목을 받았기는 했지만 그것 역시 사실은 이효리의 외모에 빚을 지고 있었다. 무대에서는 짧은 치마와 가슴을 강조한 의상을 입고 섹시하게 춤을 추던 이효리가 옆집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여자로 변해 맨얼굴을 드러내고 농담을 툭툭 던지는 모습은 묘하게 신선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효리의 스타성은 외적으로도 뛰어난 여자가 웃기기까지 할 때 그 파급력이 더 커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이효리는 사실 가수보다는 엔터테이너로서의 역량이 더 큰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그 사실은 크게 변함이 없다.

 

 

그런 이효리가 ‘그렇게까지 남들이 중요한가, 그렇게까지 예뻐져야 하냐’며 외모에 반기를 든 노래를 냈다는 것은 주목할만 하다. 비록 이 곡이 타이틀곡은 아니라지만 이효리 컴백의 서막을 알리는 곡으로서도 굉장히 신선하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다. 이효리는 어느 순간부터 예전의 이효리에서 변모해갔다. 채식을 시작했고 유기견을 돌보기 시작했다. 이효리가 선택하지 않을 것 같은 남자친구도 만난다.

 

<힐링캠프>에서 자신이 털어 놓았듯 이효리는 자아도취에 취해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chitty chitty bang bang‘에 이르러서 그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그런 자신감을 표출한 앨범은 표절논란이 일었고 이효리는 수많은 비난여론에 시달려야 했다. 이효리의 잘못은 아니라 해도 이효리의 가수로서의 책임마저 아무것도 아닐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이효리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했다. 겉으로 드러난 이효리가 아닌, 자기 속에 있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이효리는 정신과 상담까지 받았던 경험을 밝히며 자신이 얼마나 보여주는 것에 치중해 살았는지를 <힐링캠프>에 출연해 덤덤히 얘기했다.

 

이효리는 자신의 속을 들여다 보는 것을 꺼렸다. 화려하고 눈부신 조명 속에 서 있는 자신이 진짜 자신이라고 믿고 있는 그 자신이 사실은 현실의 자신과 괴리감이 클 때 나타나는 자괴감은 생각보다 굉장히 위험하다.

 

이효리는 그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래서 지금 예전과 같은 이효리가 아니다. 채식을 선언할 때는 한우 협회의 홍보 모델을 막 끝낸 시점에서 엄청난 지탄을 받았고 유기견 역시 ‘이미지 메이킹 아니냐’는 비난에 시달렸지만 이효리는 그렇다고 그런 활동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물론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이 믿는 바를 위해 수년간 노력해 온 이효리는 어쨌거나 이제는 좀 더 포기하고 좀 더 자기 자신을 인정한 것처럼 보인다.

 

<미스코리아>는 그런 이효리의 변화를 똑똑하게 녹여낸 곡이다. 이효리 본인조차 옛날처럼 ‘내가 제일 섹시해’ ‘내가 제일 잘났어’하는 식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어색했을지도 모른다. 유리거울 속 아가씨는 예쁘지만 지쳐보이고 여전히 나는 미스코리아니까 세상에서 제일가고 누구나 한 번에 반하지만 그 반복되는 후렴구는 오히려 그런 것 다 소용 없다는 쓸쓸한 아이러니를 말한다. 그러나 허무를 얘기하고 있는 것 같은 이 노래는 마지막에 ‘그렇지 않아요, 이리 와 봐요. 다 괜찮아요’ 라며 다소 쓸쓸한 위로를 건넨다. 그리고 그 위로는 이효리가 불렀기에 그만큼 설득력이 있다. 이효리가 음원 1위를 차지한 이유일 것이다.

 

이효리는 변했지만 여전히 논란의 중심이고 음원의 핵이다. 그것은 이효리에게 있어서 상당한 성과다. 어쨌든 이효리는 이효리라는 평가를 받는 와중에 반가운 것은 그가 조금은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효리라는 사람도, 이효리의 음악도.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