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으로서 대한민국에서 ‘연예인’으로 산다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 가수나 연기자들이 외국에서 외국인으로서 음반을 내고 영화를 찍는 데 어색함이 없어진지는 오래됐지만 아직도 한국은 외국인이 한국 TV에서 드라마 주연을 맡는다거나 가요를 부르는 일이 어색하다. 교포라면 얘기가 다르지만 국적이 다른 외국인에 대한 시선은 아직 관대하지 못하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나마 그들이 발붙일 수 있는 곳이 예능이라는 장르다. 그마저도 문이 활짝 열려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독특한 개성과 자신만의 스타일로 무장한 예능이라는 장르 속에서 주목받는 외국인들이 있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진짜 사나이>로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은 샘 해밍턴과 사차원 캐릭터를 확실히 잡은 사유리다.

 

 

샘 해밍턴은 <진짜 사나이>를 통해 독특한 예능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다소 어색한 한국 군대문화와 딱딱한 용어들을 알아듣지 못하는 샘의 모습은 <진짜 사나이>가 가진 가장 큰 웃음 포인트 중 하나다.

 

샘 해밍턴의 무엇보다 큰 장점은 바로 그의 예능감이 솔직하다는 점이다. 그는 딱딱한 군대 문화를 낯설어 하고 일명 ‘다나까체’에 적응하지 못해 말끝마다 ‘~요’를 붙이는 등의 어색함을 보여주고 있다. 계속 말투를 지적당하자 아예 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하고 노골적으로 상처받은 표정을 짓기도 한다. 한국 군대 문화를 아는 한국 사람이 이런 해동을 한다면 결코 이런 식의 반응을 즐겁게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개념없는’ 예능감으로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 소지마저 있다.

 

그러나 샘 해밍턴의 경우는 다르다. <진짜 사나이>에 출연한 것은 치밀한 전략에 의한 선택은 아니었겠지만 오히려 외국인이라는 이점을 활용한 더없는 신의 한수다. 외국인으로서의 실수는 너그럽게 용서해줄만한 것이고 오히려 딱딱한 군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샘에게 동정심마저 가게 만든다. 그리고 그가 실수하거나 솔직하게 자기감정을 말하는 모습은 매번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진짜 사나이>가 대박 예능이 되기까지 샘의 활약은 실로 엄청났다.

 

 

더군다나 그의 예능감이 더 빛을 발하는 것은 이것이 계산된 철저한 전략이나 미리 준비한 설정이 아니라고 느껴진다는 것이다. 샘은 자신의 실제 성격과 행동을 캐릭터에 그대로 투영시키며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자신의 생얼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바로 요즘 대중들이 예능에 요구하는 ‘진정성’의 기운을 머금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야 어느정도의 연출이 있겠지만 적어도 TV속에서 보이는 모습은 진솔하고 인간적이다.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그는 한국식 예능 정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억지가 아닌 자연스러운 화면을 통해 그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매개체로 활용되고 있다. 외국인으로서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을 <진짜 사나이>라는 기회를 통해 스스로 구축해 가고 있는 것이다. 굉장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성공한 외국인 예능인은 또 있다. 바로 <미녀들의 수다>를 통해 우리 앞에 나타난 사유리다. 사유리 역시 ‘솔직함’이 가장 큰 무기다. 자칫 잘못하면 비호감으로 치달을 수 있는 발언들도 ‘사유리 스타일’로 소화해 냈다. 때때로 그가 던지는 발언들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거나 부적절해 악플이 달리기도 했지만 사유리는 이 모든 것을 이겨냈다. 사차원이란 콘셉트도 처음엔 대중들에게 낯설었지만 이제는 사유리의 개성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건 사유리가 그만큼 대중들에게 그만의 진솔함을 어필했다는 의미다.

 

사유리는 맛집 탐방 프로그램에서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말한 최초의 연예인이다. 무조건 ‘맛있다’가 남발되는 믿을 수 없는 맛집에 평가를 완벽하게 뒤집은 것만으로도 사유리에게 보내는 시선은 달라졌다. 누구나 한 번은 TV에 나온 맛집에 실망한 경험이 있고 이제 너무나도 많아져 버린 방송에서의 맛집은 과연 무조건 맛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솔솔 피어나올 때쯤 사유리는 돌직구를 던지며 맛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이끌어 냈다. 사유리의 캐릭터가 호감으로 돌아선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사유리는 반일 감정이 남아있는 한국의 정서를 완벽하게 이해했다. 한국에서 일본이란 나라에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은 이해하되 자신이 일본인이라는 점을 비하하지도 않았다. 위안부를 위한 기금을 쾌척하면서도 ‘같은 여자로서 마음이 아팠다’는 한마디만을 던졌다. 반일 감정이 일본이란 나라에 대한 것이지 일본인 자체에 꽂히는 정서는 아니라는 점을 사유리는 알았던 것이다. 실제로 아무리 일본에 대해 나쁘게 말해도 실제로 일본인을 만나면 그들에게 일부러 반일감정을 드러내고 불친절한 경우는 거의 없다. 사유리는 이런 정서 속에서 호감으로 돌아선 최초의 일본 연예인이라고 해도 좋다.

 

일본인은 속과 겉이 다르다는 편견을 깬 것도 사유리의 가장 큰 성과다. 맛집 프로그램에서의 솔직한 평가도 그렇지만 인터뷰에서도 '내 가슴 수박만하다'라는 답변을 할 수 있는 연예인은 기존에 없었다. 더군다나 그 사람이 일본인이라는 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사유리의 이런 행동들이 계산된 행동이라 보기 어렵지만 일본인으로서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일본인으로서 상처도 받았겠지만 사랑을 받는만큼 그 사랑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하는 사유리에게서 우리는 일본인이 아닌 진정한 사람을 느낀다.

 

샘 해밍턴과 사유리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진정성이다. 가식적으로 비위를 맞추려고 하지도 않고 자신을 굳이 감추려고 하지도 않지만 이들은 결코 밉지가 않다. 그것은 이들이 아무리 솔직해져도 그 본질은 따듯하고 여유로운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사람을 쉽게 평가 내릴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대중에게 진실 된 사람으로 다가오는 한 앞으로 이들에게 쏟아지는 시선 역시 당분간은 따사롭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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