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신>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은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일본에서 2007년 방영된 <파견의 품격>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원작의 팬들을 어떻게 만족시키면서도 새로운 시청자를 끌어들이느냐 하는 문제가 대두됐지만 이 드라마는 그 지점을 상당히 현명하게 빠져나갔다.

 

원작을 적절히 활용하여 내용을 심하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안의 이야기들을 적절히 비틀어 인물들에게 개성적인 사연을 부여하며 호응을 얻은 것이다. 물론 한국드라마가 이런 좋은 아이디어를 오리지널로 창출해 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이 드라마가 던진 메시지와 신선함은 상당히 가치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가 호평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연기자들의 호연 때문이다. 주인공 김혜수의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는 캐스팅은 물론이고 조연들까지 예상치 못한 호연을 보여주며 드라마의 품격을 한 단계 높였다. 물론 사건의 중심에는 미스김이 있지만 그 사건을 발단시키는 사람들의 사연마저 소홀히 넘어가지 않은 점과 그 사연을 제대로 표현한 연기자들에 박수를 보낼만 하다.

 

<직장의 신>은 미스김을 제외하고는 직장의 현실에 대한 냉혹함을 소재로 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누고 그들을 차별하며 심지어 정규직조차도 회사의 손아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팍팍함을 그려내며 이 시대 회사원들의 애환을 다뤘기에 이 드라마는 만능 슈퍼우먼 미스김이 있어도 현실적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 미스김 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미스김보다 더 현실적이지 못한 인물이 등장했다. 그것은 바로 무정한(이희준)팀장이다.

 

회사가 힘든 이유는 업무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사람 때문이다. 상사의 압박과 부하직원의 무능함등은 회사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회사는 냉혹하다. 그들은 그 곳에 친목을 도모하러 모인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일을 하고 월급을 타내기 위해 모여 있다. 그들이 순수하게 친구가 되기 힘든 이유다. 어느 정도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그들은 결코 위기 상황에서 제 몸을 던져 한 가족처럼 다른 회사원들을 구해주지 않는다. 그럴 시간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단지 씁쓸해 하고 회사의 결정을 뒤에서 험담하는, 그런 정도의 아쉬움밖에는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미스김은 무정한에게도 묻는다. “당신이 무얼 할 수 있습니까.” 그 말은 이시대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의 귓가에 아프게 박힌다. 사실 회사원들은 조용히 월급을 타고 승진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니, 어쩌면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직장의 신>은 지독히도 현실적이지만 또 어느 한 편에서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다. 인물들이 현실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직장의 신>의 모든 캐릭터들은 일하고 싶어하고 회사에 다니고 싶어 하며 자신의 위치에서 어쨌든 최선을 다하는 캐릭터들이다. 그들이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회사에서 퇴출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적당히 꼼수를 부리는 캐릭터도 있고 일을 안 하려는 캐릭터도 있으며 비열하고 야비한 캐릭터도 있다. <직장의 신>은 아무리 비열한 사람이라도 결국은 회사의 입장과 자신의 입장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지나치게 악한 사람이 없다는 것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동시에 너무 큰 판타지다.

 

 

 

 

그 중에서도 무팀장은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는 캐릭터다. 그는 언제나 ‘당연한 것’을 지키려 했다고 말하지만 그 당연함은 사실 당연하지 않다. 퇴직을 해야 하는 과장의 일을 자기 일처럼 아파하며 그걸 막기 위해 돕는 것도 공모전에 낸 기획안을 계약직 이름으로 애써 수정하는 것도 그의 강직한 성품 때문이지만 그의 위치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정도 위치에 있으면 부하직원의 아이디어를 빼앗더라도 자신의 성과와 실적을 올려야 하고 자신이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한두명쯤 잘리는 것도 눈감는 편이 편하다.

 

그러나 그는 계약직의 계약이 종료되는 것 까지 신경 쓰며 그 결정을 지시한 부장을 설득한다. 윗사람에게 잘 보여야 승산이 있는 회사원으로서는 하기 힘든 행동이다. 무정한 같은 상사는 사실 직장에 존재하지 않는다. 혹여 존재할 수도 있지만 결국 회사의 압력과 자신의 입장 때문에 결국 뜻이 꺾일 수밖에 없다. 결국 그렇게 강직하고 착한 사람은 이용만 당하거나 잘리게 된다. 조금은 능숙하게 회사의 정치관계를 파악하고 그 이해관계를 제대로 포착해내는 인물이 회사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그는 약한 남자다. 모질지도 못하고 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그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약한 남자라 할지라도 그가 믿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하는 행동은 누군가 회사에서 나를 위해 해줬으면 하는 행동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그 행동들도 모두 모든 회사원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착한 사람들이라는 전제가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지만 그렇대도 무팀장의 판타지는 어느새 가슴 한 구석을 아리게 한다.

 

무팀장은 어쩌면 미스김보다 더 비현실적인 캐릭터다. 그러나 이 캐릭터는 오히려 팀장 보다는 회사의 CEO로 더 적합한 캐릭터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이 캐릭터가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더 큰 힘을 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세상은 이런 리더를 원한다. 자신의 능력을 펼치게 해 주고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돌아가는 것이 세상에서는 당연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팀장은 오늘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러나 원작에서처럼 아마도 무팀장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도 최후에 웃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무리 비현실적이라 하지만 우리는 이런 사람이 성공하는 모습을 꼭 지켜보고 싶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아마도 힘든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저런 상사를 응원하고 원하며 ‘힐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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