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신>이 종영까지 단 한 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직장의 신>은 일본 드라마 <파견의 품격-만능사원 오오마에(이하 <파견의 품격>)>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초반부터 원작의 팬을 만족시키면서도 어떻게 신선한 이야기 전개를 풀어나가느냐 하는 것은 커다란 숙제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직장의 신>은 원작에 큰 빚을 지고 있는 드라마다.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으며 원작이 전하는 메시지 역시 재해석되기 보다는 그대로 활용되었다. 그렇기에 원작의 빛나는 아이디어와 상황설정들을 뛰어넘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직장의 신>은 그 자체로서의 의미가 있는 드라마다. 러브라인을 중점적으로 끌고 가지 않아 신선했고 억지설정이 난무하지 않아 답답하지 않았으며 극적 전개를 위한 인위적인 악인이 없어 보기 편했다. 그러면서도 재미를 창출해 냈다는 것은 이 드라마가 비록 리메이크 작이지만 많은 고민을 하고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원작의 상당부분을 그대로 차용했지만 그 사이 사이의 간극을 다채로운 색으로 채워 내며 원작을 사랑하던 사람들도, 이 드라마를 처음 보는 사람들도 만족시킨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파견의 품격>의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따라가지만 그 각색의 과정에서 <직장의 신>은 <파견의 품격>을 뛰어 넘는 포인트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파견의 품격>과는 다른 <직장의 신>만의 개성을 만들어 낸 것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성과다. 그런 개성을 가능케 한 <직장의 신>의 원작보다 업그레이드 된 포인트는 무엇이 있을까.

 

 

1. 웃음 포인트

 

 


원작 <파견의 품격>역시 유쾌함 속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그 유쾌함은 <직장의 신>에 이르러 더 강화되었다. 이 속에는 주인공 미스김 역할을 맡은 김혜수의 호연이 있었다. 김혜수는 원작의 오오마에 하루코(사노하라 료코)보다 더 많은 사건을 감당하고 많은 일을 해결하며 슈퍼우먼의 진면목을 보였다.

 

노래방에서 템버린을 흔든 다거나 빨간 내복을 입고 홈쇼핑 카메라 앞에서 다리를 찢을 때, 진로 상담을 위해 찾아온 학생이 ‘창의적인 인재란 어떤 인재를 말하는 것이냐’고 묻자 ‘월급을 적게 줘도 야근을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를 원한다는 뜻이다’라며 냉소적인 한마디를 던질 때, 시청자들은 박장대소할 수밖에 없다.

 

개그 속에서도 한줄기 눈물이 흐를 수 있도록 이야기를 잘 구성한 것도 칭찬 받아 마땅하다. 마냥 가볍지도, 그렇다고 마냥 무겁지도 않은 스토리 전개 속에서 시청자들은 어느새 울다가 웃다가 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미스김이라는 판타지를 통해 현실의 잔인한 벽을 이야기 하고 있는 까닭일 게다.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 속에서 가끔씩은 마냥 웃게 만든 드라마의 개그 감각은 감히 원작을 뛰어 넘었다고 할만하다.

 

 

2.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파견의 품격>에서는 파견직(일본에서는 계약직을 파견직이라 부름)직원들의 이야기는 <직장의 신>에서 정유미가 맡은 정주리 캐릭터(원작에서는 모리 미유키)에 한정시킨다. 나머지 파견직 직원들은 정규직 직원과 사귀게 되길 원해 미팅을 하거나 분수에 맞지 않는 비싼 점심과 명품을 좋아하는 설정으로 나온다. 결국 <파견의 품격>의 모리 미유키(카토 아이)는 그들에게 ‘나한테는 무리다’라며 그들 무리를 빠져 나온다. 모리 미유키를 제외하고는 다른 계약직 직원들은 소위 된장녀로 표현 된 것이다.

 

그러나 직장의 신은 다른 계약직 직원들의 사정 역시 긍휼히 바라본다. 임신을 하고 계약이 종료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박봉희(이미도)도 점심을 분식으로 때우며 몇백원 때문에 고민하는 다른 계약직 직원들도 모두 현실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끝까지 정주리와 함께 점심을 먹고 같은 세계를 공유하는 동료들로 표현된다. 그것은 비록 그들이 조연이지만 그들에게도 각자의 삶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임신 사실을 밝히겠다는 장규직(오지호)를 향해 눈물을 흘리는 박봉희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들이 가진 스토리를 하나하나 보듬어 나간 것은 <직장의 신>만의 또다른 재미라 할 수 있다.

 

3. 미스김의 과거

 

 


애초에 11부작이었던 원작을 16부작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드라마가 어떤 스토리를 더 추가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직장의 신>은 그 시간의 여백을 조연들의 디테일과 더불어 미스김의 과거로 채웠다.

 

원작에서는 오오마에 하루코의 과거는 단지 예전에 직장에서 잘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간단하게 묘사된다. 11부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그의 과거가 자세하게 나올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16부작에 나오는 미스김의 과거는 보다 더 자세하고 세밀하게 표현될 수 있었다. 미스김이 왜 그렇게 독해 질 수 밖에 없었는지 더욱 공감이 가게 만든 지점은 원작보다 더 미스김의 상황에 이입하도록 만든다.

 

과거를 단순히 미스김을 설명하는 데 활용하지 않고 현재의 상황에 적절히 녹여내며 고과장(김기천)의 “밥먹고 가”라는 한마디에도 눈물을 흘러내리게 만든다. 미스김의 과거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따듯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지면서 미스김이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를 설득력있게 풀어냈다. 16부작으로 드라마가 늘어나면서도 늘어지지 않고 드라마가 생동감있게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다.

 

<직장의 신>은 비록 리메이크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을 만족시킬만한 요소가 다분한 웰메이드 드라마다. 각종 이야기들을 맛있게 버무려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긴 <직장의 신>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한 앞으로 <직장의 신>처럼 뛰어난 아이디어와 재밌는 상황설정으로 무장한 드라마가 한국 사람의 손에서도 원작으로 탄생하게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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