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혜진이 출연 중인 SBS <힐링캠프>에서 하차를 논의 중이다. 오는 7월 축구선수 기성용과 결혼을 앞두고 있는 한혜진은 결혼과 함께 영국으로 건너가 신혼살림을 차릴 예정으로 알려졌다.
매주 녹화가 진행되는 <힐링캠프> 출연이 사실상 힘들어 진 것이다. 한혜진의 갑작스런 하차로 인해 <힐링캠프>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2011년 출범 이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힐링캠프> 흥행의 ‘1등 공신’ 한혜진
2011년 7월 18일 첫 방송을 시작한 <힐링캠프>는 ‘힐링’이라는 화두를 새롭게 던지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프로그램이다. 특히 2012년에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유력 대선 주자들의 캐스팅에 성공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1인 토크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고,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일으키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KBS <안녕하세요>, MBC <놀러와> 같은 강력한 경쟁작들과 대결해 값진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렇듯 <힐링캠프>가 대성공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메인 MC 이경규의 노련한 진행이 프로그램의 무게 중심을 잡았고, 제작진의 세련되고 정갈한 분위기 메이킹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바로 여성 MC 한혜진의 대활약이 그것이다.
사실 처음 한혜진이 MC로 캐스팅 됐을 때 일각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았다. 예능 초보인 한혜진이 베테랑 MC 이경규와 김제동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누가 봐도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얼굴마담 역할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회의론까지 등장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했던 일이다. 그러나 한혜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뚝심을 가지고 프로그램에 성실히 임함으로써 초반의 우려를 찬사로 바꾸는데 성공한 것이다.
한혜진은 천진하면서도 명랑한 진행을 통해 프로그램 내 자신의 캐릭터를 누구보다 확고히 구축했다. 그는 초대 된 게스트들에게 묻기 힘든 돌직구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서슴없이 날리고, 때로는 천하의 이경규와 기 싸움까지 펼치며 의외의 재미를 만들어냈다. 박근혜를 ‘야근해’로 부르고, 문재인을 ‘문제일’이라고 부르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이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한 신선한 파격이었다.
또한 한혜진은 게스트의 말을 경청하고 적절한 리액션을 보여주는데도 능수능란했다. 이경규가 토크의 큰 줄기를 만들어 나가는 동안 한혜진은 수 십개의 곁가지들을 쳐 나가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특히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으로 토크의 맥을 이어나가고,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리액션을 곁들여 분위기를 띄우는 수완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이는 토크쇼 MC로서 본능적인 감각이 있지 않고선 힘든 일이다.
이처럼 한혜진은 건강하고 깨끗한 기존 이미지에 명랑 쾌활한 캐릭터를 덧입히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어 냈고, 진심을 다해 게스트를 대하는 진정성으로 시청자들과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이만하면 <힐링캠프>의 안방마님으로 손색이 없는 활약상이다. <힐링캠프>가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가장 공헌을 한 인물을 한 명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저 없이 한혜진을 첫 손에 꼽을 것이다. 그만큼 그는 <힐링캠프> 흥행의 ‘1등 공신’인 셈이다.
‘한혜진 하차’ 최대 위기 맞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프로그램 속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한혜진이 하차를 결정하면서 <힐링캠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 됐다. 가장 큰 문제는 누구를 후임자로 내세울 것이냐 하는 것이다. 한혜진이 예상 외로 너무 잘 해낸 탓에 후임자가 누구더라도 좋은 소리를 듣기는 힘들어 졌기 때문이다. 한혜진만큼 건실하고 모범적인 여자 스타를 찾아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상존한다.
물론 한혜진을 대체하기 힘들다면 아예 이경규에 필적할 베테랑 MC를 내세우는 방법도 있다. 예컨대 김원희나 이소라, 박예진 등 이미 예능 프로그램에서 실력이 검증 된 출연진을 캐스팅 한다면 프로그램에 안정감을 부여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신선함이나 새로움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이들이 <힐링캠프>가 추구하는 ‘힐링’에 얼마나 부합해 낼지도 미지수다.
어렵사리 후임자를 찾았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캐릭터 문제가 그렇다. 한혜진이 지금껏 만들고 고수해 온 캐릭터는 이경규와 김제동 사이에서 여성 MC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다. 하지만 후임자가 그대로 한혜진의 캐릭터를 차용해 쓴다면 ‘아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자칫 프로그램의 식상함만을 가중시킬 수 있다. <힐링캠프> 제작진으로선 아무리 좋아도 일단 한혜진의 잔상부터 지워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후임자가 프로그램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힐링캠프>의 수장 이경규는 지난 30년간 예능계를 종횡무진한 거물이다. 후임자는 그런 그에게 한혜진만큼 뻔뻔스럽고 당당하게 맞설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것이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보일지 의문이다. 자칫 어색한 ‘한혜진 흉내내기’에 그친다면 MC들 간의 팽팽한 균형은 단번에 무너지게 된다. 이경규의 1인 독주체제는 <힐링캠프>에 결코 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이제 모든 공은 <힐링캠프> 제작진에게로 넘어갔다. 우선 한혜진의 빈 자리를 채울만한 훌륭한 인재를 폭넓게 찾아야 하고, 이 후에는 최선을 다해 그가 프로그램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혜진의 하차가 출범 이래 최대 위기라는 점을 분명히 자각하여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번 사태를 조기에 마무리 지어야 하는 것이다. 앞서 지적한 여러 가지 문제만 해결해도 급한 불은 껐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시청률 하락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힐링캠프>에게 한혜진의 하차는 분명 치명적 악재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와 붙어 있는 말이라고 했다. 작금의 사태를 잘 수습한다면 <힐링캠프>는 나름의 생명력을 자랑하는 토크쇼로 시청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부디 <힐링캠프>가 한혜진 쇼크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명예를 지켜내기를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