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이 드라마 <개인의 취향>이후 3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 <상어>는 굉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드라마지만 시청률에 있어서만큼은 확신을 할 수 없는 드라마다. 이런 분위기는 손예진에게 있어서 결코 반가운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제작 발표회에서 ‘<직장의 신>도 좋은 드라마였기 때문에 우리 드라마도 시청률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손예진의 발언은 그 역시 시청률에 있어서만큼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까지 손예진이 주연한 드라마 중 호쾌하게 시청률이 좋았던 것은 거의 없었다. 데뷔작은 <맛있는 청혼>은 성공작이라 평할 만 했지만 <선희 진희>는 <여인천하>에 밀려 고전했고 <여름향기>는 계절 시리즈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연애시대><스포트라이트> <개인의 취향>등 역시 동시간대 1위는커녕, 10%대를 넘지 못하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청룡영화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한 손예진이라는 스타에게 있어서 이런 성적은 아쉬운 것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아무리 손예진의 등장이 없었다지만 <상어>역시 6%대로 곤두박질 치는 성적으로 앞으로의 시청률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예진은 아직까지 최고의 여배우중 하나로 꼽힌다. 드라마의 성적으로만 보면 크게 성공한 것은 없음에도 손예진은 아직까지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손색이 없는 배우인 것이다. 왜 손예진만은 다른 배우와 다른 대우를 받는 것일까. 그것은 그동안 그가 쌓은 커리어에 답이 있다.

 

<맛있는 청혼> 으로 브라운관에 데뷔하고 이 후, <취화선> 으로 충무로에 진출한 이래 지칠 줄 모르는 작품활동을 지속한 손예진은 20대 여배우 중 유일하게 고뇌와 외로움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배우다.

 

손예진의 강점은 어떤 이미지라도 그 스스로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자신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작품을 선택하고 연기하는 김태희와는 달리, 손예진은 그 작품 속에서 다른 캐릭터를 그려내는데 익숙하다. 그리고 그것은 그를 꾸준히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찾는 여배우로 만들어주었다.

 

<클래식>, <연애소설>, <내 머리속의 지우개>, <외출>, <작업의 정석>, <무방비 도시>, <아내가 결혼했다>, <오싹한 연애>, <타워> 등의 다양한 작품을 아우를 수 있는 배우는 손예진이 유일하다. 영화는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손예진이라는 배우가 다양한 작품 속에서도 자신의 이미지를 소모시키지 않고 외려 다른 이미지로의 전환을 꾀했다는 점에서 그는 스타보다는 배우의 이미지를 덧씌운, 거의 유일한 20대 여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다.

 

30대에 접어든 지금도 그런 이미지는 유효하다.이 이는 브라운관에서도 20대 때부터 <연애시대>, <스포트 라이트> 등 일반 여배우라면 꺼리는 이혼녀나 맨얼굴의 기자 역할을 자진해서 맡으며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드라마 속에서 손예진은 손예진을 보여주지 않고 극중 인물의 연기를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20대 여성이 알 수 없는 감정의 결까지 어루만진 손예진의 감성은 자연스러웠다. 최고의 연기력과 스킬을 보여주는 배우는 아니지만 자신이 가진 내면을 캐릭터에 녹여내며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표현해 내는 재능은 손예진만의 것이었다. 이에 손예진은 자신에 관련된 각종 루머마저 불식시키는 여배우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있었다.

 

 

드라마의 흥행성적 보다는 드라마의 작품성과 손예진의 연기력이 더욱 부각되면서 손예진이라는 브랜드는 시청률에 관계없이 흠집이 나지 않을 수 있었다. 손예진이 보여준 '열정'에 시청자들은 기꺼이 박수를 보냈던 것이다. 이는 성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이행해 온 배우가 아니고서는 가질 수 없는 커리어다.

 

이번에 선택한 <상어>역시 그런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부활> <마왕>등으로 호평을 받은 작가와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1, 2회 동안 보여준 스토리는 단순한 복수극 이상의흥미를 자아내는 분위기가 있었다. 1회에서는 첫사랑의 설렘과 인물들의 설명을 보여주느라 다소 쳐지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2회부터 전개된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는 이 드라마가 평범하지 않을 것임을 드러내는 부분이었다.

 

물론 첫사랑과 복수라는 조금은 식상한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 복수를 풀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결코 평범한 노선을 택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며 드라마의 전개에 흥미를 더했다. 그러나 다소 복잡한 인물관계와 감정선은 드라마 순간순간의 몰입도 보다는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할 때에야 비로소 그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매니아 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가능케 하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할 수는 있지만 시청자들을 점점 늘려 나가는데 있어서는 다소 불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비록 아직은 전면에 등장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 연기자들이 이 복잡한 심리 변화와 다채로운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까 하는 점만은 지켜볼만 하다. 특히나 손예진과 김남길은 연기력에 있어서만큼은 그 기대를 만족시켜줄 거라는 확신이 들기에 더욱 그러하다.

 

손예진은 그렇게 지금도 ‘스타’보다는 ‘배우’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상큼하고 예쁜 외모를 바탕으로 스타의 노선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흥행성적 보다는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역할을 택해온 손예진의 역량은 단순히 시청률에 머물러 있지 않다.

 

비록 이제는 손예진도 예전보다 나이가 들고 신선함도 사라졌지만 그가 가진 분위기와 성실함만은 인정해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거는 기대는 비록 그의 얼굴에 주름이 패이고 세월의 흔적이 그의 미모를 앗아가는 순간을 지나도 계속 지속될 만한 것이다. 그런 그이기에 오늘도 시청률싸움이 치열한 드라마판에서 손예진은 시청률과는 상관 없이 주연일 수 있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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