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목소리)>는 공중파에서 꽤 오랜만에 나온 시청률과 작품성을 모두 논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재벌, 불륜, 출생의 비밀 따위를 메인에 내세우지 않고도 어떻게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그 정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일단 장르적으로도 코미디와 스릴러, 판타지에서 법정 드라마까지 모두 녹아있다. 자칫 엉성해 질 수 있는 구성이지만 이 장르를 적재적소에 적절히 버무려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들고 있고 캐릭터 하나 하나의 매력 또한 놓치지 않으며 장면 장면에 임팩트를 주었다. 그 결과 높은 시청률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가 더욱 그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은 바로 다변적인 캐릭터에 있다. 극에서 민준국(정웅인)은 살인을 저지르고 그 사실을 증언한 장혜성을 끝까지 따라다니며 복수하려는 극악무도한 인물이다. 주인공 중 한 명인 박수하(이종석)은 정의롭고 의리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이 둘의 관계가 그다지 단순하지 않음을 암시한다. 이 드라마는 미드식의 다양한 에피소드속에서 그들의 관계에 대한 복선을 깐다. 장혜성(이보영)은 진실을 밝히고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해 악연관계인 검사 서도연(이다희)와 손을 잡지만 그 선택이 옳바른가 그렇지 않은가는 애매모호한 지점으로 남았다. 그들은 살인을 저질렀지만 그 살인을 저지른데는 이유가 있었고 그 이면에는 그들의 인생이 있었다. 물론 살인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범죄지만 드라마는 변호사로서 변호인의 사정을 깡그리 무시한 채, 복수심에만 불타오른 장혜성의 태도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결국 장혜성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민준국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박수하에게 ‘살인은 하지 마라. 그 순간 그의 악행과 잘못은 모두 사라지고 결국 우리는 가해자가 된다.’며 진심어린 눈으로 호소한다.

 

이 드라마는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놓치는 또 하나의 장르가 숨어있다. 이 드라마는 바로 ‘성장 드라마’라는 것이다. 다소 이기적이고 자기만 알던 변호사 장혜성은 다양한 사건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진정한 변호사가 되어간다. 그 성장은 악인과 선인을 구분하지 않고 다변적인 캐릭터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악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민중국은 장혜성의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을 보며 눈물이 글썽해 지고 언제나 정의 편에 서있을 것 같았던 박수하는 섬뜩한 눈빛으로 칼을 바라보며 복수를 다짐한다.

 

<목소리>는 드라마 속의 에피소드를 통해 민준국에도 사연이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가족이 죽었다’고 말하는 민준국의 눈빛 속에서 그도 그만의 인생을 살아왔음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박수하의 안타까운 과거가 집중 조명되었지만 악인인 민준국에게도 지키고 싶었던 것이 있었고 살인을 저지를만한 이유가 있었음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살인은 용서 받을 수 없는 극악무도한 범죄라는 사실을 이 드라마는 놓치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이 드라마 속에서 복수보다는 용서라는 결말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는 막장이 아닐 수 있고 심각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심각하지 않게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즐길 수가 있다.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는 사람들은 모두 완벽하지 않다는 당연한 사실을 짚어내며 등장인물들에게 실수를 허용하고 그 실수를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드라마가 재미와 작품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이유도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면서도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들의 성장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있는 <목소리>는 주인공들의 다소 어리석은 행동에도 그들을 응원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보여준 전개 만으로도 앞으로의 전개 역시 명품일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명품 드라마와 인기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가진 <목소리>에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