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초 MBC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혀 왔지만 경쟁작인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KBS <천명>에 밀려 동시간대 꼴찌에 머무르는 중이다. TV 주 시청층인 주부들의 관심을 충분히 끌만한 학원물임에도 불구하고 <여왕의 교실>이 지지부진한 성적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바로 올해 초 방송된 KBS <학교 2013>에 있다.

 

 

 

 

 

<학교 2013><여왕의 교실>, 같은 것과 다른 것

 

 

사실 <학교 2013><여왕의 교실>은 공통점이 많은 작품이다. 우선 학교를 배경으로 한 학원물이라는 점이 같다. <학교 2013>이 고등학교를, <여왕의 교실>이 초등학교를 무대로 삼는 차이점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비슷한 환경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주요 인물 또한 교사, 학생, 학부모로 단순하게 구분되고 보다 명확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장르 특성상 당연한 일이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교육현장의 모습을 드라마에 담으려는 노력도 역력하다. <학교 2013><여왕의 교실>에서는 성적에 목숨 거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부추기는 학부모, 무기력한 교사들과 책임 회피에 급급한 관리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디테일한 설정에 있어 약간의 차이점은 있을지언정 흔히 말하는 공교육의 문제점은 놓치지 않고 드라마로 펼쳐내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작품 속 학부모의 역할이다. 최근 학원물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약방의 감초로 존재하고 있는 학부모는 때론 교사와 대립하고, 때론 교사와 협력하며 극적 긴장감을 일으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학교 2013>에서 민기엄마로 화제를 모은 김나운과 <여왕의 교실>에서 도도하고 카리스마 있는 학부모 운영위원을 연기하는 변정수 등이 좋은 예다. 날이 갈수록 커지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작품에 반영한 결과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이러한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학교 2013><여왕의 교실>이 전혀 다른 평가를 듣는 것은 왜 그런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공통점만큼이나 확실한 차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 2013>에서 눈에 띄는 설정 중 하나는 교장과 기간제 교사의 관계를 고용인과 피고용인 즉, ‘갑을관계로 설정했다는 점이었다. 결국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교사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흥미를 자아냈다.

 

 

그렇지만 <여왕의 교실>에는 그런 모습이 존재치 않는다. 고현정은 기간제 교사이지만 누구보다 당당하고, 교장 윤여정은 여전히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의뭉스런 존재일 뿐이다. 심지어 고현정은 호신술 교육을 하는 교감에게 시간낭비하지 말라며 망신주기까지 한다. 현실을 최대한 반영하고 했던 <학교 2013>과 일본 드라마 특유의 판타지성이 가미된 <여왕의 교실>의 차이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학생들의 캐릭터 또한 다른 점을 보인다. 고등학교가 배경이었던 <학교 2013>은 수능을 코앞에 둔 고등학교 2학년생들의 불안한 심리와 이기심, 사회에 대한 반항과 폭력 문제를 주로 다뤘다면 초등학교가 무대인 <여왕의 교실>은 학예회 준비, 왕따 등의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장나라와 고현정

 

 

허나 <학교 2013><여왕의 교실>의 운명을 갈라놓은 결정적 차이점을 한 가지만 뽑으라 한다면 뭐니뭐니해도 교사를 꼽을 수밖에 없다. <학교 2013>의 장나라와 <여왕의 교실>의 고현정이야말로 두 작품의 색깔을 규정하는 절대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학교 2013><여왕의 교실>은 너무나도 다르게 교사의 모습을 그려냈고, 이것이 곧 시청자들의 호불호를 결정짓는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

 

 

<학교 2013>에서 장나라는 기간제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성적보다 인성을 중시하고, 수능준비가 아닌 진짜 교육을 목표로 하는 열성적인 교사다. 문제 학생의 집에 찾아가 밤새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뿐더러 어떠한 저항이 있어도 자신의 교육적 가치를 놓치지 않는다. 바꿔 말하자면 장나라는 대중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참교육자의 면모를 그대로 구현해 낸 캐릭터다. 시청자들이 장나라의 성공과 실패에 박수를 보내며, 격려와 응원을 멈추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여왕의 교실>의 고현정은 정반대의 성격이다. 그는 성적으로 반 아이들을 줄세우고, 매일 같이 쪽지 시험을 보며, 반목과 갈등을 조장해 학생들끼리 대립하게 만든다. 그가 무슨 의도를 갖고 이렇게까지 극단으로 치닫는지 알 길 없지만, 교사가 이런 식의 교육을 한다는 것은 대중에게 매우 충격적인 장면이다. 원작을 보지 못한 대다수의 국내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토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여왕의 교실>의 파격적 스토리 라인은 신선함과 궁금함은 자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채널을 고정시킬 만한 편안함과 익숙함을 동반하지는 못했다. 드라마 속 별명처럼 마녀로 보이는 고현정에게 시청자들은 여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고, 교사가 보여줘야 하는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다. 특히 누구보다 이런 쪽에 민감한 주부층들은 어색함을 이기지 못하고 다른 드라마를 선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게다가 <학교 2013>의 장나라는 성장하는 캐릭터였다. 기간제 교사라는 신분적 한계, 수능점수와 참교육이 모호해진 교육 현실, 속 썩이는 아이들이 벌이는 수많은 문제들 속에서 그는 학생과 함께 성장하고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 결과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진심어린 존경을 받을 자격을 갖추었고 완고했던 학부모들의 고집 역시 꺾었다. 성장의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낸 것이다.

 

 

이와 달리 <여왕의 교실>의 고현정은 이미 완성된 캐릭터. 그는 학생들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꿰뚫어 보고 있고,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는 무소불위의 교사다. 학부모들의 항의조차 일대일 면담으로 단번에 수습할 만큼 엄청난 언변의 소유자인데다가 모르는 것도, 못하는 것도 없는 절대자다. 시청자들이 그를 바라보며 느끼는 것은 저렇게 완벽한 사람이 도대체 왜 이해하기 힘든 교육을 하는가?”하는 궁금증일 뿐이다. 장나라가 불러일으킨 가슴 깊은 공감 대신 단순한 호기심만이 남아 있는 것이다. 시청자와 함께 성장하지 못한 고현정의 이야기를 어떻게 설득력 있게 풀어내느냐가 <여왕의 교실>이 직면한 최대 과제인 셈이다.

 

 

결국 호평 속에 막을 내린 <학교 2013>과 아직까지 미지근한 <여왕의 교실>의 운명은 이처럼 장나라와 고현정이 갈랐다. 이상적인 교사상을 추구하며 시청자와 함께 성장했던 장나라를 경험한 대중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독단적이고 냉철한 마녀고현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남은 것은 <여왕의 교실><학교 2013>이 구축해 놓은 공고한 학원물의 틀을 어떻게 깨 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여왕의 교실>이 성공하고 싶다면 적어도 지금껏 놓쳐온 공감대와 설득력의 수준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공감과 설득의 토대 위에 나름의 몰입도 있는 스토리를 펼쳐 놓는다면 <여왕의 교실> 또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이제 모든 공은 <여왕의 교실>에게 넘어갔다. <여왕의 교실>이 앞으로 남은 3개월을 훌륭히 꾸려나가길 바란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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