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방영된 드라마 <가정부 미타>는 근 11년 만에 일본에서 40%를 넘는 기염을 토했다.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제외하면 우리 주변에서 어느 곳에나 볼 수 있는 집안에 가정부인 미타가 들어오면서 그 집안의 문제점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그 문제들로 인한 트러블이 생기면서 ‘뭐든지 다 해주는’ 미타의 캐릭터가 부각된다.

 

<가정부 미타>는 최근 한국에서도 리메이크 논의가 되고 있다.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 열풍에 따른 또 하나의 드라마로 해석해도 무방하지만 최근 리메이크 되고 있는 드라마들을 살펴보면 결코 <가정부 미타>의 리메이크 논의는 우연이라 할 수 없다.

 

우선 미타의 캐릭터를 살펴보자. 미타는 드라마 속에서 스스로를 ‘로봇’이라 칭한다. 미타를 소개 해 준 소개소의 사장은 이런 경고를 한다. “그 아이는 명령이라면 무조건 따른다. 예를 들어 사람을 죽이라면 죽일지도 모르는 아이다.” 그 말처럼 미타는 감정을 배제 하고 절대 울거나 웃지 않으며 가정부로서 그 어떤 명령도 다 따르는 캐릭터다. 그리고 주목해야 할 점은 미타가 엄청난 능력자라는 점이다. 미타는 가정부로서 뛰어난 요리와 청소, 세탁등 완벽한 일처리는 물론, 수학문제를 암산하는 능력이나 다른 사람 목소리를 흉내 내는 능력까지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캐릭터다. 이쯤 되면 우리에게도 익숙한 캐릭터들이 떠 오른다. 바로 얼마 전 리메이크 된 <직장의 신>과 최근 방영되고 있는 <여왕의 교실>의 주인공들이다.

 

 

<가정부 미타>의 미타가 나오기까지 일본에는 <파견의 품격(<직장의 신> 원작)>과 <여왕의 교실>이라는 드라마가 존재했다. <파견의 품격>에서의 오오마에 하루코는 자신의 감정을 내세우기 보다는 수없이 많은 자격증을 바탕으로 완벽한 일처리를 통해 회사에서 인정받는 능력자다. <여왕의 교실>의 아쿠츠 마야 역시 마찬가지다. 선생으로서 아이들의 성적 향상을 시키는 것은 물론, 체육이나 무술에도 뛰어난 엄청난 인물이다. 아쿠츠 마야는 이런 캐릭터의 시초격 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캐릭터는 <가정부 미타>에서 정점에 치닫는다. 오오마에 하루코나 아쿠츠 마야는 각각 직장과 학교에서 능력을 펼쳐 보이며 사실은 따듯한 그들의 속마음이 점점 드러나며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미타는 명령이라면 그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미성년자의 성관계 요구에도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하는 대담함을 지녔다. 이런 식의 설정이 한국 정서와 얼마나 맞을지도 문제이지만 이런 설정을 빼고 간다고 했을 때 가정부 미타의 캐릭터가 얼마나 살지도 문제다.

 

뿐이 아니다. <가정부 미타>를 잘 살펴보면 엄청난 막장 요소가 산재해 있다. 한 가정에서 불륜, 왕따, 미성년자 성관계, 자살, 폭력 등 엄청난 가정 문제들의 총집합이 한데 모여 섞여 있는 것이다. 그런 막장 요소들 역시 한국의 정서에서 비난의 수위를 감안하고도 어느 정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부 미타>는 일본에서만큼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파견의 품격>이나 <여왕의 교실>역시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들은 모두 일본에서 20% 중반을 넘기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일본의 시청률 집계 방식은 한국과 다르기 때문에 20%를 넘기면 초대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캐릭터들이 한국에서 <직장의 신>의 미스김(김혜수 분)과 <여왕의 교실>의 마여진(고현정 분)으로 재탄생 됐다. 그리고 이제는 그 끝판 왕이라고 할 수 있는 <가정부 미타>의 리메이크 논의까지 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점이 크다. 직장과 학교를 넘어 가정에서도 이제 감정을 배제한 능력자의 출연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가정부 미타>가 일본에서 40%를 넘기면서 일본에서는 그 현상에 대해 각종 분석이 일었고 그 이유 중 하나로 많은 평론가들이 일본의 대지진을 이유로 꼽았다.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마저 중지되고 방사능이 방출되는 상황에서 일본 사람들은 새로운 영웅을 찾았고 그것은 감정이나 정 따위에 얽매이는 것이 아닌, 모든 문제에 명쾌한 해답을 가지고 실질적인 해결을 도와주는 미타 같은 도움의 손길을 원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도 어쩌면 도움의 손길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직장의 신>에서 미스김이 모든 일을 척척 해결해 나갈 때 얻는 카타르시스와 <여왕의 교실>의 마여진이 아이들을 조종하며 교훈을 주는 교육방식은 드라마적 판타지지만 동시에 우리나라의 사회상을 반영한 모습이다. 비정규직 차별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마당에 미스김은 일종의 히어로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점차 극단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운 요즘 마여진 역시 그들을 통제할 유일한 수단처럼 보인다. 그들은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다. 우리 사회에 부정적이고 어두운 기운이 팽배할 때, 그들이 보여주는 능력은 엄청난 희열로 다가온다.

 

어쩌면 우리도 지금 능력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직장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우리의 힘이 너무 약하다. 그래서 뭔가 확실하고 확고한 답을 내려줄 인물,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춘 사람을 열망하고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그런 능력자들이 일본에서 히트를 친 만큼 한국에서도 똑같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직장의 신>의 미스김은 호평을 받았지만 시청률은 동시간대 2위를 벗어나지 못했고 <여왕의 교실>의 마여진은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공감을 이끌어 내지만 아직까지 10%의 고지를 뚫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일본에서는 뛰어난 히어로일지 몰라도 한국에서는 다소 그 파급력이 약하다.

 

드라마의 천편일률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난 독특한 캐릭터가 한국에서도 재조명 받는다는 것은 신선하고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순히 일본식 캐릭터에 기대 리메이크 열풍으로 일본식 히어로를 무작정 받아들이는 것은 무분별한 일일 수 있다. 일본에서 건너온 그들은 물론 시선을 사로잡기도 하지만 능력만을 강조하는 그들에게 다소 지치기도 한다. 더군다나 6년에 걸쳐서 구축되어온 이런 캐릭터들이 한국에서는 단 2년 만에 모두 쏟아지고 있다. 이런 캐릭터들이 식상해 질 우려역시 존재한다.

 

그런 캐릭터들이 갖는 장점도 물론 무시할 수 없지만 이제는 감정을 배제하고 자신의 능력만 내보이는 그들에게서 벗어나 ‘한국형 히어로’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우리사회의 단면이 일본과 닮아있단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한국에서라면 '한국식으로' 일을 해결하는 인물들이 필요하다. 미묘하게 다른 정서는 더 많은 사람을 TV앞으로 끌어들이게 하지는 못한다. 앞으로는 단순한 리메이크로 이어지는 일본의 ‘독한 캐릭터’열풍을 잠재우고 한국의 정서에 딱 맞는 신선하고 독특한 한국식 히어로가 나오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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