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이라는 작가는 방송계에서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된지 오래다. 임성한의 힘은 그동안 단 하나, 시청률로 증명되어 왔다. 언제나 동시간대 1위와 20%가 넘는 시청률로 파워를 증명해 온 그는, 드라마를 집필할 때 마다 엄청난 논란에 시달렸지만 결국은 높은 대중적 관심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재주를 타고난 작가였다.

 

이번 <오로라 공주>역시 마찬가지다. 동시간대 1위라는 타이틀로도 모자라 드라마는 연일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화제성도 일일극 중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 <오로라 공주>가 끝나는 즉시 수많은 기사가 쏟아지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대중적인 반응도 가장 확실하다.

 

이런 와중에 갑자기 드라마에서 주인공 오로라(전소민 분)의 오빠로 출연하고 있는 오대규와 손창민의 하차 논란이 일었다. <오로라 공주>에 쏟아지는 관심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이 사태 역시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극중에서 오금성(손창민)과 오수성(오대규)은 각각 남자 주인공 황마마(오창석 분)의 누나인 황미몽(박해미 분)과 황자몽(김혜은 분)과의 러브라인이 예정되어있었다. 임성한 드라마 치고는 다소 평범한 스토리라는 평가를 듣는 와중에 4중 겹사돈이라는 설정만은 임성한식 막장 코드를 그대로 대변해 주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그런 부분마저 ‘임성한’이기에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존재했다. 임성한은 당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토리라인을 구사한다. 앞뒤 스토리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지도 않고 허점이 발견되지만 장면 장면으로 시선을 사로잡게 만드는 독특한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한다. 그리고 그 어필은 언제나 통했다. 러브라인이 채 무르익거나 시작되기도 전에 오대규와 손창민은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받았고 결국 미국으로 떠나는 설정을 받아들였지만 그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시청자역시 황당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손창민은 극중에서 박해미와 제대로 된 연애를 시작도 못했고 오대규는 한창 드라마의 활력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단서만 잔뜩 던져놓고 결국 마무리를 미국행으로 결정지어버린 것은 벌려놓은 스토리가 감당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4중 겹사돈이라는 소재는 상당히 끌고 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겹사돈은 이미 50%가 넘었던 작가의 전작 <보고 또 보고>에서 다뤘다. 하지만 오빠 셋을 둔 오로라와 누나 셋을 둔 황마마의 가족을 전체로 엮어버리면 스토리 라인이 다소 지저분해지고 중구난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황당한 점은 이런 지저분함과 중구난방이 바로 임성한 드라마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라는 점이다. 애초에 그런 설정으로 시작했다면 그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것은 온전히 작가의 몫이다. 이 4중 겹사돈과 오빠 셋, 누나 셋이라는 설정은 이 드라마의 트레이드 마크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런 중요한 설정을 작가는 중간에 마음대로 교체한다. 이것역시 중구난방이다. 스토리를 위해서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애초에 이런 설정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면 설정 자체를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만들어 놓은 설정을 버릴 때에는 그만한 이유와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갑작스런 미국행으로 결정지은 것은 스토리의 앞 뒤 전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즉흥적인 설정이다. 복선이나 단초도 없이 결정된 하차를 쉽게 받아들일 시청자는 많지 않다. 더욱이 이는 배우의 입장이나 사정 때문이 아닌, 오로지 일방적인 작가의 결정에 가까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황당함은 극을 달렸다.

 

 

 

 

애초에 중간 하차를 고지한 상황이라면 몰라도 갑작스러운 통보식 하차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하차하는 배우들 역시 6개월간 스케줄을 조정하고 나름대로 시간 안배를 하는 등의 준비를 했다는 입장을 전하며 당황스러움을 표현했다. 결국 갑작스런 하차 통보는 배우들에게도 예의 없는 행동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하차 논란 속에서도 <오로라 공주>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차논란은 오히려 임성한 드라마의 또다른 막장코드가 되며 드라마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했거나 오히려 시청률 상승에 도움을 준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잘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에게 어떠한 이유나 설득도 없이 갑작스러운 하차를 종용하는 것은 작가로서 갑의 횡포에 불과하다. 아무리 막장계의 대모라고 하지만 배우들과의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는 임성한 작가의 태도는 그가 드라마에서 항상 강조하는 ‘가정교육 잘 받은 여자 주인공’과도 정반대의 태도다. 임성한식 막장이 그만의 스타일로 인정받는다지만 배우들과의 관계마저 막장으로 처리하는 그의 태도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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