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주인공으로서 이요원이 가진 메리트는 사실상 그다지 많지 않다. 화제성이 높은 연예인도 아니고 뛰어난 연기력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장면을 기대하기도 여의치 않다. 다만, 튀지않고 안정적인 연기력과 부담 없는 마스크가 이요원의 장점이다. 그래도 여주인공으로서 이요원이 가지는 위치는 사실 조금 아쉬운 측면이 있었다. 이요원은 2001년 <푸른 안개>에서 주연을 맡은 이후, 무려 14년간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요원이라는 이름 석자가 각인될만한 작품은 없다고 해도 좋았다. 그리고 이요원이 <황금의 제국>을 선택했다.

 

이요원은 주연급 배우지만 엄밀히 말해 주조연에 더 가까운 캐릭터였다. 그동안 이요원은 다수의 작품을 거쳐 <외과의사 봉달희>나 <선덕여왕>같은 시청률 높은 작품에서 타이틀롤로 열연했다. 그러나 이요원은 <외과의사 봉달희>에서는 이범수에게, <선덕여왕>에서는 고현정에게 존재감에서 현저히 밀리고 말았다. 이요원의 연기는 딱히 거슬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특징적이지도 않았다. 평범하다는 것은 여자주인공으로서 다소 안타까운 특징이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매력을 표출할 때, 시청자들은 그 배우를 주목한다. 이요원은 이 지점에서 성공했다고 볼 수 없었다.

 

 

 이요원, 부족했던 여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

 

<황금의 제국> 바로 전, 이요원이 출연한 <마의>에서 역시 이요원의 존재감은 살아나지 못했다. 긍정적이고 특징있는 인물을 숱하게 소화하고도 이요원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이 그다지 크지 못했다는 것은결정적인 문제였다. 엄청난 기회를 수차례 가지고도 아직 여자 주인공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못했다는 점에서 캐릭터를 표현하는 이요원의 근본적인 매력에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이요원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지 못했지만 그래도 안정적이고 무난한 연기를 해냈다. 하지만 ‘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은 이요원의 주인공으로 분한 바로 그 드라마 안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요원’으로 대표되는 대표작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주연급 배우로서 상당히 큰 결함이었다. 안정적인 연기 이상의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결국, 이범수나 고현정같은 배우들의 그늘에 가려지고 만 것이다. 무난하지만 지나치게 평범하고 틀에 박힌 연기는 ‘톱스타 이요원’이라는 이름값에는 다소 부족한 것이었다.

 

<49일>에서는 빙의된 캐릭터로 사실상의 1인 2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지만 문제는 여전히 ‘주인공다운’ 한 방이 부족했다는 것이었다. <49일>에서의 이요원의 연기는 꽤나 인상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요원이 가진 파급력을 늘리지 못했다. 그것은 이요원의 스타성이나 매력도가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황금의 제국>, 이요원의 현명한 선택

그런 이요원이 <황금의 제국>을 선택한 것은 상당히 현명하다. <황금의 제국>은 회가 거듭될수록 주인공 뿐 아니라 수많은 인물들에게 설득력을 불어넣으며 캐릭터의 구축에 점점 힘이들어가고 있다. 주인공인 장태주(고수)보다 최민재(손현주)나 최동성(박근형)같은 캐릭터에 더 눈이 가는 것만 봐도 주인공 이외의 캐릭터가 가지는 설득력이 얼마나 강력한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요원은 여자 주인공으로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황금의 제국>은 <추적자>제작진이 만든 작품답게 시사점을 끊임없이 던지며 촌철살인의 대사와 캐릭터의 구축으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비록 시청률에서는 그다지 큰 재미를 보고 있지는 못하지만 드라마의 완성도에 있어서 만큼은 그 어느 드라마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이런 완성도 높은 드라마 속에서의 캐릭터들에 애정을 가지게 된다. 이요원이 맡은 최서윤은 남자 캐릭터에게 헌신하거나 자신을 버리는, 뻔한 캐릭터가 아니다. 최서윤은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권력다툼의 중심에서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협잡과 술수도 개의치 않는 캐릭터다. 결국 회사의 부회장 자리까지 오른 최서윤은 권력과 재력의 중심에서 캐릭터들을 좌지우지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자연스러운 이요윈의 융화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포커스는 이요원이 연기하는 최서윤에게만 맞춰져 있지 않다. 주인공인 고수와 그와 손잡은 손현주, 또 회장역을 맡은 박근형까지 음모와 술수로 촘촘히 엮여 있어 다양한 인물들이 동시에 부각된다. 이요원의 존재감은 여전히 발군이라 할 수는 없지만 예전과는 느낌이 다르다.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다양한 캐릭터들을 소화해 내며 그 중심에 함께 서있는 이요원 역시 그들과 동등해 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요원은 이번에도 뛰어나진 않지만 안정적인 연기로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그리고 그 안정적인 연기는 다양한 인물들이 부딪치는 가운데서 튀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황금의 제국>에서 이요원은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를 제대로 캐치해 냈다. 자신이 부각되며 여주인공으로서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자리가 아닌, 다양한 캐릭터들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묻어갈 수 있는 선택을 한 것이다. 더군다나 매니아 층이 생길만한 여지가 충분한 <황금의 제국>의 스토리 라인에서 이요원의 이미지 역시 함께 긍정적으로 변할 가능성마저 열었다. 이것이 바로 존재감이 부족했던 이요원이 지금까지 다수의 작품에서 뛰어난 배우들과 호흡하면서 배운 그만의 장점일지도 모른다. 이요원은 아직도 최고의 여주인공은 아니지만 그가 만들어 내는 조화로운 분위기만큼은 그만의 강력한 장점이 되고 있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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