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는 이미 노년에 들어선 할아버지들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신선할 수 있는가를 증명하며 대중들의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칠순이 넘은 할아버지들의 캐릭터가이렇게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전문 예능인도 젊고 혈기 왕성한 나이도 아닌 그들이 보여주는 그림은 대중의 기대를 기분 좋게 배반하며 이목을 사로잡는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은 물론 그들의 캐릭터가 독특하고 ‘노년층의 예능’이라는 발상이 신선한 까닭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나영석pd의 캐릭터 창출 능력이 없다면 이정도의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꽃보다 할배>의 H4(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는 예능에는 익숙하지 않은 인물들인 동시에 통제하기도 쉽지 않은 인물들이다. 나이를 고려해 지나치게 고생스러운 작업을 맡길 수도 없고 함부로 명령을 내리는 것도 여의치 않다. 또한 그들이 예능이라는 콘셉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 리 만무하다. 젊은 층의 감성을 이해하고 그 감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그들에게서 기대할 수 없다.

 

물론 그들은 프로지만 아예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인데다가 나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보다 할배>는 젊은 예능이다. 할아버지들은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그 캐릭터는 신선하고 때때로는 귀엽기까지 하다. 그들이 그런 캐릭터를 염두 해 두고 행동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들은 그들의 본의대로 행동했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 낸 것은 그들이 아닌, 나영석pd라고 봐도 무방하다. 시청자들에게 어필할만한 포인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다면 이런 편집방식은 불가능하다.

 

 

이서진, <꽃보다 할배>의 흥행 포인트!
 

나영석pd가 더 대단한 점은 <꽃보다 할배>가 할아버지 캐릭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인식했다는 점이다. 물론 그들은 신선하지만 젊은 층과 노년층을 잇는 접점이 필요했다. 그들의 캐릭터만으로는 단순한 여행기 이상이 될 수 없었다. 나영석pd는 여기에에 이서진이라는 인물을 넣어 할아버지들과 시청자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하게 했다. 이서진은 ‘짐꾼’이라는 콘셉트로 전반적인 여행 일정을 관리하고 할아버지들을 보필한다. 단순한 보조 역할인 것 같지만 할아버지들이 여행에 어려움을 겪을 때 그는 구원투수다. 단순히 할아버지들이 고생하는 콘셉트였다면 다소 지나쳤을 그림도 그에게 고생의 포인트가 옮겨가자 훨씬 부드러워졌다. 또한 전체적인 배경이 지나치게 올드해 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까지 한다.

 

재밌는 것은 이서진도 이미 40대 중반에 가까운 나이라는 것이다. 이미 나이는 찰만큼 찼지만 70대 할아버지들 사이에서 그는 단연 월등히 젊다. 실제 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고 활기찬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 그림을 그려낸 것은 나영석pd의 대단한 능력이다.

 

사실 이서진에게 쏟아지는 시선은 친근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서진은 뛰어난 학벌과 좋은 집안 출신으로 엄친아 이미지가 강했을 뿐이었다. 다작을 하는 배우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슈퍼스타도 아니었다. 지나치게 단정하고 각이 진 이미지 탓에 차가울 것이라는 편견마저 있었다.

 

 이서진의 의외의 모습, 엄친아 이미지에서 호감형 캐릭터로

 

그러나 이서진은 <꽃보다 할배>에서 능력이 있으면서도 살뜰하게 주변사람들을 챙기고 차분하며 예의있고 귀엽기까지 한 다양한 매력을 한꺼번에 보여주고 있다. 그의 인간미가 부각되는 것은 전체적으로 그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짐꾼으로서의 고생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그가 대접받고 대우 받는 위치에 있었다면 결코 그려질 수 없는 그림이다. 결국 이서진의 성공적인 예능 출연은 물론 그의 실제 성격을 보여줌으로써 일어난 일이지만 그를 적절하게 활용한 나영석pd의 공이 크다.

 

나영석pd는 <1박 2일>에서도 이승기를 단숨에 ‘허당 캐릭터’로 등극시키며 의외의 면을 발견케 했다. 그동안은 그냥 모범적이고 나이 어린 가수에 불과했다면 <1박 2일>이후 이승기는 착하고 예의바르며 성실한데 의외로 허당인 귀여운 이미지를 획득하며 전 국민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예능에 잘생긴 캐릭터가 주목받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망가지고 웃길수록 예능에서 주목받는 캐릭터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승기와 이서진은 잘생긴 캐릭터가 의외의 모습을 보여줄 때 그 파급력이 더 강력할 수 있음을 증명해 낸 예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의 캐릭터를 제대로 포착해 내고, 그들에게 단순히 ‘잘생긴’역할이 아니라 힘든 역할을 맡긴 나영석pd의 결정이 주효했던 것이다.

 

 

이서진은 사실 나영석pd가 연출했던 <1박 2일>에 출연한 전례가 있다. 당시에도 이서진은 다른 캐릭터들 보다 훨씬 더 예능 캐릭터로서 적합한 모습을 보였다. 3주의 짧은 기간의 출연 탓에 쉽게 잊혀졌지만 <1박 2일>에서 이서진이 ‘미대형’캐릭터로 매력을 발산한 것을 놓치지 않은 나영석pd의 눈썰미는 <꽃보다 할배>에서 결실을 맺었다.

 

이승기보다는 늦었지만 이서진은 예능에서 만큼은 포스트 이승기라 불릴만 하다. 그만큼의 관심과 성원을 얻을 캐릭터로서 거듭났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가 예능에 출연하기 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성과였다. 그렇게 이서진은 적절한 인물이 능력 있는 연출가를 만났을 때 그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확인시키고 또 성공적인 도약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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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inswrite.tistory.com BlogIcon 지식공장 2013.07.27 15: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나영석 PD의 구성능력에 감탄했습니다....게다가 2편 기사 나오는 걸 보면 아! 소리가 나올 부분이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