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미는 한 인터뷰에서 <결혼의 여신>의 여주인공을 선택하면서 욕먹을 각오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뚜껑을 열어보니 남상미가 맡은 송지혜 역할은 과연 시청자들의 원성을 들을만한 캐릭터였다. 두 남자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도 그러하거니와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분명히 하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려 다니는 우유부단의 극치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비호감의 그늘에 갇혀 버렸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염증을 느끼는 이유가 하나 추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상미가 비난 받을 것을 알면서도 이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비난을 받더라도 그 비난이 나중을 위한 이유있는 캐릭터의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라면 그나마 낫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 전개를 보이는 것도 아닐 뿐더러 단지 갈등 상황을 위해 캐릭터의 행동을 공감가지 않도록 만들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더군다나 2000년 방영된 <불꽃>과 그 이야기 구조가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점은 이 드라마의 크나큰 약점이다. 

 

 

<불꽃>은 우리나라 최고의 스타작가 김수현의 작품으로, 이영애가 주인공 김지현역을 맡아 시청률 40%를 넘긴 작품이다. 먼저 <불꽃>의 내용을 살펴보자. 김지현은 평범한 집안 출신의 미모의 드라마 작가로 외적인 조건은 물론, 재력까지 갖춘 집안 출신인 최종혁(차인표)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는다. 지현은 종혁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지 못하지만 적극적인 그의 구애에 약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여행지에서 다정다감한 성격의 이강옥(이경영)을 만나면서 마음이 흔들린다.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지만 지현과 강옥은 각각 약혼자가 있다. 여러가지 상황으로 둘의 사랑은 이어지지 못하고 지현은 결국 재벌남인 종혁과 결혼을 하지만 불행한 결혼 생활은 시작된다.

 

 

<결혼의 여신>역시  평범한 집안 출신의 매력적인 라디오작가인 송지혜(남상미)가 재벌남이며 외모까지 수려한 강태욱(김지훈)의 적극적인 구애로 약혼하지만 지혜는 태욱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 마음을 가라앉히려 찾은 여행지에서 ...김현우(이상우)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여러가지 상황으로 그 둘의 사랑은 이어지지 못하고 결국 재벌남인 태욱과 결혼을 해 불행한 결혼 생활이 시작된다.

 

 

얼핏 놓고 봐도 이 두 드라마는 상당한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의 직업은 물론 이야기의 줄기가 되는 내용이 거의 동일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표절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드라마 스토리는 유사해도 구조와 대사, 장면까지 유사하지 않는다면 표절 판결을 받아내기란 힘들다. 스토리는 한 작가의 독점적인 권리일 수 없다. 스토리는 얼마든지 변형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과거의 수많은 명작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드라마와 영화 산업이 풍성해졌듯이 말이다. 드라마에서도 수없이 신데렐라 스토리와 불륜 드라마가 리바이벌 되는 이유다. 그렇다 해도 기본 설정이 저정도로 유사한 것은 법적으로 표절 문제를 가리기는 힘들지라도 양심상의 문제다. 누가 보더라도 두 드라마의 유사성은 쉽사리 간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 문제는 없다 할지라도 심리적인 불편함까지 지우지는 못한다.

물론 <결혼의 여신>은 <뿔꽃>과는 다른 구성도 추가했다. 그러나 그 구성은 거의 대부분 자극적이고 적나라하다.  여주인공인 지혜가 현우와 하룻밤을 지내는 장면은 더욱 노골적으로 표현되었고 또 다른 불륜커플인 신시아 정(클라라)과 노승수(장현승)은 부인인 권은정(장영남)에게 당당하고 뻔뻔하다. 신시아 정은 급기야 '오피스 와이프' 이야기까지 꺼내며 권은정의 말문을 막았다. 문제는 이런 설정이 재밌고 흥미롭게 흘러가기 보다는 거북하고 불편하게 흘러간다는 점이다. 자극적인 이야깃거리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잡기 보다는 진부하다는 것도 문제다. 한마디로 불편하면서도 흥미롭지도 않다.

 

 

 <결혼의 여신>의 문제점은 앞으로의 전개 과정이 궁금하지 않다는 것이다. 비록 뻔하게 흘러가는 스토리라도 그 과정을 설득력있고 흥미롭게 풀어야 하지만 <결혼의 여신>은 그 지점에서 실패했다. <불꽃>의 이영애는 사랑하는 남자였던 이경영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서로의 약혼자와 맞딱드린 현실이라는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결혼의 여신>의 남상미는 단순히 우유부단할 뿐이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는 있지만 그 과정이 전혀 설득력있게 펼쳐지고 있지 않다. 결국 여주인공이 비호감으로 전락했고 드라마의 전체적인 스토리마저 답답해지고 말았다.

 

 

 <결혼의 여신>이 그 드라마 고유의 매력과 시청포인트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이 드라마가 시청률도 호평도 제대로 이끌어 낼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너무 안일한 설정과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의 실수는 드라마의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있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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