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제국>은 시청률이 높기 힘든 작품이다. 드라마의 구성이 단편적이지 않고 인간관계는 얽히고설켜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을 놓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순간순간의 몰입도가 높아야 시청률은 오른다. 그러나 <황금의 제국>은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때만이 그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비록 시청률은 아쉽지만 <황금의 제국>은 한 번 적응하기 시작하면 절대 끊을 수 없는 몰입도를 자랑한다. 모든 인물들에게는 나름의 행동의 이유가 있고 모든 일에는 이유와 결과가 있다. 촘촘한 설정을 통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인 까닭에 단순한 시청률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게 만든다.

 

 

<황금의 제국>은 작가의 전작 <추격자>처럼 선과 악의 대결구도라기 보다는 인물들에게 내재된 욕심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인물들이 그려내는 세계는 드라마적인 판타지라기보다 현실적인 욕망과 맞닿아 있다. 절대 악인도, 절대 선인도 없는 이야기 속에서 시청자들은 현실의 매서움을 본다.

 

 

드라마 세트장조차 실외가 아닌 실내로 옮겨왔다. <추적자>가 백홍석(손현주)이 강동윤(김상중)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 여정을 소재로 해 야외촬영이 많았던 것과는 반대다. 또한 추적자가 남성성을 강조한 선이 굵은 작품이었다면 <황금의 제국>에는 여성들의 대립각이 전면에 등장했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상 현재 극의 중심에 위치한 강력한 시청 포인트다.

 

 

드라마에서 한정희(김미숙)와 최서윤(이요원)이 보이는 감정싸움은 드라마의 백미다. 이 여성들의 싸움은 단순하지 않다. 기존의 드라마들이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삼각관계나 가정사 때문에 여성의 대립각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황금의 제국>은 여성들의 권력과 정치 싸움에 초점을 맞춘다.

 

 

그 싸움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물론 탄탄한 구성이 뒷받침되는 것이 이유지만 연기자들의 뛰어난 연기력에도 한 몫 했다. 이요원은 그동안 다소 부족한 존재감을 가진 주인공이라는 평가를 뒤집기라도 하듯, 생각 이상의 호연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중견배우 김미숙은 가히 최고의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김미숙이 맡은 한정희는 이 드라마 속에서 악역에 가깝다. 여주인공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물론, 남편의 죽음을 계획적으로 이용한다. 겉으로는 우아하고 교양있는 얼굴로 천사같은 표정을 짓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무서운 칼날을 숨기고 있다.

 

 

그러나 한정희 역시 이유가 있다. 한정희는 복수를 위해 최동성에게 접근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회사의 지분이 아니라 그에게 고통을 선사한 사람들의 파멸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의 아픈 과거사가 있다지만 그 복수를 당사자도 아닌, 딸에게 할 거라는 그에게서 정당성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는 악역에 가깝다. 물론 드라마는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그에게 모든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 없게 만들지만 전체적인 긴장감이 그로 인해 조율되고 있는 것이다.

 

 

죽어가는 남편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딸의 얼굴을 볼 수 없도록 하는 주도면밀함과 의붓딸을 감옥에 보낼거라는 섬뜩함은 그의 차가운 표정과 더불어 엄청난 긴장감을 자아낸다. 김미숙의 연기가 대단한 점은 굳이 악을 쓰고 소리 지르지 않고도 그에 버금가는 갈등을 창출해 낸다는 점이다. 눈썹 움직임 하나까지 계산된 것 같은 세밀한 연기 속에서 시청자들은 섬뜩함마저 느낀다.

 

 

김미숙은 그간 얼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그대로 착하거나 우아한 역을 주로 맡아온 배우다. 그러던 그가 <찬란한 유산> 속의 악역을 선택한 후, 그에 대한 평가는 완벽하게 달라졌다. 독한 연기는 소화하지 못할 거라는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그의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그는 <찬란한 유산>속의 백성희 역할을 자신의 또 다른 분신처럼 소화해 냈다. 딸과 자신만을 위해 주인공을 괴롭히던 백성희는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지만 김미숙의 연기 만큼은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김미숙은 그 속에서도 특유의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역할 변신을 무리없이 해 낸 것이다. 그간의 연기 내공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이번에도 김미숙은 재벌 총수의 마나님의 이미지를 잃지 않으면서도 복수의 칼날을 들이대며 시청자들을 소름끼치게 만들고 있다. 그의 차분한 외모 때문에 그런 팽팽한 긴장감은 더욱 배가 된다. 우아한 악역의 독보적인 존재로까지 평가될만하다.

 

 

중견배우가 젊은 배우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내보이고 역의 중심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극중 박근형 죽음의 아쉬움마저 잊게 만들만큼 그의 연기는 뛰어나다. 드라마 속에서 그의 최후가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되는 이유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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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newnicestart.tistory.com BlogIcon 서점 2013.08.07 15: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황금의 제국 작품성이 매우좋다던데 한번 꼭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