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새 예능 <마마도(가제)>의 편성을 확정지었다. 이 예능에는 김수미가 출연을 확정지었고 강부자와 접촉을 시도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마마도>의 제작 소식이 들리자마자 관심은 뜨거웠다. 홍보부터 <꽃보다 할배>를 염두해 둔 듯, ‘꽃할매’라는 콘셉트로 대놓고 비슷한 느낌임을 강조했다. 화제가 된 예능을 그대로 벤치마킹 한 것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더 황당하다. 중견 여배우 4명이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로 <꽃보다 할배>와 차이점이라고는 할아버지가 할머니로 바뀌었다는 점 밖에는 없다. 논란을 피해갈 생각이 없었는지 ‘<꽃보다 할배>의 할매판’이라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이정도로 콘셉트가 겹치는 것은 도저히 우연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토크쇼나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 그 진행 방식이 비슷할 수밖에 없지만 독창적인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엄연한 표절이고 도둑질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제제 가능한 방법이 없다고 하나 창작물의 특징적인 오리지널리티를 그대로 베끼는 것은 황당한 일이다. 더군다나 <꽃보다 할배>가 2탄을 끝으로 휴지기를 가지는 마당에 <꽃보다 할배>의 오리지널리티를 사용한 예능이 계속 방영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KBS측이 이런 행동을 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점은 이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볼 수밖에 없게 만든다. 한동안 KBS의 대표 예능이었던  <1박 2일>은 초반 <무한도전>의 카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남자 예능인들이 등장한다는 점, 그들이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를 통해 방송 분량을 채운다는 점, 그들의 경쟁 구도를 강조하는 게임과 PD의 영향력을 전면에 드러냈다는 점, 심지어 그들이 오프닝을 위해 서있는 모습까지 비슷하다는 의혹이 쏟아졌다. <1박 2일>은 차츰 그들만의 방식을 통해 시청자들을 설득해 나가고 고유의 매력을 찾았지만 <무한도전>의 영향을 강력히 받은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1박 2일>은 표절 논란을 벗었기에 그나마 사정이 낫다. <불후의 명곡>은 사실상 MBC <나는 가수다>의 아류로 시작했다. 기존 가수들이 나와 경연을 벌인다는 콘셉트를 그대로 따라했다. 물론 <불후의 명곡>의 무대가 훌륭할수록 시청자들은 <불후의 명곡>에도 관심을 보였으나 그런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까지 면죄부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시청자들이 그런 표절논란에 둔해졌다고 해서 남의 오리지널리티를 그대로 카피하는 것이 용납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쉽게 표절논란이 넘어가자 KBS측은 이제 대놓고 <아빠, 어디가?>를 베낀 예능을 선보일 계획이다. 아직 타이틀은 미정이지만 관찰형식으로 아빠가 아이들과 지내는 모습을 촬영하는 콘셉트로 집안일에 서툰 아빠와 그와 생활하는 아이의 모습을 담을 계획이다. 여행 콘셉트를 제외한 <아빠, 어디가?>라고 과언이 아니다. <아빠, 어디가?>가 한참 인기를 얻고 있는 와중에 동일한 콘셉트를 활용한 예능을 선보이는 것은 양심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식으로 예능을 만든다면 여자 예능인을 섭외해 군대를 체험하게 하는 <진짜 여장부>같은 프로그램이 생길 수도 있다. 누가 봐도 콘셉트가 겹치는 예능을 마음대로 가져다 쓰는 것은 방송계에서 결코 환영받을 일이 아니다.

 

 

 

물론 대세 예능이란 존재할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 있을 당시에는 모든 방송사가 경쟁하듯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열풍이 많이 식은 지금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은 여전히 케이블등에서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대세를 따르는 것과 콘셉트를 동일하게 가져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엄연히 예능도 기획과 고민을 통해 낳은 창작의 영역이다. 물론 하나의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벤치마킹은 가능할 수 있지만 그 벤치마킹은 적어도 이정도로 노골적이어서는 안된다. 설사 노골적이고 싶거든 최소한 벤치마킹한 프로그램이 끝날 때 까지는 기다릴 양심은 있어야 한다.

 

 

케이블도 아닌 공중파에서, 그리고 시청료를 챙기는 공영 방송에서 경쟁사 프로그램을 마구잡이식으로 차용해 예능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은 결코 환영받을 수 없는 일이다. 설사 그 프로그램들이 전부 일정부분 성공을 거둔다 해도 이런 풍조가 용인된다면 KBS측에서 성공적인 예능을 만들어 냈을 때, 그것을 다른 방송사가 차용해 가는, 결국은 제살 깎아먹는 경쟁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표절논란만 보더라도 <마마도>가 바로 <1박 2일>을 만든 나영석pd작품을 표절한 것이라는 점이라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KBS의 대표 예능이 사라져 버린 시점에서 예능국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고민의 끝이 색다른 아이디어와 빛나는 창의성이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의 벤치마킹에 있다는 것은 본인들 스스로 반성하고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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