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계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전문 예능인들이 아닌 어린이, 군인, 배우, 노인까지 예능이 소화하는 출연자들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예능이 어떻게든 예능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들을 진행자로 내세우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면 이제 예능은 아이디어와 신선함으로 무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최근 성공한 예능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단순히 웃기고 망가지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특징이다. 아빠와 아이의 관계, 군대 문화, 노년층의 여행등, 웃음 포인트가 좀처럼 창출되지 않을 것 같은 환경 속에서 독특한 콘셉트와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은 더욱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예능은 웃겨야 한다는 본질적인 속성은 유지 하면서도 또 다른 의미를 찾기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상 예능 경험이 전무한 이들이 예능에서 주목받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어떤 틀 안에서 그들이 가진 매력을 보여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아빠 어디가>와 <꽃보다 할배>의 전 출연진, <진짜 사나이>에서는 김수로 정도를 제외하고는 예 능에 능한 캐릭터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오히려 정작 주목받는 것은 김수로가 아니라 예능을 모른다고 해도 좋을만한 장혁이나 류수영, 박형식이다. 그들이 가진 새로움은 ‘군대’라는 틀 안에서 색다른 형태로 발현된다. 군대에 최적화 된 장혁의 노련함은 알게 모르게 통쾌함을 가져다주고 박형식의 당황스러움은 웃음 포인트가 된다. 그들은 군대 안에서 연예인이라는 타이틀을 벗어 던지고 철저히 약자의 입장에서 예능을 풀어 나가기 때문에 대중들의 친숙함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예능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신선함과 독특함이라는 콘셉트 위에 진정성과 감동 코드를 배합한 것이 그 이유다.

 

 

<아빠 어디가>에 시청자들이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부분은 아이와 아빠가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 나가는 과정이다. 엄마가 보고 싶어 울음을 터뜨렸던 아이가 아빠와 친해지는 과정은 가슴 뭉클함을 느끼게 한다. 아이에게 가혹했던 아빠가 아이에게 다정한 말 한마디를 건네려 노력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이런 느낌이 더 극명하게 전달되는 것은 ‘가족’ 구성원이면서도 서먹할 수밖에 없는 아빠와 아이의 관계의 특징이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다소 서툴고 아쉬웠던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점차 발전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아빠에게 상처받았던 과거를 드러내기도 하고 아빠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 과정속에서 진솔하거나 순수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웃음기 넘치는 예능감 보다는 따듯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스스로 아이들의 그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어한다. 악플의 자정노력마저 스스로 이뤄진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아빠 어디가>의 강점은 전해오는 그 감동에 있다. 가식적이지 않은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시청자들은 단순히 예능을 넘어 ‘가족’을 본다. 그리고 때때로 아빠와 아이를 떠나서 사람과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까지 한다. 조그만 변화로도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기적을 본다.

<진짜 사나이>가 인기 있는 이유 역시 단순히 군대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힘든 군생활을 견뎌낸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신선함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도 물론 강점이지만 <진짜 사나이> 속에서 주목받는 캐릭터들은 군대를 넘어서 열정을 보여줘야 한다.

 

힘든 군대 체험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 못하면 한 번 더 해보겠다는 패기. 그리고 결국에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전우애까지. <진짜 사나이>는 남성성을 극대화 해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다채롭게 포착해 냈다. 그러나 동시에 훈련에 대한 두려움이나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 역시 놓치지 않는다. 군인 이전에 사람일 수밖에 없는 그들의 나약함 역시 제대로 잡아내며 능숙하지 못한 샘 해밍턴이나 박형식의 실수도 놓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시청자들은 그들에게 공감이 가고 그들의 처지를 동정하게 된다. 그리고 끝내는 그들의 어려움이나 전우에 대한 애틋함마저 받아들인다. 비록 제대로 하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게 소리없는 응원을 보내는 것이다. 결국 그들의 심경 변화에 깊이 공감할수록 <진짜 사나이>에 쏟아지는 관심은 늘어난다.

 

 

 

<꽃보다 할배>역시 웃음 뒤에 숨겨진 감동을 내세웠다.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더 적은 할아버지들이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나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서로 서로의 모습을 그리워 할 때 느끼는 감동은 다른 예능이 갖지 못한 강점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스케줄 상으로 여행을 중도 포기해야 하는 신구의 ‘나 서운하다’는 한 마디에도 시청자들은 알 수 없는 묵직한 감동을 느낀다.

 

그것은 그들이 가진 삶의 무게 때문이다. 살아온 만큼 묻어나는 삶의 연륜이 섞인 한마디 한마디는 같은 말이라도 더 큰 울림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결코 자신들이 최고라 내세우지 않고 다른 이들에 대한 존중마저 보이는 할아버지들의 모습은 삶에 대한 태도를 재고해 보게 한다.

 

시청자들은 이제 더 이상 웃음만을 좇지 않는다. 웃음 속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진정성을 느끼길 원한다. 단순한 웃음 뒤에 숨은 마음의 울림이 시청자들이 원하는 또 다른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예능도 진심을 보여줘야 할 때가 됐다. 점점 변화하는 예능의 입맛을 맞추는 것은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사람 냄새가 나는 예능의 대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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