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이하 슈스케)>는 오디션 열풍을 몰고 온 주역으로서 시즌 5까지 유지된 현재로서는 유일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슈스케>가 시즌 5까지 높은 관심을 불러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오디션의 스타를 다수 배출해 낸 결과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악마의 편집’이라고 불리는 편집 기술에도 그 공을 돌릴 수 있다.

 

 

잔뜩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인물을 예고편에 삽입하고 끝내 오디션 모습을 공개하지 않은 채, ‘다음 주에 공개 됩니다’라는 타이틀을 바라볼 때, 교묘하게 편집된 화면 때문에 비난을 듣는 참가자들이 나중에 억울함을 호소할 때, 시청자들은 소위 ‘낚였다’는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그 편집 기술은 시청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하는 구석이 있다.

 

 

더욱 자극적이고 독한 화면이 등장할수록 <슈스케>의 인기는 올라가고 화제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런 자극성은 심사위원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어서, 양현석, 박진영, 옥주현 등 방송에 등장한 심사위원들은 나름대로의 심사 기준이 대중의 기호에 맞지 않거나 너무 편파적으로 잘린 편집 덕택에 커다란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슈스케5>에서도 그런 논란은 여지없이 일어났다. 바로 과거 인기가수였던 한경일의 등장에서였다. 심사위원들은 한경일이 본명 박재한으로 등장하자 그가 한경일이란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여기서 제작진의 1차 노림수가 드러난다. 한경일이라는 선입견이 없는 상태에서 심사위원들이 이미 기성가수인 한경일을 어떻게 평가할까 하는 흥밋거리를 만들어 내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목소리만 듣고 평가하는 <보이스 코리아>같은 오디션이라면 1차 합격에서 심사위원들이 사연을 알고 말고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지만 당락의 결정에 ‘사연’이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슈스케>에서 굳이 사연을 미리 심사위원들에게 공지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이 한경일을 알아볼까 보지 못할까 하는 심리와 알아보지 못했을 경우, 어떤 심사평을 내릴까에 대한 긴장감을 노린 것이 분명했다.

 

 

그들의 기대대로 그들은 한경일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이승철의 ‘열을 세어 보아요’를 부른 그에게 혹평을 쏟아냈다. 그 혹평 속 가장 큰 화제가 된 것이 조권의 심사평이었다. 조권은 “노래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노래가 좀 느끼했다. 사실 노래를 이렇게 잘하는 사람들을 굉장히 많다. 노래방 가서도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본인의 개성도 조금 부족한 것 같고 감동이나 여운도 느껴지는 게 없었다"며 심사평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그가 심사한 인물이 바로 한경일이라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조권보다 훨씬 더 선배이고 실력면에서도 조권에 비해 뛰어났으면 뛰어났지 뒤질 것이 없다는 전제조건이 조권의 심사평을 ‘건방지게’ 만들어 버리고 만 것이다. 급기야 조권의 심사위원 자격 논란까지 불거지며 조권은 비난에 직면했다.

 

 

한경일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야 당황한 표정을 보인 조권의 태도에 수많은 사람들이 ‘조권이 평가한다는 것이 이상하다’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슈스케>가 대단한 뮤지션을 뽑는 자리는 아니다. 스타성과 재능을 겸비한 인물을 뽑는 대회인데, 여기에 찍히는 방점은 재능이 아니라 스타성이다. 결국 자신만의 커리어와 이미지를 쌓아가지 못한다면 <슈스케>이상의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한경일 역시 계속 기성가수의 자리를 유지하지 못한 것은 마케팅의 실패에서 비롯됐다. 스타가 되는 데는 실력보다 이미지와 운, 그리고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런 까닭에 조권이 그 자리에 못 앉아 있을 이유는 없다. 그가 설사 실력이 부족하고 별다른 재능이 없다 하더라도 어쨌든 그는 기성가수로서의 입지를 쌓았다. 그것이 그의 노래실력 보다는 그가 강조한 ‘깝권’의 이미지 덕택이었다 하더라도 스타로서의 커리어는 단순한 노래실력이 전부가 아닌 <슈스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박재한이라는 참가자의 분위기가 반전 된 것도 그가 한경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난 후였다. 결국 <슈스케>는 사연이 설득력을 가지면 다음 단계로의 진출이 훨씬 용이하다. 그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결국 조권의 발언은 부적절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조권의 심사평은 최소한 솔직했다. 박재한은 한경일이라는 브랜드 없이 다음 단계로 진출하기는 힘들 정도였다. 노래는 나쁘지 않았지만 한 방이 부족했고 심금을 울리기에도 다소 무리가 있었다.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은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솔직한 평이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은, 단순히 그의 배경 탓이었다. 물론 ‘티셔츠 탓인지 느끼하다’는 식의 인신공격성 발언은 문제가 될만했다. 그러나 다른 참가자에게 했다면 그 발언도 크게 문제가 될 수는 없었다. 결국 조권에게 쏟아진 비난은 그에 비해 한참 어리고 부족한 후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사위원석에 앉아있는 한, 그는 어디까지나 솔직해도 될 명분이 있다. 애초에 그가 한경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심사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심사위원 자리에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고는 또 다른 문제다. 그가 그 자리에 있지 못할 까닭도 없고 말이다.

 

 

그러나 <슈스케>는 그가 심사위원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는다. 단순히 후배가 선배를 비난한 그 순간에 초점을 맞춘다. 결국 쏟아진 기사들은 ‘조권의 혹평’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비난은 조권을 향한다. 어떻게 보면 조금 황당한 상황이지만 <슈스케>가 원하는 딱 그만큼의 반응이다.

 

 

결국 조권은 제작진이 파놓은 덫에 보기 좋게 걸린 첫 번 째 희생양이 됐다. 악마의 편집을 노린 책략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그러나 그 덫에 걸린 것도 어쩌면 그의 숙명이다. <슈스케>의 심사위원을 허락한 순간, 칭찬보다는 독설이 빛을 발하고 무난함보다는 논란이 가치를 얻는다. 그런 방송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 다른 희생양은 누가 될 것인가. 결국 <슈스케>는 시즌 5까지 살아남는 비결을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 대중들이 기대한 대로 반응을 해 주는 순간을 확인하며 입가엔 만족스런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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