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박지윤이 ‘성인식’이라는 노래를 들고 나왔을 때, 그 첫 무대를 지켜보는 대중들은 대부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동안 박지윤이라는 가수가 가졌던 이미지를 모두 벗어 던지고 폭탄맞은 듯한 숏커트에 달라붙는 검은색 상의와 같은 색의 옆트임 치마. 빨간 립스틱과 광을 낸 듯 사이버틱하게 반짝이는 얼굴은 가히 파격이라 할 만했다. 그의 나이 막 20살. 야릇한 가사와 어우러진 노골적인 춤사위는 ‘성인식’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자극적인 인상을 남겼고 결국 앨범은 성공을 거둔다.

 

 

박지윤의 성인식은 성적인 뉘앙스만을 풍기는 단순한 섹시코드가 아니었다.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 그대 더 이상 망설이지 말아요.” 라는 가사는 소녀로서 표현할 수 없었던 욕망을 당당히 드러내며 성인으로서의 자신을 당당히 내세우겠다는 포부마저 엿보였다. 물론 소녀에서 막 성인이 된 여성의 욕망을 드러내며 은밀한 성적 뉘앙스도 풍겼지만 소녀와 여인의 경계를 활용하면서도 그걸 수줍음이나 풋풋함으로 포장하지 않고 대놓고 강렬한 콘셉트로 이전의 이미지를 부정하고 노골적인 춤사위로 대중을 압도한 덕에 오묘한 느낌을 주는, 뭔가 다른 섹시 코드가 완성이 됐다. 성인식은 그리하여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해 냈고 당시 가장 핫한 섹시가수로 박지윤을 등극시키는 역할마저 해냈다. 그만큼의 충격이 성인식에는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선보인 선미의 솔로 타이틀 곡 역시, 박지윤의 성공을 다분히 의식한 선택이다. 이제 20대 초반인 선미가 원더걸스 타이틀을 내려놓고 솔로 가수로서의 성공의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앨범이라는 점에서 JYP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다. 선미의 의상은 상체보다 하체가 강조되었고 ‘24시간이 모자라. 내가 너를 만지고 니가 나를 만지면’ 같은 가사는 은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무 역시 엎드린 채 골반을 튀기거나 남성의 무릎위에 서서 몸을 뻗는 등, 섹시 코드를 확실히 첨가하려 한 흔적이 보인다. 어느 부분에서는 잠시 성인식의 안무가 떠오르기도 한다. 박진영이 박지윤 이후 13년만에 안무며 의상, 프로듀싱까지 ‘올인’한 작품이라는 점도 닮았다. 공을 들인 작품인 만큼 홍보도 거창했다. 복귀 전부터 수많은 보도 자료와 기사들이 쏟아지며 선미의 컴백을 알렸고 티저와 뮤직비디오에도 신경썼다.

 

 

선미 역시 인터뷰에서 “박지윤 선배의 '성인식' 영상을 많이 봤다” 면서도 “박지윤 선배와 마냥 비슷하지만은 않다. 성숙하고 원숙한 섹시미보다는 여자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덜 여문 섹시미를 어필한다는 게 묘하게 닮았지만 외적으로는 많이 다르다.”며 다분히 성인식을 의식한 발언을 했다. 분명히 선미는 박지윤과 달랐다. 그러나 결코 그 ‘다름’이 더 ‘나음’이라는 말이 될 수는 없었다.

 

 

박지윤은 박진영이 프로듀싱하기 이전에도 이미 ‘하늘색 꿈’ ‘가버려’ ‘아무 것도 몰라요’등의 히트곡을 보유한 여고생 가수였다. 그 잠재력을 끝까지 끌어낸 것이 ‘성인식’이긴 했지만 ‘성인식’은 솔로가수, 여고생 가수로서 박지윤의 이미지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그 효과가 극대화 됐다. 그 전에도 이미 박지윤은 혼자의 무대로 성공한 전례가 있는 가수였다.

 

 

반면 선미는 원더걸스로서 활동하기는 했지만 선미 자체의 이미지가 대중에게 명확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선미 자체의 강렬한 이미지 보다는 원더걸스의 히트곡의 이미지로 뭉뚱그려져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같은 멤버들 사이에서도 소희나 유빈 같은 멤버들에 비해서 선미가 두드러진 특징이 있는 멤버라고 보기도 힘들었다. 원더걸스라는 그룹의 영향력아래 선미의 이미지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박지윤같은 충격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또한 박지윤의 섹시 콘셉트는 그 시대에 상상하기 힘들었던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물론 당시에도 섹시 가수는 존재했지만 감히 성적인 욕구조차 당당히 표현하는 20살이라는 콘셉트는 충격적이었다. 섹시하겠다고 머리를 숏커트로 자르고 삐죽삐죽 세우는 경우도 없었다. 아무리 섹시해도 여성적인 아름다움이 수반된 섹시함을 추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박지윤의 경우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대담한 스타일링을 통해 이미지를 변화시켰다. 예뻐 보이기 보다는 다르게 보이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는 파격이라고 할 수 없다. 선미는 인터뷰에서 “노출이 심한 의상이나 긴 웨이브 헤어, 짙은 스모키 화장이나 하이힐 등이 전형적인 섹시 코드인데 나는 거기서 벗어났다. 힐도 안 신고 맨발로 춤을 추고 머리도 싹둑 잘라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섹시미로 어필하려고한다." 라고는 했지만 그 섹시가 과연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파격적이면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콘셉트인지는 의문이다.

 

 

이미 맨발 콘셉트나 짧은 머리는 가인이 솔로 앨범에서 한 적이 있다. 선미의 콘셉트가 전형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개성적이지도 않은 것이다. 이미 많은 가수들이 여성의 욕망을 노래했고 노골적인 춤사위를 선보였으며 경쟁적으로 노출을 선보인 후다. ‘선미’라는 브랜드가 대중에게 더 매력적인가에 관한 의문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노래 자체의 퀄리티는 나쁘지 않다. 정성을 들였다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선미의 목소리는 박지윤의 가성보다 귀에 꽂히지 않는다. 자신만의 섹시를 보이겠다고는 했지만 남들보다 더 섹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뭔가 다른 아우라를 풍기지도 못한다. 전체적으로 평범하다. 모든 콘셉트가 박지윤이랑 비교할 것도 없이 다른 가수들에 비해서도 그다지 독보적이지 못하다. 어쩌면 선미 자체가 섹시 콘셉트와는 완벽히 조화를 이룰 수 없는 가수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직 성공이냐 실패냐를 논하는 것은 이르다. 그러나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는 제 2의 성인식이 되기에는 그 파장이 너무나 짧다. 선미가 하면 섹시함의 분위기가 다를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어쩌면 착각이 아니었을까.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