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작가는 그동안 그가 썼던 모든 드라마들을 동시간대 1위에 올려놓을 정도로 저력이 있는 작가다. 50%가 넘었던 <파리의 연인>부터<프라하의 연인>, <연인>, <온에어>,<시티홀>,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등의 작품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김은숙 고유의 이름을 드높였다.

 

 

김은숙 작가의 장점은 본인 스스로 말했듯, 평범한 내용을 감각적으로 그려내는 능력에 있었다. 사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왕자님 판타지를 자극하는 순정만화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김은숙 작가는 그들의 캐릭터에 독특한 개성을 불어 넣을 줄 알고 통통튀는 대사로 장면 장면을 집중하게 만들 줄 안다. 대중들이 원하는 포인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막 첫 회가 방영된 <상속자들> 역시 김은숙 스타일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직 초반일 뿐이지만 러브라인과 결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재벌남과 가난한 여자라는 공식에 그들이

 

 

맞게 될 험난한 고난과 역경조차 눈에 보이듯 그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속자들>이 기대되는 것은 요새 ‘핫’하다는 청춘스타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캐릭터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작가의 필력을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속자들>의 첫 회는 생각보다 지나치게 평범했다. 힘들지만 열심히 사는 캔디형 캐릭터에 직설적이고 할 말 다하는 특징을 더했지만 여주인공은 <시크릿 가든>의 액션배우, 길라임(하지원)보다 매력적이지 못하고 전형적인 재벌남에 상처를 가진 남자 주인공은 틀에 박힌 캐릭터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악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2회가 기대될 정도의 흡입력도 없었다.

 

 

 

 

가장 큰 문제를 꼽자면 그들의 극중 나이다. 극중 인물들은 이제 겨우 18살. 고등학생의 탈을 썼다. 그러나 배우들이 그 정도 나이를 감당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서 그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박신혜나 크리스탈, 박형식 정도는 몰라도 주인공인 이민호만 해도 20대 중후반인 나이다. 고등학생의 풋풋함은 기대하기 어렵다. 김우빈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결코 철없는 고등학생으로 보이기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최원영, 윤손하등의 젊은 배우들이 벌써 고등학생의 부모님 역할을 맡은 것 역시 감각적이기 보다는 어색해 보인다. 그들은 잘 봐줘도 그들의 삼촌, 이모 벌 이상의 비주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민호는 <꽃보다 남자>에 이어서 다시 고등학생을 맡았고 김우빈 역시 <학교2013(이하 학교)>에 이어 다시 고등학생 역할을 맡았다. 그들의 외모가 그 시점에서 현저히 변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작품들과 <상속자들>속의 설득력은 차이가 있다. <꽃보다 남자>나 <학교>같은 경우, 아예 고등학교가 주 무대였다. 고등학교 속이라는 전제와 배경이 깔렸을 때, 그들의 실제 나이는 캐릭터 속에 좀 더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 그러나 <상속자들>속의 김탄(이민호)나 최영도(김우빈), 여주인공인 차은상(박신혜)까지 그들이 고등학생이어야 하는 당위성은 찾기 힘들다. 교복이나 학교는 등장하지 않았고 그들의 상황을 부각시키기 위해 방학이라는 전제를 내세웠다. 방학에도 보충수업을 나가거나 특별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은 그곳에 없었다. 그들이 그들의 삶을 표현하는 무대는 학교가 아니다. 굳이 학교일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더군다나 ‘캘리포니아에 왔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아몬드를 실컷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이었다’같은 감각적인 김은숙 작가의 대사톤은 도저히 18살의 그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그들이 대학생인 설정이 나았다. 아무리 돈이 많다 해도, 아무리 가난하다 해도 18살에는 18살의 고민이 있다. 아르바이트를 세 개씩 뛰면서 생활전선에 뛰어든 캔디의 엄마는 통장에 800만원이나 가지고 있는 재벌집의 가사도우미다. 굳이 여주인공이 생활 전선에 뛰어들고, 성인이 되기도 전에 미국으로 도피하려는 계획을 세우는 설정이 필요했을까 싶어지는 지점이다. 그것은 드라마의 대사처럼 ‘너 고등학생 맞냐?’라는 의문을 던지기에 충분했다.

 

 

고등학생이라는 배경이 별로 필요치 않은 상황에서 우겨넣은 고등학생이라는 설정은 장면 장면을 튀게 만들 뿐이었다. 실제로 김우빈의 반항심을 표현하기 위해 넣은 왕따 장면은 김우빈의 나이가 실제 고등학생과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것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아무리 부인해도 <상속자들>은 미국 드라마 <가십걸>이나 <the O.C>같은 작품들에 영향을 받은 모습이다. 그러나 미국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의 고등학교와 한국의 고등학교는 그 본질 자체가 다르다. 더군다나 미국 드라마 속에서도 고등학교는 중요한 무대로 등장한다. 그들이 10대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학교 속에서 겪어야 하는 일들에 대한 설정을 통해 좀 더 그럴 듯한 그림을 그려 넣는 것이다. 그들의 모습이 비록 현실은 아닐지라도 ‘고등학생’이라면 고등학생의 느낌이 드라마 안에서 충분히 표현되어야 한다. <상속자들>은 그걸 놓쳤다. 결국 그들의 나이는 그들의 이미 성숙해져 버린 얼굴과 행동덕분에 오히려 어색한 설정이 되고 말았다. 이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할 것인가. 그것은 앞으로 그들이 보여줄 세계가 그들의 나이를 잊어버리게 할 정도로 흥미로울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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