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수퍼모델 코리아(이하 도수코)>를 시청하는 포인트는 비단 모델들의 멋들어진 사진 촬영 때문만은 아니다. 출연한 모델들이 서로 간에 보여주는 갈등 상황이나 경쟁심리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가 된다. 사진이라는 것은 대다수 오디션 프로그램의 본질인 노래나 춤처럼 시청자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나 흥밋거리를 던져주기 힘들다. 사진은 대중성보다는 예술성에 더 기반한다. 전문가가 아닌 한, 사진을 그렇게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공연이 아닌, 한 장의 사진으로 평가받는 그들의 탈락의 기로는 그래서 그 희열이 덜하다.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이 그들의 ‘인간성’이다. 출연진들의 매력이나 갈등이 증가할수록 이목은 집중된다.

 

 

<슈퍼스타K>조차 출연진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리나 캐릭터를 적극 활용하고 악마의 편집을 내세운 작전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도수코>가 흥미를 자아내는 방식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다. 오디션이라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현장 역시 또 다른 쇼이고 그 쇼가 계속 되기 위해서는 인기는 필수불가결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가 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슈퍼스타K>가 아무리 악마의 편집을 사용해도 그 본질은 그들이 펼치는 무대에 있듯, <도수코>역시 그 본질을 그들의 모델적 역량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도수코>는 그런 본질에 충실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이 만들어 낸 악녀의 생존을 보면 알 수 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도수코 시즌4>에서는 정하은이라는 악녀가 등장했다. 그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며 상대방을 자신의 잣대로 평가해 무시하고 불편하게 만들고 싫어하기까지 하는 독한 캐릭터다. 자신이 싫어하는 참가자에게 워킹이 힘든 옷을 던져주고 그 참가자가 물에 빠지자 깔깔대고 웃는다거나 자신의 복장을 따라하는 것 같다는 애매한 이유로 상대방을 미워하고 무시하는 행동은 결코 어른스럽지 못하다. 급기야 그는 최근 방송에서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악녀 캐릭터는 무조건 손해만 보는 캐릭터는 아니다. 일단 엄청난 주목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모습은 긍정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악녀캐릭터가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며 남에게 상처를 주는 등의 ‘피해’를 입힐 때 그 캐릭터의 호감도는 급격히 하강한다. 더군다나 그 캐릭터가 실제 성격이라는 전제가 깔린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그 강도가 더 심해진다. 프로그램이 끝나도 평생 따라다닐 이미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람이 미워도 단순히 그 사람이 짜증난다는 이유로 사람에게 상처를 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앙금을 풀기위해 얘기를 해보고자 하는 상대방의 의견마저 묵살하고 자신의 입장과 감정만 있는 정하은의 모습은 일종의 패악에 불과하다.

 

 

 

 

 

시청자들은 정하은이 떨어지기를 바라고 그가 실패하기를 염원한다. 더 이상 저런 불편한 감정을 초래하는 사람을 응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악녀는 시청률의 구심점이다. 그가 만들어 내는 갈등이 커지고 강렬할수록 <도수코>의 인지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는다.

 

 

<도수코>의 악녀는 굳이 <도수코>의 원형인 미국판 <도전 수퍼모델(America's next top model)>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시즌2의 진정선, 시즌3의 최소라만 봐도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다. 이중 최소라는 안티 팬의 공격을 당할 정도의 밉상 캐릭터였다. 물론 시즌4의 정하은은 이들을 모두 뛰어넘는 엄청난 트러블 메이커다. 그러나 이들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진정선과 최소라는 무려 시즌2, 3의 우승자였고 정하은 역시 이제 4회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살아남아있다.

 

 

방송이 끝나고 검색어에 오르는 것도 이 악녀의 이름이다. 인지도는 확실히 올라간다. 물론 이들의 성격이 부각되는 이유는 단순히 프로그램의 편집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성격이 프로그램의 인지도를 높이고 재미를 보장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악녀’는 결국 <도수코>를 끌고 가는 힘이다. 모델’이라는 본질적인 목표보다 이들의 캐릭터가 더 주목을 받고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들이 일궈낸 프로페셔널한 사진 한 장보다 악녀의 이름이 더 기억에 남는 자극적인 방송이 시청자들은 끌어 모을 수는 있겠지만 과연 앞으로도 대중을 계속 상대하는 직업을 업으로 삼아야하는 그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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