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는 배우다.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출연한 수많은 작품 속에서 빛났기 때문이었다. 감동적인 연기를 펼친 <호로비츠를 위하여>부터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잔혹한 <오로라 공주>, 표독스러운 악녀로 영화 전반을 장악한 <인사동 스캔들>, 로맨틱 코미디 <미스터 로빈 꼬시기><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부터 코미디 영화인 <댄싱퀸>, 공포 스릴러인 <베스트 셀러> <몽타쥬>까지 엄정화는 영화 <바람부는 날에는 앞구정동에 가야한다>로 데뷔하고 21년간, 끊임없는 작품 활동으로 배우로서의 영역을 공고히 했다.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엄정화가 보여준 개성적인 연기는 그 상당한 내공을 보였다. 그러나 엄정화는 언제나 충무로의 외면을 받는 비운의 배우였다.

 

 

 

엄정화는 故 장진영이 <싱글즈>에 출연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때 조차 그에 못지않은 분량으로 연기를 펼치고도 수상 후보조차 오르지 못했다. ‘춘사영화제’에서는 <인사동 스캔들>로 수상 후보가 됐지만 신민아에 밀렸다. 엄정화에게 영화계의 벽은 높았다. 드디어 2010년 9월, <춘사 영화제>여우 주연상으로 선정됐지만 여전히 엄정화에게 있어서 메이저급 여우주연상은 머나먼 이야기기였다.

 

 

수많은 영화에서 뛰어난 연기를 보이고도 수상자 명단에서는 빠져있었던 엄정화에게 ‘충무로’는 가혹하리만큼 ‘정통성’의 잣대를 들이댔다. 연기자로 데뷔했지만 가수로서 더 이름을 날렸고 가수 활동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그이기에 충무로는 그를 ‘배우’로서 인정하기 보다는 ‘가수출신’이라는 꼬리표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못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의 21년동안의 연기생활 동안 그에게 수여된 상장이 이렇게 초라할 수는 없었다. 메이져 시상식에서는 작년에야 겨우 <댄싱퀸>으로 백상 예술대상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을 뿐이었다. 이제야 겨우 인정을 받기 시작한 엄정화는 아직도 순수 영화제에서의 여우주연상 소식에 목이 마를 수밖에 없었다.

 

 

엄정화는 팔색조 같은 매력을 펼쳤다. 비록 이름만으로 관객을 불러모을 만큼의 스타성이나 배우로서의 이미지는 다소 강렬하지 못할 수 있지만 그의 연기는 언제나 관객들의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스크린 속에서 엄정화는 자신이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배우였다. 결코 한 곳에 머물지 않는 근면함과 성실함은 가수출신 엄정화가 아니라 '비범한 배우' 로 각인시켰다. 이는 엄정화의 각고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 한 일이었다. 엄정화는 언제나 다른 스토리와 다른 배역을 찾아다니며 고인 물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무대 위에서 화려한 의상과 춤을 추는 엄정화는 스크린에서 없었다. 가수와 배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유일무이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배우로서 그가 여우 주연상 혹은 여우 조연상을 받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엄정화는 폄하 당했고 무시당했다. 엄정화는 대중들에게 있어서 가수이자 배우였지만 충무로의 생각은 달랐다. 여우 주연상 후보에는 수차례 올려놓고도 단 한차례도 상을 받지 못했다. 어떤 때는 여우 주연상 후보에서조차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엄정화는 상의 유무에 연연하지 않고 끊임없는 작품 활동을 통해 자신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았다. 단순히 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닌,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펼치려는 열정이 엄정화에게는 보였다. 대중들은 엄정화의 영화를 거부하지 않았다. 엄정화는 스크린에서도 무대위에서도 자연스러운,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엄정화가 드디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대종상에서 엄정화는  눈물을 쏟아냈다. “정말 받고 싶었다”는 수상소감은 평범한 말이지만 그가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었던 그간의 마음고생을 그대로 보여준다. '여우주연상'의 상징적인 의미는 크다. 메이져 정통 영화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다는 것은 연기자로서의 가능성 뿐 아니라 배우로서의 인정이라는 의미가 있다. 대중들은 언제나 그를 배우로 인정했지만 충무로가 그를 배우로 인정하기까지는 너무 오래걸렸다. 엄정화는 결국 데뷔 후 21년만에 자신의 커리어에 여우주연상이라는 한 줄을 추가했다. 별 것 아닌 성공이 아니다. 엄정화는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고 마침내 그 문을 열어제낀 것이다.

 

 

재능과 노력, 열정의 황금비율로 ‘한국의 마돈나’라는 타이틀과 ‘여우주연상’을 동시에 거머쥔 엄정화는 ‘가수’와 ‘여배우'로서 모두 기억 될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움으로 모두의 박수를 받는 자리에 우뚝 선 엄정화의 뚝심은 그 어떤 자리에서도 엄정화라는 이름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뿐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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