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히 결과중심주의인 한국에서 해외 무대에서 활약한다는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미인대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성상품화에 후보자들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대회지만 해외 미인대회, 특히 ‘미스 유니버스’같은 큰 대회에서 활약이라도 하면 그 후보에 대한 이미지는 바뀐다.

 

 

당선 당시 ‘한국적이지 않고 얼굴이 어색하다’라는 평을 들었던 이하늬는 매력적이고 강렬한 외모로 미스 유니버스 4위에 당선이 되자 말 그대로 미스 코리아의 전설이되었다. 지금도 수많은 미스 코리아 후보자들이 이하늬를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꼽는다.

 

 

올해 당선된 김유미 역시 아름다운 외모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에게 쏟아진 것은 아름답다는 찬사보다는 ‘성형미인’이라는 비난이었다. 인신공격은 물론이고 국제망신이라는 과격한 비판도 쏟아졌다.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과거의 모습이 공개되었기 때문이었다.

 

 

 

미스 유니버스에서 세미 파이널 (상위 16명)에 탈락하자 비아냥은 더 심해졌다. 당연하다는 반응부터 성형 수술한 후보이기 때문이라는 이유 분석까지 김유미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가혹하리만큼 무거웠다.

 

 

그러나 미스 유니버스 대회는 성형을 특별히 문제삼지 않는다. 올해 당선자인 베네주엘라의 가브리엘라 이슬러 역시 성형수술을 한 후보다. 베네주엘라에서는 전문적으로 성형부터 워킹, 스피치까지 모두 코칭하는 미인 사관학교까지 있을 정도다. 성형의 정도를 문제 삼을지도 모르나, 유니버스 대회는 트랜스젠더, 즉 성전환자의 참여도 허용한 적이있다 있다. 성형의 정도 역시 문제삼지 않는다. 후보들이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경쟁하고 성형을 하고 관리를 하는 와중에 한국의 성형 사실만 문제가 된다는 인식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며 유니버스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

 

 

물론 성형을 하지 않고 아름답다면 그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외모는 타고나는 것이다.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닌 것은, 성형수술한 얼굴이나 타고난 얼굴이나 마찬가지다. 타고난 부자나 타고나게 예쁜 얼굴이나 마찬가지로 큰 이득을 얻고 태어나는 셈이다.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주어진 자신의 장점을 굳이 비난할 필요도 없지만 굳이 찬양할 필요도 없다. 성형미인을 비난하고 자연미인을 칭송하는 것 자체가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단면이다. 못생기면 경쟁력 없다는 인식의 한국에서는 더욱 그런 경향이 짙다. 어떻게 보면 사회의 인식 자체가 남의 얼굴에 지적하고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가 강하다. 살 좀 빼라는 지극히 사적인 부분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간섭한다. 외국에서는 그런 말 자체가 엄청난 실례다. 그런 분위기가 바뀌지 않으면 성형 수술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없다. 단지 자연미인을 찬양하면서 성형을 지적하는 사람들의 심각한 오류이기도 하다. 중독적이고 반복적인 성형은 물론 지양되어야 하지만 이미 보편화된 성형수술을 부정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한국의 대표미인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분노할 필요도 없다. 성형수술은 이미 미인대회에서 보편화되어있다. 김유미를 보고 성형수술을 했다고 비난을 하고 한국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인식과 수준 문제다. 성형수술 공화국이라는 오명역시, 우리가 아니라면 그걸로 그만이다. 남들의 근거없는 비난에 발끈하는 것 자체가 성숙하지 못한 의식이며 그 말을 인정하는 꼴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김유미의 성형사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해외의 유력 사이트나 도박사등은 김유미를 유력 세미 파이널리스트로 뽑으며 수상 가능성을 점쳤다. 이하늬 이후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김유미는 아름다운 외모로 거의 모든 예상 순위에서 탑 16위를 차지했다. 그 중에는 탑 5에 김유미를 올려놓는 경우도 있었다. 김유미는 예선 프레젠테이션에서 눈도장을 확실히 찍으며 강력한 후보로 떠 올랐다.

 

 

그러나 이변이 일어났다. 김유미가 상위 16위에 불리지 않은 것이다. 그 뿐이 아니었다. 유력 후보로 점쳐졌던 폴란드, 프랑스, 볼리비아, 이스라엘, 파나마, 파라과이등도 상위 16위 진출에 실패했다. 그 자리는 중국, USA, 인도네시아, 에콰도르, 스위스, 베네주엘라, 필리핀 등,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후보가 채웠다.

 

 

상위 16위 중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푸에르 토리코 역시, 상위 10명을 뽑는 2차 선발에서 탈락했다. 결국 상위 5명은 브라질, 필리핀, 베네주엘라, 에콰도르, 스페인이 차지했고 이 중 우승은 베네주엘라였다.

 

베네주엘라, 미스유니버스

 

이상한 것은 베네주엘라가 그렇게 해외 네티즌이나 전문가의 관심을 받지 못한 후보였다는 것이다. 매년 강력한 후보를 배출하는 나라긴 하지만 이번에는 외모와 끼가 모두 미스 유니버스감은 아니라는 것이 전반적인 의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네주엘라는 왕관을 거머쥐었다. 결과만 보면 그 속사정은 모르지만 미인대회에 관심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필리핀 역시, 필리핀 자국의 인기를 제외한다면 역량 있는 후보가 아니었음에도 삼년 연속 상위 5명에 이름을 올렸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

 

 

먼저 전통적인 미인 양성국인 베네주엘라는 유니버스를 위한 맞춤 훈련은 물론, 유니버스 조직위까지 가입되어 있다. 이번 년도는 미스월드와의 불화 때문에 미스 유니버스에 더욱 집중하기까지 했다. 필리핀은 더 하다. 필리핀은 미인대회가 아예 국가적인 행사로까지 자리매김했다. 작년 미스유니버스 2위인 재닌 투고논은 대통령 궁에 초청을 받고 국립묘지 참배까지 했다. 이만하면 국가유공자급 대우다. 그런 분위기에 트레이닝 산업이 발달하고 라이센스를 사서 미스유니버스를 전국에 방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두 나라는 미스유니버스 디렉터까지 두고 있다. 상업성 측면에서 미스유니버스측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나라들인 것이다. 올림픽도 아닌 한낱 미인대회에서 공정성이란 돈이되는 나라라는 이름에 다름 아니다.

 

 

일본은 협찬사가 왕관을 제공하고 미스유니버스를 후원할 당시, 탑 16에 꾸준한 성과를 보였으며 리요모리는 미스유니버스가 되기까지 했다. 그러다 협찬이 끝난 올해는 탑 16은커녕 주목도 받지 못한 채 물러났다.

 

좋은 결과를 얻은 필리핀

 

결국 미스유니버스는 결코 신성한 대회가 아니다. 그 대회가 국가 이미지를 결정 는 것도 아니고 공정한 심사를 바탕으로 한 권위 있는 대회도 아닌 것이다. 다만, 명성은 있다. 미스유니버스는 정치적 이슈, 사회적인 맥락, 개최지에 따라 그 수상 결과가 많이 바뀐다. 이하늬 출전당시는 아시아를 밀어주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한동안 아시아의 후보자가 당선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하늬가 올해 출전했다면 상위 16도 불가능했을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에서 개최된 2011년에는 포루투갈어를 유창하게 하는 흑인 미녀, 미스 앙골라가 당선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결과를 제쳐 놓고 가장 중요한 것은 베네주엘라나 필리핀, USA같은 나라의 힘이다. 그들은 가장 많이 세미에 진출하고 베네주엘라는 이제껏 가장 많은 미스유니버스를 배출했다. 이것은 단순히 그들이 경쟁력 있는 후보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의 뒤에 든든한 지원이 있고 후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불공정한 게임에 아무리 경쟁력 있는 후보가 다른 나라에서 출전한다고 해도 왕관은커녕 상위에 입상하는 것조차 하늘의 별따기다. 베네주엘라나 미국, 푸에르토리코등이 왕관을 나눠갖는 사이사이에 가끔 있는 이벤트 정도로 다른 나라들이 돌아가며 왕관을 갖는다.

 

 

한국에서도 외국에서도 미인대회는 그다지 공정하고 투명한 결과를 제시하지 않는다. 결국, 후보만 비난받고 매도되었다. 그런 미인대회라면 굳이 출전해야 할 의미가 있을까. 한국에서 미인대회에 대한 관심이 시들한 만큼, 굳이 미인대회를 개최하는 수고와 노력 같은 것 조차 모두 허상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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