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속에서 고아라는 깜찍하고 귀여운 외모로 주목받으며 단숨에 떠오르는 신인으로 주목받았다. 그 때 고아라의 나이 고작 15. 고아라는 SM이라는 걸출한 소속사에서 집중적인 트레이닝을 받은 배우였고, 처음부터 주연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소속사의 강력한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일이다.

 

 

그러나 이후 고아라의 행보는 실망스럽다 못해 처절한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가 출연하는 드라마나 영화 모두가 흥행에 실패했고 때로는 연기력 논란에도 시달리며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하지 못한 것이다. 고아라는 결국 대중의 기억속에서 잊혀져갔다. 무명으로 시작한 배우도 아닌 고아라의 실패는 다소 의외의 것이었고 이에 SM의 저주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SM 출신 배우가 나오는 작품은 성공을 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웃지못할 이 말은, 고아라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고아라 뿐 아니라 이연희, 윤아, 유노윤호, 설리, 민호 등 SM출신 연기자들이 출연하는 작품은 하나같이 실패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10년 동안 고아라는 배우로서 꾸준한 활동을 펼쳤지만 단 한 번도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된 적이 없었다. 차라리 발연기라는 혹평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이연희가 더 존재감 있을 정도였다. 고아라는 그렇게 잊혀져가는 배우가 되었다.

 

 

그러나 고아라가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출연하자 이야기는 달라졌다. 고아라가 아닌 극중 캐릭터, ‘성나정에 감정을 이입한 시청자들은 고아라의 이미지를 바꿨다. 사실 고아라의 연기 경력 초반을 제외한다면 고아라의 연기력은 그다지 큰 질책을 받은 적은 없었다. 물론 뛰어나지도 않았지만 발연기라 조롱받을 수준도 아니었던 것이다. <응사>의 고아라 역시 일취월장한 연기력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고아라를 재발견했다.

 

 

<응사>는 전작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의 후광 아래 시작했다는 것만으로 그 관심의 중심에 섰지만 그만큼의 부담감도 안고 있었다. <응칠>의 인기에 비례한 시청자들의 애정은 후속작이 그만큼의 재미를 보장하지 못할시, 더욱 큰 비난을 쏟아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응사><응칠>의 분위기와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사실 남편이 누구일까 하는 질문이 가장 큰 시청포인트가 되는 점은 <웅칠><응사>모두 유사한 지점이다. 로맨스물이라는 점도 동일하다. 두 드라마 모두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인물들로 소꿉친구나 아는 오빠, 오빠친구같은 친숙한 인물이라는 친숙함을 먼저 배경에 깔지만 그들이 사실은 판사나 벤처기업가 의대생 야구선수 유망주 같은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에 매력까지 겸비한 왕자님 캐릭터였다는 클리셰를 반전으로 교묘히 활용한다.

 

 

남편 후보가 2명이었던 <응칠>에 비해 <응사>에서는 후보가 다섯 명으로 늘었지만 결국 <응사>의 남편 후보는 쓰레기(정우 분) 칠봉이(유연석 분)으로 압축된다. 다른 인물과 결합되는 반전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 분위기로서는 그 반전은 놀랍기 보다는 억지스럽게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배반하지 않는 드라마유형이라는 점에서 결국은 세 사람의 삼각관계가 드라마의 주요 스토리 라인이다. 결국은 두 명의 남편 후보를 활용한 것 역시 <응칠><응사>는 많이 닮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사>는 고유의 매력을 찾았다. 그것은 <응사>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의 매력 때문이다. <응사>는 신기할 정도로 캐릭터에 대한 불호가 없다. 모든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애정을 갖고 그들의 사랑을 응원한다. 그 이유는 그 캐릭터가 현실감이라는 설득력이 있으면서도 결국은 긍정적인 인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지역 특색을 살려 각각의 개성을 살린 사투리를 활용하는 것또한 플러스 요인이다. 시청자들은 그들에게서 주변 친구와 같은 친근감을 느낀다. 억지스럽고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아닌 주변의 인물을 모델로 한 것 같은 익숙함은  설령 쉽게 만나보기 힘든 의대생 수석이라는 설정의 인물이라도 유효하다. 제작진은 그 의대생의 정체를 처음에는 일부러 숨기면서 시청자들의 놀라움을 유도한다. 이미 친근감이 형성된 캐릭터가 수재라는 긍정적 후광을 얻자 그 매력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고아라 역시 이런 캐릭터 구성능력의 수혜자다. 고아라는 다소 말괄량이지만 속마음은 여린 성나정 캐릭터를 맡아서 하숙집 딸로서의 개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물론 성나정 같은 인물이 의대생 수석과 야구 유망주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것은 판타지다. 그러나 그 판타지는 현실감이 입혀진 캐릭터가 가진 힘 때문에 묘한 설득력을 발휘한다. 고아라는 여주인공으로서 특히 여성 시청자들의 감정이입 대상이 된다. 자신이 감정이입된 캐릭터를 미워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고아라의 그간의 노력은 그와 딱 맞는 캐릭터를 찾지 못한 작품 선정능력에 있었다. SM의 색이 너무 짙어 배우의 매력은 찾아볼 수 없는 작품이거나 단순히 시청률을 위시한 작품들은 오히려 실패하는 쓰디쓴 잔을 안겼다. 그러나 고아라는 <응사>에서 여주인공으로서의 품격을 처음으로 획득하는 기적을 낳았다. 그것은 고아라의 온전한 능력이라기 보다는 성나정의 능력이다.

 

 

고아라 뿐 아니라 도희, 김성균, 손호준, 정우등 그동안 주목도가 높지 못했던 많은 배우들이 이전과는 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것이 단 한번의 드라마 출연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물론 그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역시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이는 하나의 시청포인트다. 그러나 결국 기적은 <응사> 제작진이 만들었다. 톱스타에 목메지 않고 많은 오디션을 거치고 철저한 사전조사와 센스로 드라마를 만든 작가와 PD외 수많은 제작진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단순한 막장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 작품속에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조차 없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기적이라기 보다는 꾸준한 노력에 대한 응분의 대가에 가까운 결과일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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