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는 독설로 그만의 확고한 영역을 만든 진행자다. 돌리고 피해가기 보다는 직설적이고 정확하게 핵심을 지르는 질문들은 가려운 데를 긁어준 듯 시원하고 통쾌하기도 하다. 그런 그의 장점 덕택에 그는 성공한 예능인이 될 수 있었다. 한 때는 프로그램을 일주일에 17개까지 소화했다는 그의 고백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를 찾는 방송사들은 점차 더 ‘센’방송을 만들려는 수요에 맞춰 점점 더 늘어났다.

 

 

그러나 그건 대중적인 인기에 기반한 선택은 아니었다. 김구라라는 캐릭터가 기존 예능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까닭에 그처럼 강력한 캐릭터가 필요했을 뿐이지 대중의 지지와 응원은 그에게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 그런 그가 <힐링캠프>에 출연해 개인사를 풀어 놓는 것은 결코 흥밋거리가 될 수 없었다. 그 역시 그런 점을 감지하듯 “어려웠던 시절 얘기는 빨리 넘어가겠다.” 는 식으로 자신의 이미지가 감동으로 포장되는 데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다.

 

 

김구라는 시종일관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 솔직함에는 의외성은 없었다. 김구라라는 인간의 매력을 느낄 수 없는 토크쇼는 성공적이라 평할 수는 없었다. 시청률은 김구라가 “김성주 보다는 높아야 한다”고 말한 것과 상관 없이 김성주 편 보다 더 떨어졌다.

 

 

김구라는 <힐링캠프>에서도 연예 대상 후보를 추려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는 그가 출연하는 <썰전>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의 출연 후 쏟아진 기사들도 특별한 것이 없었다. 김구라라는 인물의 스토리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가 뱉은 독한 말들을 기반으로 기사가 쓰였다. 예능 프로그램의 MC가 아닌 토크쇼 게스트로서는 최악의 결과다.

 

 

문제는 김구라가 점점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성장해 갈수록 그의 본질이 약화된 다는 것이다. 그가 막말을 내 뱉던 인터넷 방송시절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이미지를 여기까지 견인해 온 기반이 되었다. 그가 방송에서 하는 말들이 아무리 독해도 인터넷 방송의 그 자신을 뛰어 넘을 수는 없었기에 김구라의 독설은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김구라는 ‘본인이 평생 짊어져야 할 몫’이라며 예전의 막말을 후회했지만 그 막말이 김구라의 특징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김구라가 점점 성공가도를 달려갈수록 김구라의 독설은 약해지고 희석될 수밖에 없다. 날카로운 독설도 다소 식상하게 느껴지는 요즘, 몸을 사리는 김구라가 예전처럼 통쾌하고 시원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김구라가 바빠지면서 김구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무시했다. <썰전>에서는 <응답하라 1994>등의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하는가 하면, <택시>에서도 <댄싱9>출연자들의 프로그램을 인지하고 있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프로그램에 대해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프로그램에 대한 기사만 찾아보고 온 느낌이 역력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김구라의 모습 속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썰전>은 이제 더 이상 예전처럼 화제를 모으지 못한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독하긴 해도 더 이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출연진들 전원이 자신들의 입장만 고수한 탓도 있지만 가운데 앉은 김구라가 메인 MC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한 탓이 가장 크다. 가장 통쾌해야 할 그가 프로그램의 본질조차 제대로 캐치를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방송이 재미있을리 만무하다.

 

 

그는 성공한 예능인이지만 그에게 적극적인 팬덤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캐릭터를 강력하게 가져가는 것이다. 그러나 김구라의 캐릭터는 변화하고 있다. 그가 이룬 성공의 벽을 허물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예전처럼 그의 독설이 독살맞지도 못하다. 출연진들과 친분이 생기니 그에게 해가 되는 말을 함부로 내뱉을 수도 없다. 거기다 넘쳐나는 프로그램에서 그의 캐릭터는 너무 소모적이며 프로그램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진다. 팬덤이 없는 김구라에 대한 지지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김구라의 캐릭터가 약화되어선 안 된다. 그러나 김구라는 자신이 가진 장점이 퇴색되면서까지 무리한 프로그램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지지를 보내며 그를 인정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김구라는 독한 캐릭터가 강한 반면 인물에 대한 감동은 없다. 그는 현실적이고 독한 이미지를 통해 프로그램 속에서 감초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이제 메인으로 올라선 그가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마저 놓치고 있는 모습은 그의 인간성을 떠나 책임감에 의문을 던지게 하는 것이다.

 

 

그는 말했다. 웃음이 없는 예능은 실패한 예능이라고. 그러나 웃음이 없는 예능보다 더 심각한 것은 책임감 없는 예능인이다. 자신이 맡은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마저 없어보이는 그가 과연 웃음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그것이 궁금할 뿐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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