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는 1990년도의 문화를 디테일하게 복원하며 누구나 겪었지만 아련한, 그래서 특별했던 추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이 가지고 있던 팬덤 문화를 가져오되, 1990년도의 문화를 더 다양하게 조명하며 시청자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응사>는 그러나 <응칠>과 달리 팬덤 문화보다는 러브라인에 초점을 맞춘다. HOT를 좋아하는 성시원(정은지 분)이 극의 중심인 <응칠>에 비해 이상민의 팬인 <응사>의 성나정(고아라 분)의 팬심은 그다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응칠>이 팬덤에 무게 중심을 뒀다면 <응사>는 남편찾기라는 러브라인에 방점을 찍는다. <응칠>제작진은 윤윤제(서인국)와 윤태웅(송종호)이라는 형제를 내세워 러브라인을 형성했지만 제작진조차도 ‘남편이 누군가가 이렇게 화제가 될줄은 몰랐다’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응사>는 그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무려 다섯 명의 남편 후보를 내세웠다. 그러나 포커스가 맞춰진 것은 쓰레기(정우 분)와 칠봉이(유연석 분)다. 곁가지였던 ‘남편 찾기’는 극의 중심의 활력소로 떠올랐다. 남편 후보인 다섯 명의 인물들을 모두 적절히 캐릭터화 시키는데 성공한 <응사>는, 시청자들의 캐릭터에 대한 성원을 바탕으로 러브라인을 헷갈리게 하는데 주력했다.

 

 

처음부터 성나정의 남편은 쓰레기가 유력했으나 칠봉이에 대한 애정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시청자들의 애정을 지나치게 이용하고 소모시킨 제작진에 있었다. 남편찾기가 곁다리가 아니라 주된 내용이 되어버리면서 내용은 점차 동어반복으로 흘렀다. 삼각관계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데 주력한 나머지 <응사>를 시청하는 이유였던 90년대 특유의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이 드라마는 물론 로맨틱 코미디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추억과 아련함이라는 키워드가 주효했다. <응칠>에서도 다소 뻔한 러브라인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HOT vs 젝스키스라는 두 걸출한 보이 그룹의 대결구도 속 나타난 그 시대의 문화와 이야기였다. 그러나 <응사>는 캐릭터가 설명되고 러브라인이 시작되는 10회 정도까지는 굉장한 파급력을 발휘했으나 성나정이 쓰레기와 사귀고, 칠봉이와 삼각관계가 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중간에는 착하고 다정했던 칠봉이가 성나정에 대한 집착을 보이며 호감도가 급감했다. 사랑 때문에 여자에게 집착하는 남자는 물론 있을 수 있지만 그동안 호감도를 높이며 인기를 견인했던 캐릭터가 다치는 것은 피해야 했다. 그러나 ‘쓰레기가 좋다’는 성나정의 고백에도 ‘난 포기하지 않을 거다’라며 울분을 토해내는 칠봉이는 그동안 시청자들이 사랑했던 부드러운 매력을 배반하는 것이었다.

 

 

물론 칠봉이는 그 후, 다시 따듯하고 순정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성나정의 캐릭터가 붕괴되었다는 것은 결정적인 문제였다. <응사>는 캐릭터의 매력으로 견인되는 드라마였다. 그러나 여주인공인 성나정은 착하고 멋진 칠봉이를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여지를 남기는 듯한 모습으로 일명 ‘어장관리녀’라는 오명을 얻기에 이른다.

 

 

자신을 좋아하면서 하는 행동임을 다 알고있으면서도 성나정은 칠봉이의 관심을 단순한 친구라 규정한다. 단호하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선을 넘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는 여주인공은 단순히 마음이 약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남자를 이용하는 것처럼 묘사되었다.

 

 

이에 시청자들은 성나정의 행동을 성토하기 시작했고 여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을 문제 삼았다. 여주인공으로서 특징이 부족하고 이리 저리 휘둘리는 모습마저 보인 성나정은 끝까지 기분 좋은 모습으로 남을 수 없었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붕괴되자 드라마의 완성도도 떨어졌다.

 

 

심지어 쓰레기가 남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리저리 시청자들을 끌고 다닌 ‘남편찾기’에 불만을 쏟아내는 시청자들 역시 폭주했다. 결국 예상대로 흘러가는 스토리를 위해 남편찾기라는 스토리의 한 부분을 지나치게 부각시킨 탓이었다.

 

 

그러나 마지막회에서는 역시 모두에게 해피엔딩을 안기며 시청자들의 추억을 다시금 불러 일으켰다. 남편찾기가 끝난 후에 부각된 90년대의 문화와 개그 코드는 다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고 삼천포(김성균)의 마지막 나레이션은 가슴을 따듯하고 아련하게 만들었다.

 

 

분명 <응사>는 웰메이드 드라마다. 그러나 중간의 이야기를 조금만 더 촘촘하게 만들었다면 명작의 반열에까지 오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을 함께한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가 남긴 추억에 젖어있다. 그 추억을 넘어 드라마의 메시지가 조금만 더 강렬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이 드라마가 그만큼 더 잘 만들어질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90년대의 추억은 결국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그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응칠>과 <응사>로 뛰어난 역량을 선보인 제작진이 다시 만들 드라마가 기대되는 것만으로도 <응사>와 함께한 지난 두 달이 아깝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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