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JTBC드라마 <밀회>의 설정을 접했을 때 들었던 감정은 호기심보다는 불편함에 가까웠다. 스무 살 차이 나는 커플의 사랑 이야기라니. 그것도 여성쪽이 스무살이 많다. 물론 사랑에는 나이도 국경도 중요하지 않지만 사회적인 통념상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은 분명히 있었다. 게다가 그 여성은 엄연히 가정이 있는 유부녀. 아무리 드라마의 소재가 다양 해 진다 해도 불륜을 메인으로 내세운 것은 자극적이고 텁텁한 막장의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게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밀회>는 단순한 불륜드라마가 아니었다. 물론 불륜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그 불륜을 옹호하거나 아름답게 포장하는 드라마는 아니다. 다만, 그런 사랑도 있다고 담담히 읖조린다. 어느새 시청자들은 그에 동화된다.

 

 

 

 

그런 드라마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물론 김희애와 유아인의 연기력과 비주얼도 무시할 수 없다. 드라마 안에서 철저히 캐릭터로 녹아든 두 사람은 최고의 앙상블을 선보이고 40대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김희애의 얼굴과 몸매는 유아인과 서 있어도 그다지 큰 위화감을 조성하지는 않는다.

 

 

 

물론 아무리 그렇대도 불륜을 옹호 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스무 살 차이나는 어린 학생과의 사랑이라면 사랑의 과정이야 어쨌든, 한 때의 철없는 불장난쯤으로 보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러나 밀회는 철저히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집중한다. 그렇다고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 시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 뒤에 숨겨진 사연들이 오히려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야기에 몰입시키게 만든다.

 

 

 

 

극중에서 오혜원(김희애)는 겉으로 보기엔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다. 재력과 능력, 그리고 교수인 남편까지. 그러나 그 실체를 들여다 보면 그 곳에는 언제나 살얼음판을 걷는 오혜원의 긴장된 발걸음이 있었다. 우아를 가장했지만 오혜원은 사실상 서한그룹의 시종에 불과했다. 온갖 잡일과 지저분한 일의 뒤처리를 맡아야 했으며 때로는 서로 다른 회장(김용건)과 사모님(심혜진)의 요구에 난감해야 했다. 친구인 서영우(김혜은)는 오혜원을 시기 질투하고 자신의 시녀처럼 부린다. 이 모든 것을 감내하고 남편(박혁권)을 교수로까지 만들었지만 남편은 여전히 속물적이고 철이 없다.

 

 

 

오혜원은 허울뿐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 물 속에서 연신 다리를 굴려댄다. 사람들은 모두 오혜원에게 요구하기만 한다. 그 대가로 얻은 것은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 안에서 스무 살 제자에게 끌리는 불같은 감정, 그것만이 오혜원의 쉴곳이자 숨통이다. 오혜원의 감정은 단순한 불장난이 아닌, 삶에 지친 여성의 몸부림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불륜이 미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오혜원이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불륜은 그 이유를 찾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단순한 막장이 되지 않는 것이다. 오혜원은 처음, 사회적인 강자로, 황금 동앗줄로 이선재(유아인)에게 다가갔지만 실체가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오혜원은 이 드라마 속의 가장 불쌍하고 가련한 인물로 묘사된다.

 

 

 

단순히 부잣집 사모님의 욕망으로 그려지지 않고 오혜원을 둘러싼 사회의 부조리함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 드라마는 불륜이 아닌, 그들의 상황에 집중하게 만든다.

 

 

 

예술대학의 비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그 안에서 희생양이 된 오혜원의 삶에 시청자들은 동감한다. 적어도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이라면 단순히 불륜으로 드라마를 매도하지 못하는 이유다. 시청자들은 불륜을 저지른 오혜원의 입장에 서게 된다. 결국은 모든 비리를 뒤집어 쓸 위기에 처한 그의 삶을 안타까워 하고 그가 확실한 반격을 할 수 있게 되길 비는 것이다.

 

 

 

모두에게서 동네 북처럼 두드려 맞은 가련하고 연약한 여인이 그 곳에는 있다. 이선재는 그 쓰레기 더미 속에서 피어난 한 떨기 꽃이다. 그 꽃은 아름답지만 가시와 독을 가지고 있다. 그 꽃을 꺾으면 다치는 것은 오혜원이다. 그러나 오혜원은 그 독이든 꽃송이를 거부할 수가 없다. 다른 누구도 그의 삶에서 위로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무 살 박다미(경수진 분)에게 ‘토나온다. 더럽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 없는 행동을 해 버린 오혜원은 가슴 깊은 곳에 그의 불륜이라는 이름으로 비롯될 파국을 충분히 인지 하고 있다. 그러나 멈출 수 없는 오혜원이라는 인물의 감정선은 충분히 전해진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불륜은 정당화 될 수 없다. 그것이 그 어떤 상황이라도 불륜을 미화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밀회>는 불륜 드라마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그 속에는 사회의 부조리함이 있고 자신의 마음조차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간의 고뇌와 아픔이 있다. <밀회>를 단순히 불륜 드라마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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