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여자>는 남자 장태정(박정철 분)의 배신과 악행으로 죽음에 이른 언니 이진유(이세은 분)의 복수를 위해 이를 악물고 한 걸음씩 그를 파멸시키려 노력하는 동생 이선유(윤소이)의 이야기가 줄거리다.

 

 

 

따로 내용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스토리는 단순하고 뻔하다. 남자는 악랄하고 파렴치한 악인의 전형이고 그를 단죄할수록 통쾌함이 커지는 구조다. 뻔하지만 복수극은 잘만 만들면 언제나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아 둘 수 있는 소재다. <천상여자>역시 15~20%에 가까운 시청률로 꽤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복수가 진행될수록 이야기의 중심축이 흔들리고 있다. <천상여자>는 사실상 할 이야기가 처음부터 많지 않았다. 장태정의 악행이 밝혀지면 드라마의 모든 갈등 요소가 사라진다. 그래서 복수의 칼날은 무뎌질 수 밖에 없다. 치밀하고 계획적인 복수 방법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처음부터 정체가 모두 들어난 이선유는 악인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이긴 해도 전혀 두렵거나 무서운 존재는 아니다. 이선유의 복수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재미는 배가되지만 그렇게 되면 드라마의 호흡이 지나치게 빨라진다. 복수가 끝나면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드라마 속에서 이선유의 복수는 점차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고 그 자를 다른 것으로 채워야 한다.

 

 

 

 

지금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엉뚱하게도 이선유가 복수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인물중 하나인 서지희(문보령)다. 서지희는 장태정과 결혼한 인물로 장태정의 과거사를 알고 있는 인물이다. 서지희는 결혼 전, 이선유가 찾아와 장태정이라는 인물의 악행을 낱낱이 밝혔음에도 그를 남편으로 맞았다. 더군다나 이제까지는 철저하게 장태정을 보호하는 입장에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가 갑자기 돌아섰다. 그는 이제껏 이선유가 했던 말들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다가 목소리가 녹음되어있는 보이스 펜 하나로 모든 행동을 달리했다. 아무리 장태정을 사랑하는 설정이어도 혼수상태를 연기하고 자신을 이용했다는 말을 듣고도 전혀 의심하지 않는 것은 사안이 사안인 만큼 사랑이라는 한 마디로 정리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임신한 여자를 버리고 심지어 그 여자를 죽게 한 남자라는 말을 듣고도 그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는 것은 멀쩡한 부잣집 딸이 할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드라마의 전개를 위해 서지희를  멍청하고 어리석은 캐릭터로 전락시킨 것이다.

 

 

 

또한 서지희가 이선유를 미워할 이유가 하등 없다. 이선유는 애초에 모든 증거를 들이대며 그와 장태정의 결혼을 말리려고 했던 인물이다. 오히려 장태정이라는 악인과의 결혼을 반대했던 이선유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그 때 그 말을 들었어야 했다고 후회해도 모자를 판이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서지희는 이선유마저 적으로 간주한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세상에 아무리 다양한 인간군상이 있다지만 드라마 안에서라면 인물의 행동이 개연성이 없을 때 드라마의 구조가 흔들리고 만다. 일관성 없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캐릭터를 이해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드라마가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물론 상식을 뛰어넘은 악인이 존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악행조차 일관성과 개연성을 가질 때, 시청자들은 그 스토리에 동화될 수 있다.

 

 

 

그러나 서지희의 캐릭터는 이선유의 복수가 점점 시간을 끌수록 그 빈곳을 메우기 위해 갈곳을 잃어버리고 있다. 더군다나 심각한 것은 이 캐릭터가 지금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떠 올랐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데 대한 폐혜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은 캐릭터를 보아야 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있어 그다지 달가운 일은 아니다. 자신의 감정으로 갓난아기를 학대하는 듯한 행동까지 하며 점점 캐릭터의 도를 지나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종영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체 이 비상식적인 상황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결국 마지막회에 모든 것이 해결되는 황당한 전개만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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