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역린>의 흥행을 이끈 현빈이 한 인터뷰에서 ‘관객들 반응이 아쉽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현빈은 삼백만을 돌파한 영화, <역린>의 관객반응이 신통치 않은 것을 두고 ‘관점의 차이’로 분석했다.

 

 

 

현빈에 따르면 감독의 의도는 ‘스토리’ 보다는 ‘캐릭터’를 부각시키는데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목적이었다면 확실히 성공했다. 현빈이 연기한 정조는 영화 개봉 전부터 등근육으로 화제가 되었고 영화 안에서도 주객이 전도된 느낌까지 들 정도로 다양한 캐릭터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잘 조화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이 영화에 호감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현빈은 물론, 일부 관객들 역시 ‘역사적 사실을 모르면 지루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역린>은 예술영화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배경지식이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게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상업영화의 기본이다. 캐릭터를 부각시키려 했다지만 캐릭터만으로 극을 이끌어 내는데도 한계가 보인다. 정순황후 역을 맡은 한지민의 어색한 말투도 논란의 도마위에 올랐고 광백역을 맡은 조재현이나 갑수 을수 역을 맡은 정재영·조정석은 배우의 이름값에 짓눌린 듯, 다소 뜬금없는 비중으로 등장한다.

 

 

 

 

영화 안에서 메시지를 주려고 한 흔적은 보이지만 그 메시지가 캐릭터와 함께 잘 융화되었느냐가 문제다. 캐릭터로 극을 이끌어가려고 했다면 그 캐릭터의 행동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스토리 적재적소에 배치되어야 한다. 그래야 스토리가 다소 빈약하더라도 캐릭터만으로도 영화에 볼만한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역린>은 캐릭터가 엉뚱하게 튀어나오며 오히려 영화의 구성을 산만하게 한다. 이건 결코 좋은 캐릭터라고 할 수 없다.

 

 

 

현빈은 물론 이런 단점들을 지적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고 함께 작업한 감독이나 배우들에게 혹평을 쏟아내기도 힘들다. 그러나 ‘관객반응이 속상하다. 관점의 차이일 뿐’이라는 이야기는 납득하기 힘들다. 차라리 ‘관객분들이 실망하셨다면 제 책임도 있을 것’이라는 뉘앙스로 말했다면 훨씬 더 좋은 대답이었을 것이다.

 

 

 

<역린>의 흥행은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현빈의 등근육 예고편, 한지민, 정재영, 조재현, 조정석, 김성령등의 초호화 캐스팅, 그리고 스크린 독과점이 빚어낸 마케팅의 승리다. 이 영화의 스토리로 인지도가 낮은 배우들이 출연했다면 과연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었을까. 물론 영화흥행은 단순히 영화의 질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극장에 가면 <역린>, <표적>,<스파이더 맨>밖에는 볼 게 없는 현실에서 관객들의 선택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대진운이 기막히게 좋은 것 또한 <역린>의 복이기는 하지만 과연 이 영화가 ‘잘’ 만들어진 영화인가 하는 것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물론 관객의 취향은 제각각이다. 이 영화에서 재미를 찾은 관객들 역시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역린>은 현빈의 등근육 이상의 화젯거리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과반수 이상의 관객이 이 영화에 대해 혹평을 하는 것은 상업영화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감독의 의도가 다른 데 있어도 상업영화의 기본은 재미에 충실한 것이다. 관객이 감독의 의도를 오해했어도 그 의도를 오해하게 만든 제작진의 불찰이 더 크다. 그 탓을 관객에게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것이 상업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자세여야 한다. 관객들이 오해하게 만들어 놓고 ‘알아서 이해했어야 한다’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려거든 상엽영화가 아니라 예술영화를 만들 일이었다. 그러나 <역린>은 흥행성은 잡았는지 몰라도 상업성이나 작품성은 잡지 못했다. 구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영화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느낌마저 든다. 그런 어색함을 관객이 모두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영화에 대한 과도한 자만심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현빈의 발언은 다소 아쉽다. 물론 배우로서, 영화를 열심히 만든 제작진의 노고를 아는 입장에서라면 속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영화의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은 현빈을 보러 극장을 찾았다. 그렇다면 이는 오히려 속상할 일보다는 감사한 일이 아닐까.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반응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 또한 주연 배우로서 감당해야 할 하나의 숙제가 아닐까 한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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