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희가 출연한 <아내의 유혹>을 두고 사람들은 ‘명품 막장’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바람나서 자신을 비참하게 버린 남편에게 눈 밑에 점을 찍은 후 다른 사람이 된 후 복수한다는 식의 다소 실소가 터지는 식의 스토리이지만 시청률은 40%가 넘으며 승승장구했다.

 

 

 

막장이지만 시선을 뗄 수 없는 전개, 지지부진하지 않고 확실하게 선을 긋는 식의 스토리, 확실하면서도 개성있는 캐릭터의 향연은 끝으로 갈수록 다소 황당해지는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전국민적인 성원을 얻었다.

 

 

 

장서희가 스타덤에 오른 <인어아가씨>도 마찬가지다. <인어아가씨>를 장서희가 복수를 하는 과정에서 보인 몰입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비록 연장의 연장을 거듭한 끝에 임성한 작가 특유의 무리수가 등장하며 작품 전체에 악영향을 끼쳤지만 어쨌든 40%를 넘나드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막장이라면 그래야 한다. 내용은 다소 극단적으로 치닫고 개연성은 부족하더라도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주고 복수의 과정이 흥미로워야 하는 것이다. 이 두 드라마에 주연으로 출연한 장서희는 ‘복수극의 여왕’ ‘막장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얻으며 특정장르에 특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단점도 있었지만 장서희의 복수극을 그만큼 기대하게 만드는 장점도 가져왔다. 그리하여 장서희가 택한 <뻐꾸기 둥지>에 관한 기대감은 상승했다.

 

 

 

그 기대감은 결국 첫회부터 15%라는 기분 좋은 시청률로 보답을 받았고 여전히 10% 중반대의 시청률을 유지중이다.

 

 

 

그러나 <뻐꾸기 둥지>는 어딘지모르게 답답하고 찝찝하다. 그간 장서희의 복수극이 완성도에는 의문이 있을지언정 사람들에게 말초신경을 자극시키고 그로 인한 카타르시스를 주는데 제 역할을 다해냈다면 <뻐꾸기 둥지>는 말초신경은 자극하지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뻐꾸기 둥지>는 장서희가 아닌 이화영(이채영 분)에게 중심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채영의 복수가 그렇게 마음에 와 닿지도 않을뿐더러 이화영이라는 인물이 지독하리만큼 악독하지도 않다는 데 있다.

 

 

 

이화영은 백연희(장서희 분) 아이의 대리모로 과거 정병국(황동주 분)에게 버림받았으며 백연희 때문에 자신의 오빠가 죽었다고 생각하며 복수를 감행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화영에게 개연성을 너무 부가하려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 캐릭터가 되었다는 것이다. 오빠가 죽었다지만 그것은 백연희의 잘못이 아닌, 사고에 불과하다. 정병국에게도 대리모를 이용한 복수까지 하며 자신의 인생을 버릴만큼 심하게 버림받았는지도 의문이다. <아내의 유혹>의 신애리(김서형 분)은 아무런 이유없이 악독했지만 그 캐릭터만큼은 확실히 살았다. 단순한 악녀로 시청자들에게 몰입감을 선사한 것이다. 시청자들은 그리하여 신애리가 짓밟히는 장면에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화영은 단순한 악녀도 아니며 복수를 감행할만큼 상처가 깊어 보이지도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정병국이 이화영에게 빠질만큼 이화영이 매력적이지도 못하다는 점이다. 이화영은 노골적으로 정병국을 유혹하고 정병국은 너무 쉽게 그에 넘어가지만 그 과정에서 이화영에게 빠질만한 포인트는 전무하다. 작정하고 유혹하려거든 좀 더 그럴듯한 상황설정과 배경이 필요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차라리 단순한 바람으로 묘사하는 편이 나았다. 그러나 그들이 엮이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그려내지 못한 탓에 오히려 전반적으로 극의 이야기가 어수선해 졌다.

 

 

 

더군다나 이화영역을 맡은 이채영의 연기력은 아직까지 악녀를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유려하지 못하다. 악녀는 단순한 듯 해 보여도 그 악독함이 제대로 살지 않으면 드라마의 분위기마저 침체시킬 수 있다. 이채영은 그런 악녀를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하며 가뜩이나 애매한 악녀의 행동에 더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되었다.

 

 

 

<뻐꾸기 둥지>는 통쾌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악녀나 주인공의 입장에 쉬이 공감을 하기도 힘들다. 그런 공감도가 떨어지는 것은 결국 ‘막장 드라마’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지점이다. 같은 막장이라 하더라도 시청자를 사로잡는 막장이 있고 시청자에게 짜증만 불러일으키는 막장이 존재한다. <뻐꾸기 둥지>는 후자에 가깝다. 전반적으로 스토리 전개가 너무도 산만하다. 장서희에게 있어서 ‘막장의 여왕’이라는 칭호는 반가울지 그럴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뻐꾸기 둥지로 인해 그에게 기대하던 ‘통쾌한 막장’의 기대감 마저도 사라지고 있다. 그간 ‘막장 드라마’였지만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던 그의 커리어에는 오점이라 할만한 일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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