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동명의 인기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 <엽기적인 그녀(이하 <엽기녀>)>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흥행 기록인 480만의 흥행 성적을 냈고 중국등지에서 흥행은 물론, 일본에서는 드라마로 미국에서는 영화로 리메이크 되면서, 해외에서도 반향을 일으켰다.

 

 

 

 

<엽기적인 그녀>는 당시, 그만큼 킬러 콘텐츠였다. '엽기'라는 말을 유행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전지현을 대스타로 거듭나게 했던 것이다. 전지현은 <엽기녀> 한편으로 CF퀸의 자리에 오르며 승승장구를 거듭했고 <엽기녀> 이후 <도둑들> 이전까지 별다른 흥행작이 없이도 톱스타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 <엽기녀>가 <엽기적인 그녀2>로 돌아온다. <엽기녀>의 남주인공이었던 차태현의 출연까지 성사되었다. 그러나 반응은 신통치 않다. 바로 여주인공이 F(x)의 빅토리아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가 아이돌이고 한국말이 온전치 못한 중국인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엽기녀2>의 제작 자체가 <엽기녀>의 추억을 훼손할 수 있는 여지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엽기녀>콘텐츠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도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여친소>)>등으로 2차 소비가 이루어진 터였다. <여친소>가 <엽기녀>의 후속이라는 전제는 그 어디에도 없었지만, 곽재용이라는 <엽기녀>감독은 전지현의 <엽기녀>캐릭터를 그대로 활용하여 <여친소>를 만든다. 물론 <엽기녀>와 달리 <여친소>에 등장하는 '그녀'는 이름도 있고 직업도 있다. 허나 마지막에는 차태현이 등장하며 <엽기녀>의 프리퀄이라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는 것은 물론, 아직 <엽기녀>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에서 이 영화가 <엽기녀>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반응은 신통치 못했다. 전지현까지 등장하며 고군분투 했지만 이야기의 줄기는 엉성하고 웃음포인트는 헛웃음을 짓게 만들어 <엽기녀>를 기대하고 극장으로 향한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하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200만이 넘는 흥행 성적을 냈지만 <엽기녀>콘텐츠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었다. <엽기녀>가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식 유머와 전지현이라는 배우와 캐릭터의 매력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한국의 전통적인 여주인공상을 뒤집는 여주인공의 매력은 오버스럽기는 해도 기존 남자의 선택만을 기다리는 약하고 청순한 여성상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었다. 강자와 약자의 시선을 묘하게 뒤틀며 웃음 포인트를 만들고 그 안에서 당하는 남자주인공의 귀여운 캐릭터와 '그녀'의 말괄량이의 행동이 대비되며 캐릭터가 형성된다. 그런 캐릭터의 힘은 전지현의 긴생머리와 길쭉길쭉한 몸매, 그리고 하얀 피부와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냈다.

 

 

 

 

<엽기녀>는 해외 리메이크에서도 빛을 보지 못한 이유가 그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한국식 웃음 코드와 문화가 녹아들지 못해 주인공들의 관계 설정에 문제가 생겨 캐릭터에 흠집이 생겼고 다른 나라에서도  전지현을 대신해 그녀를 매력적으로 표현할 배우가 마땅치 않았다. 전지현의 힘은 그만큼 강력했다. <엽기녀>의 성공은 웃음 포인트, 캐릭터, 배우의 힘이 적절히 조화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런 시너지는 전지현 조차 <여친소>로도 재현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나 <엽기녀2>에는 차태현은 있지만 전지현이 없다. 차태현은 '욕먹을 각오를 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히며 그 역시 이 프로젝트가 일정부분 무리수임을 인지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빅토리아는 전지현이라는 배우에 비해서 개봉 전부터 너무나 실망스럽다. 게다가 <엽기녀>의 마지막 장면은 헤어졌던 차태현과 전지현이 우연히 다시 만나며 서로 애틋한 눈빛을 교환하는 것이었다. 이 장면은 둘의 해피엔딩을 기대하게 만들면서 여운까지 만드는 효과를 냈다. 그러나 이런 운명적인 만남을 뒤로 한 채, 빅토리아와 결혼생활을 한다는 설정의 <엽기녀2>를 제작하는 것은 <엽기녀>를 재밌게 봤던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정도의 상황이라면 <엽기녀2>라는 이름은 결국 상업적인 것 이상이 되기 힘들다. <엽기녀>에 대한 추억을 이용하여 화제를 불러일으키려는 의도외에는 <엽기녀>의 이야기에서 더 이상 이어 나갈 것이 없다. <엽기녀>콘텐츠를 이용하고 싶다면 차라리 <타짜2>처럼 아예 다른 주인공을 내세워 이야기를 만들 일이었다. <타짜2>가 <타짜1>만큼의 반향을 얻지 못한 것 역시 배우의 호감도가 크게 좌지우지 했다. 그런데 차태현이 등장하면서 전지현과 필연적으로 엮일 수밖에 없는 빅토리아의 위치에서라면 <엽기녀2>의 이런 행보는 오히려 독이다.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되어 있는 콘텐츠를 늘이고 늘여 다른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이제는 '엽기' 라는 말 조차 사어死語가 되었다. 한때는 트렌드였지만 이제는 잘 쓰지 않는 과거의 잔재처럼 느껴진다.

 

 

 

 

그런 억지성을 극복하고 <엽기녀>의 아성을 재현하려거든 이야기가 기가 막히게 재미있거나 빅토리아의 매력이 전지현을 뛰어넘는 수밖에 없다. 그런 불가능에 가까워보이는 일을 빅토리아와 제작진이 해 낼 수 있을지, 여전히 <엽기녀2>에 쏟아지는 우려스러운 시선은 거둘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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