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장보리>가 종영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여전히 3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종반으로 치닫을수록 악녀 연민정(이유리 분)의 악행은 도를 넘어섰고 그의 몰락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그만큼 많아졌다. 연민정 역을 맡은 이유리는 사실상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드라마 전반을 장악한다. 주연인 장보리(오연서 분)은 존재감도, 힘도 없다. 오히려 가끔씩은 답답하고 민폐를 끼치는 것처럼 묘사가된다. 시청률의 팔할은 연민정과 문지상(성혁 분)이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를 넘어 40%까지 넘보는 <장보리>는 그러나 막장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출생의 비밀과 전형적인 선악구도, 그리고 지지부진한 전개등은 이 드라마의 약점으로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에 시선을 고정했다. 드라마 전개에 불만을 토해 내면서도 이유리의 연기에 찬사를 보내고 이미 뻔히 보이는 드라마의 결말을 기다린다. 고운정 미운정이 다 들어 버린 <장보리>는 결국, 막장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보게되는 힘을 갖췄다.

 

 

 

 

제작진은 끊임없이 막장이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이 드라마는 단순히 그 구조가 아닌, 캐릭터에 막장요소가 다분하다. 가장 큰 막장 캐릭터들은 이드라마를 책임 지고 있는 연민정 뿐 아니라,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엄마들이다.

 

 

 

 

 

도혜옥, 막장인데 막장아닌 척 하는 막장 엄마

 

 

 

 

 

 

 

첫 번째로 보리를 주워다 기른 도혜옥( 분)은 악한 인물로 묘사되지는 않지만 행동만 보면 극악무도한 인물이다. 자신이 낸 사고에 대한 업보로 20년간 보리를 키워주었지만 보리를 중학교 까지밖에 교육 시키지 않음은 물론, 국밥집에서 노예처럼 부려먹었으며 자신의 딸이 낳은 손녀를 처녀인 보리의 호적에 올리기까지 한다. 뿐만 아니다. 연민정의 꾀임에 넘어가서 친부모를 숨기고 사건의 진실을 왜곡하는 것은 물론, 도둑질 까지 하며, 보리에게 숱한 상처와 악랄한 짓을 서슴지 않는 것도 바로 이 인물이다. 차라리 악인으로 묘사되었다면 욕이라도 시원하게 퍼부을 수 있겠지만 자신의 악행에 죄책감을 느끼고 보리 역시 자신의 딸로 생각하는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그렇다고 해도 이 인물을 불쌍하게 볼 수는 없다. ‘나는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숱하게 외치고 다니지만 아직까지도 연민정을 살려달라고 빌며 염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은 끝까지 비호감에 가깝다. 연기자의 호연으로 캐릭터는 살아났지만 ‘엄마’로서 보리에게는 최악이다. 그럼에도 ‘한번 어매는 영원한 어매’라고 외치는 보리는 착한 것을 넘어서 바보처럼 느껴진다. 이 인물 덕분에 자신의 인생을 망친 자에 대한 애정을 퍼부을 수도, 그렇다고 착한 캐릭터 탓에 마음껏 저주할 수도 없는 어중간한 보리의 캐릭터만 부각되었다.

 

 

인화, 뻔뻔하고 이기적인 막장 엄마

 

 

 

 

 

두 번째 막장 엄마는 보리의 친엄마 인화(김혜옥 분)다. 인화는 자신의 욕심으로 인생을 망친 캐릭터다. 침선장이 될 욕심에 아주버님이 죽는 사고를 목격하고도 모른 척 했고, 몰래 차에 타고 있던 딸까지 잃어버린다. 그런 후 20년 동안 딸을 그리워하며 힘들게 살았지만 마침내 만난 딸이 딸인지도 모른채 구박과 멸시를 서슴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몰라서 그랬다쳐도 보리가 딸인 것이 밝혀진 이후에도 그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어 ‘어떻게 보리가 내 딸이냐’며 부정하는 것은 물론, 직접 보리에게 ‘왜 이렇게 밖에 못컸냐’며 따지고 든다. 아무리 자신에 대한 죄책감에 그런다고 이해를 해보려 해도 자신의 잘못으로 잃어버린 딸에게 할 짓은 아니었다. 예전의 일이 밝혀질까봐 두려운 심정은 이해가 가게 그려지지만  딸의 감정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마침내는 비단이(김지영 분)가 연민정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비단이를 구박하는 것은 물론, 연민정에게 비단이를 데리고 떠나라고 말한다. 그동안 보리는 수도 없이 비단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해 온 터. 딸이 가질 상실감이나 가슴 찢어지는 아픔등은 모른채 하고 딸의 인생에서 필요한 것을 자신의 기준으로 결정하는 엄마다. 보통 엄마도 아니고 보리의 실종에 대한 책임이 있는 그에게 있어서 이런 행동들은 참으로 막장스럽다. 양엄마에서 친엄마까지, 보리는 엄마 운이 없어도 너무 없다. 친딸도 아닌 비단이를 친자식처럼 예뻐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보리가 누구를 보고 그런 마음을 배웠는지 의아할 정도다.

 

 

연민정, 친딸과 핏줄도 버리고 자기만 살고자 하는 막장 엄마

 

 

 

마지막으로 연민정은 독한 악녀답게 모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오로지 개인의 안녕과 평안이 우선인 이 인물은 친딸을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고 그 친딸을 줄기차게 부정한다. 더군다나 죄책감은커녕, 자신은 잘못이 없고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 주장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기르지도 않은 아이를 감싸안아 주지는 못할망정 구박하고 못살게 군다. 사실상 어른들 싸움에 휘말린 비단이가 가장 불쌍해 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이유리의 연기력으로 빛나는 악녀를 만들었지만 실제 이런 엄마가 있다면 최악중 최악이다.

 

 

 

 

<장보리>의 작가 김순옥은 ‘이런 인물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며 자신의 드라마가 막장 논란으로 시끄러운 것이 아쉽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물론 현실에서는 더 끔직한 모성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드라마에서 이처럼 그런 모성들이 우연히도 한 곳에 몰려 얽히고설킨 관계로 이어져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너무 착한 주인공은 힘이 없고 갈등은 다른 곳에서 촉발되어야 한다. 작가는 그 공간을 막장 엄마들로 채워 넣었다. 연민정이 극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다른 엄마들 역시 계속된 막장 행각을 벌이고 있다. 재미를 담보하는 드라마임에는 틀림없지만, 막장이 아니라는 변명이 통할 수 없는 이유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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