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의 독설은 아직도 유효할까. <라디오 스타>에 30억 특집으로 성대현, 김지현, 현진영, 김현욱이 출연했다. 그들은 각자 실패담을 털어놓으며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살렸다.

 

 

 

그러나 중간에 김구라가 연출한 장면에 눈살을 찌푸린 시청자들이 있다. 그 장면은 이러했다. 아내에게 용돈을 받아 쓴다는 성대현의 말에 김구라는 갑자기 용돈을 주겠다며 오만원을 꺼냈다. 그리고 옆에 앉아있는 진행자들에게 오만원씩을 걷더니 김국진에게 그 돈을 성대현에게 전달하였다. 김구라의 이런 진행은 예전 노유민이 출연했을 당시에도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노유민의 경우, 노유민이 적극적으로 그 상황을 즐기고 받아들였지만 성대현은 돈을 받기 전 몇 번이나 괜찮다고 사양하는 의사를 보였다. 옆에 앉은 윤종신과 김국진등 다른 진행자들도 얼떨결에 돈을 내놓기는 했지만 그 상황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지는 않았다. 김구라의 용돈 전달은 결국 떠맡기듯 이루어졌다. 성대현도 결국 “생일인 것 같다”며 감사의 의사를 전했지만 그 분위기는 재밌고 유쾌하기 보다는 억지스럽고 불편한 감정을 자아냈대.

 

 

 

김구라의 독설이 어느새 빛을 일어가고 있다. 초반 김구라의 독설이 유효했던 것은 김구라의 언변이 다소 거칠어도 본질을 파고드는 날카로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구라가 점점 인기를 얻고 프로그램이 많아질수록 김구라의 독설의 칼날은 무뎌지기 시작하였다. <썰전>은 김구라의 독설이 가장 빛을 발해야 하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김구라의 분석은 큰 공감을 자아내고 있지 못하다. 너무 많은 스케줄 탓에 비평하는 프로그램의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프로그램에 임하거나 대중의 코드를 읽지 못하고 지나치게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는 등, 그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기 힘든 것이다.

 

 

 

 

예를 들면 최근 ‘유재석 곧 폭발할 것’같은 류의 발언은 그가 하기에는 너무도 부적절해 보였다. 유재석이 건드리면 안되는 성역같은 존재는 아니지만 한마디를 던져놓고 ‘언젠가는 폭발하겠지’라는 식의 대사라면 문제가 된다. 유재석도 사람이고 실수를 할 수 있다. 그가 최근 <무한도전> 몰래 카메라에서 정형돈에 대한 태도가 논란이 된 것만 보아도 그의 선량하고 바른 이미지가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일이다.

 

 

 

그러나 김구라는 수차례 유재석을 비판하면서도 강호동이나 신동엽등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는다. 그의 비판이 문제가 되는 점은 그가 할 수 있는 비판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자신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비판할 수밖에 없는 그의 위치에서 어떤 날카로운 말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의 이런 개그 성향이 짙어질수록 시청자들이 그에 대해 느끼는 거부감은 짙어진다. 그는 자신보다 약하고 만만한 상대만을 골라 공격하는 느낌을 자아내는 것이다. 이번 성대현에게 억지로 돈을 떠넘기는 장면도 그러하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적선은 자존심에 생채기를 낼 수 있는 일이다. 주는 사람의 입장만큼 받는 사람의 입장도 배려해야 하는 것이 예의다. 그 장면에서 받는 사람도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고 보는 사람마저 불편해진다면 억지로 쥐어준 오만원 권 세장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입장을 바꾸어 김구라에게 누군가 그런 행동을 했다고 했을 때 김구라가 여유를 가지고 그런 행동을 받아줄지도 의문이다. 김구라는 남에 대한 이야기는 스스럼없이 꺼내면서도 자신도 비판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며 다른 이들의 말을 경청하는 이미지는 아니다. 그는 때때로 자신에게 화살이 날아오면 정색을 하거나 강력 부인을 하며 흥분하기 일쑤다. 기껏해야 부인이 보증 선 이야기, 혹은 아파트 구매가가 떨어졌다는 이야기 정도지 자신의 출연료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에는 유독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 쏟아내는 독설의 강도를 높이면 그것은 명백한 오류다.

 

 

그의 독설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움, 그리고 대중의 공감이 선행되어야 한다. 단순히 상대방의 재력이나 출연료에 관심을 보이고 때때로 용돈을 억지로 전달해주는 것은 김구라의 속물 이미지를 부각시킬 뿐이다. 경제적으로 자신보다 못하고 약한자를 괴롭히고 무시하는 듯한 모습에서 청자들은 불쾌함이나 불편함을 느낀다. 김구라의 독설은 점차 패턴이 일정해지고 있다. 문제는 그 패턴이 결코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의 독설은 무자비한 칼날 같지만 그 상대방을 가리는 칼날이고, 급을 나누는 칼날이다.

 

 

그것은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칼날로서 이제 더 이상 재밌거나 신선하지 않다. 그의 칼날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강자 약자 할 것 없이 똑같은 강도로 칼날을 들이대대 확실히 시청자들의 가려움증을 긁는 이야기를 꺼낼 필요가 있다. 누가 어떤 집안의 아들이고 재력이 얼마나 되는가가 아닌, 실질적인 문제에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독설을 한다지만 기본적인 인간의 예의와 배려를 잃어버리는 한, 그의 독설은 점차 빛을 일어갈 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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