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외국인 전성시대라 할만하다. 예능속에서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을 바라보는 일은 흔한 일이 되고 말았다. 예전에는 추석 특집 프로그램이나 <미녀들의 수다>정도에서 볼 수 있었던 외국인들이 어느새 주류 예능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그 포문을 연 것은 바로 <진짜 사나이>의 샘해밍턴이다. 샘 해밍턴은 익숙치 않은 한국 군대 문화에 적응해 가는 외국인 병사 캐릭터로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익숙치 않은 단어들을 실수하고 적응되지 않은 문화 속에서 우왕좌왕 하는 그의 모습이 웃음을 유발했고 그는 <진짜 사나이> 말고도 다른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며 외국인 예능인 전성시대의 물고를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진짜 사나이>의 샘 해밍턴 캐릭터가 익숙해지고 그도 적응을 해나가자 샘 해밍턴만의 특색을 보여주기 힘들어졌다.

 

 

 


 

이 때, 제작진은 헨리를 투입하여 다시 비슷한 반응을 얻었다. 외국인으로서 적응해 나가는과정이 흥미롭긴 하였지만 그 것은 이미 샘해밍턴을 통해서 한 번 경험해 본 자극이었다. 헨리의 독특한 성격 탓에 신선함을 불어넣는데는 성공했으나 샘 해밍턴 만큼의 열광적인 반응은 없었다.

 

 

 

이는 <진짜 사나이>에서 기대할 수 있는 그림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부대를 가더라도 그들이 겪는 일은 비슷하다. 그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그들이 겪는 고생에 초점이 맞추어 진다. 패턴이 비슷해 질수록 필요한 것은 캐릭터인데 군대라는 상황속에서 특이한 캐릭터를 만들어내기가 쉬운일이 아니다.

 

 

 

결국 <진짜 사나이>는 여군 특집으로 타개책을 마련했고, 여군 특집이 끝난 후 유준상 등 다시 새로운 멤버를 투입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새로 방영될 신병특집에 외국인 멤버가 끼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적절한 외국인을 굳이 찾지 않은 것은 외국인 멤버가 보여줄만한 이야깃거리가 이미 <진짜 사나이> 안에서 모두 소비되었기 때문일 공산이 크다. 한 마디로 <진짜 사나이> 속의 외국인 캐릭터는 ‘소모적인’ 패턴을 반복하고 있기에 그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초반에는 외국인이 신선했지만 ‘군대’라는 상황속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캐릭터에 의외성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외국인의 신선함을 좀더 심화 발전시킨 형태가 바로 <비정상 회담> 이다. <비정상 회담>속에 등장하는 외국인들은 단숨에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는 <비정상 회담> 속에서 할 수 있는 이야깃 거리가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안에서 ‘군인’같은 신분의 제약이 없다. 그저 자기 자신으로서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다. 외국인이 실수하거나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지도 않는다. 처음부터 제작진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한국어 실력’이라고 밝히며 그들을 희화화 시킬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런 까닭에 그들의 캐릭터는 단순히 외국인이라는 범주에 국한되지 않는다. 

 

물론 초반은 출연진들이 외국인이라서 신선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순히 외국인의 신선함이라면 <미녀들의 수다>와도 다를 바 없는 구성이다. 허나 능숙한 한국말을 바탕으로 다양한 주제에 관해 토론하며 외국인의 입장에서 본 다양한 시각들이 흥미로워지자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에게 한국 예능인들처럼 캐릭터를 부과되기 시작했다. 꽉 막힌 터키 유생으로 한국인에 가까운 어휘를 구사하는 에네스라든지 중국과 일본의 묘한 대립각을 형성하는 장위안과 타쿠야의 구도, 독특한 말투를 구사하는 샘 오취리, 똑똑하고 지적인 타일러, 꽃미남 로빈, 까불거리는 줄리안 등 그들 각각이 캐릭터를 가지게 되면서 시청자들의 애정도가 증가한다. 이런 캐릭터는 그들의 실제 성격에 기반한 것이지만 프로그램 속 분위기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비정상 회담>은 <미녀들의 수다>와는 달리, 패널들끼리 서로 ‘소통’을 하게 만듦으로서 좀 더 솔직한 대화가 오고갈 수 있게 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솔직한 대화가 오고가자 의견의 차이가 생기고 서로 반박도 하며 토론식의 분위기가 형성되면서도 캐릭터로 인해 예능의 성격마저 살아있게 됨으로써 프로그램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최근 첫 방송을 시작한 <헬로 이방인> 역시 이런 <비정상 회담>의 이런 장점을 노린 프로그램이다. 셰어 하우스 프로그램 붐을 타고 여기에 외국인을 가담시켰다. 각기 다른 국적의 외국인들끼리 함께 생활하며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호기심에서 이 프로그램은 출발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놓친 것은 차라리 한 공간에서 토론하는 <비정상 회담>이라면 그들의 이야기가 진행이 되지만 서로 함께 생활한다는 콘셉트 하에서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진행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비정상 회담>이 인기가 있는 까닭은 그들이 토론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면서 생겨나는 묘한 캐릭터에 있다.

 

그러나 <헬로 이방인>속 외국인들은 셰어 하우스'라는 콘셉트 하에 굳이 이야기를 해야할 부담감도 없고, 일정한 콘셉트로 캐릭터를 유출해 낼 여지도 적다. 예능 대세라는 강남이 눈에 띄지만 그것은 애초에 독특하고 신선한 캐릭터이기 때문이지 딱히 프로그램이 캐릭터를 잘 뽑아냈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엄밀히 말하면 강남은 반은 한국인이지만 어쨌든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으로서 그가 보여주는 친화력과 예능감은 분명 주목할만하다. 그러나 강남의 이런 예능감은 굳이 <헬로 이방인>이 아니고서라도 <학교 다녀 왔습니다>속에서도 그런 그의 독특한 성격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렇게 예능감이 충만한 외국인이 아니고서야 <헬로 이방인> 속의  출연진들이 갑자기 재미를 뽑아내고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일이 가능할리 없다. 예능에서도 외국인들이 그들만의 캐릭터를 선보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나 혼자산다>의 파비앙 역시, 멋진 외모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으로서 주목받기는 했지만 프로그램 내에서 그가 캐릭터를 보여줄만한 여지가 적다. 남자들이 혼자 사는 장면들은 크게 독특하고 특별할 것이 없다. 외국인 캐릭터라고 해도 그가 완전히 다른 라이프 스타일로 독특하게 살 리가 만무하다. 그런 속에서 그가 ‘외국인’이라고 더 주목을 받을 이유도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외국인을 쓴다고 프로그램에 성공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포맷과 적절한 연출, 그리고 출연진들의 개성이 합해질 때만이 외국인이라는 그들의 출처가 장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갑자기 브라운관에 대거 등장하고 있는 이때에, 그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프로그램들은 결국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신선한 접근과 진지한 고찰로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줄 판을 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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