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의 가장 큰 수혜자중 하나는 주인공이 아닌, 민준국을 연기한 정웅인이었다. 소름끼치는 살인자의 광기를 제대로 표현한 정웅인의 연기력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민준국의 한마디, ‘죽일거다, 죽일거야!’는 유행어로 쓰일 정도로 파급력을 일으켰다.

 

 

 

악역도 어떻게 연기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다. <선덕여왕>의 미실을 연기한 고현정이나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을 연기한 이유리처럼 악역도 잘만하면 주연보다 더 주목받을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다.

 

 

 

 

<너목들>의 제작진이 다시 한 번 뭉친 <피노키오>에도 악역은 존재한다. 그러나 <너목들>의 민준국이 아내를 잃은 슬픔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절대 악’으로 대변되었다면 <피노키오>의 악역들은 그 사연과 이유를 조금 더 섬세하게 설명한다. 송차옥(진경 분)은 기자라는 신분으로 설정되어 그 기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하고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이야깃거리를 택한다. 그 송차옥의 무분별한 태도 때문에 또 다른 악惡이 생겨난다. 그것은 그런 보도로 인해서 가족을 잃어야 했던 기재명(윤균상 분)이다. 똑똑하고 전도유망했던 과거의 자신은 가족의 죽음으로 잃어버리고 무분별한 보도와 거짓 증언으로 처참하게 찢어 발겨진 아버지의 사연을 알아낸 그는 복수심에 불타오른다.

 

 

 

<피노키오>의 가장 큰 장점은 캐릭터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소 분량이 적은 최인하(박신혜 분) 할아버지 역의 최공필(변희봉 분)이나 아버지 최달평(신정근 분) 에게도 각각의 특성을 부여하며 등장하는 순간 눈길이 가게 만드는 재주는 작가의 특장이라 할만하다.

 

 

 

 

주인공인 최달포(이종석 분)이나 최인하가 가장 분량이 많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건을 만들고 그 사건 속에 모두를 끌어 들이는 것 또한 기재명이다. 기재명의 캐릭터를 이렇게까지 발전시켜 나오면서도 모두의 사연을 적절하게 시청자들에게 들려주는 재미는 <피노키오>라는 드라마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결국 자신의 복수를 위해 사람을 죽이게 되는 기재명은 따듯하고 성실한 본래의 모습과 복수심에 불타는 상처받은 영혼을 오가게 된다. 민준국이 악을 행하기 위해 선善을 연기하며 사람들을 속였다면 기재명은 선한 본성을 바탕으로 악의 화신이 되어가는 과정에 방점을 찍는다. 시청자들은 그의 사연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어떤 사연이 있든 살인이라는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지만 그 뒤에 펼쳐진 사연들을 공감하게 만든 스토리는 분명 기재명을 무조건 몰아세울 수 없는 위치에 시청자들을 세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에서 진짜 악역은 기재명이라기 보다는 송차옥이다. 송차옥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무참히 짓밟으면서도 양심의 가책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그것이 남을 해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남들은 그의 행위에 의해 상처받고 피를 흘린다. 시청자들이 기재명 보다는 송차옥에 대한 분노를 느끼게 되는 지점이다.

 

 

 

 

 

 

 

기재명의 ‘사연’이 큰 축이되는 까닭에 시청자들은 기재명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한다. 단순히 연기력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 캐릭터에 애정을 갖게 되는 것이다. 기재명을 연기하는 윤균상은 야누스적인 매력을 보이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큰키와 수려한 외모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그에 대한 호감도는 수직상승했다. <피노키오> 이전까지 눈에 띄지 않던 배우였던 그에게 있어서는 신의 한수라 할만하다.

 

 

 

주인공의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그의 복수와 갈등은 설득력을 더욱 부여받는다. 안타까운 사연이 짙어질수록 그에게 쏟아지는 동정표는 늘어난다. 물론 종국에는 주인공의 칼날로 기재명이 심판을 받아야 하는 시점이 올 것이다. 그런 시점에서 그의 몰락을 바라게 되는 시청자는 없다. 악을 행했지만 악인이 아니라는 설정은 그에게 있어서 시청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가장 큰 요소다. 이는 <피노키오>로 윤균상이라는 배우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할 수 있는 이유다. 그가 앞으로 이 기회를 어떻게 살려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시점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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