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여우주연상이 영화 <한공주>의 천우희로 결정이 났다. 청룡영화상은 35회째를 맞이하여 그동안 대한민국의 대표 영화제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 이면에는 상에 의외성을 주고 심사표를 공개하여 상의 공정성을 획득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국내 영화제의 공신력이나 영향력은 사실상 절대적이라고 할 수 없다. 상을 받으면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헐리우드의 시상식에 비하면 우리나라 시상식은 그 시상식 자체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시상 결과에 대중들이 반감을 가지는 경우도 많고 딱히 여우주연상이나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고 해서 다음 영화의 캐스팅이나 흥행에 엄청난 특혜가 주어지지도 않는다. 굳이 그 상을 받지 않아도 이미 성공한 작품이나 영화인에게 그 수상의 결과가 덤으로 주어지는 느낌이 있을 때도 부지기수다. 그리하여 때때로 단순한 흥행성적만으로 시상 결과가 정해지는 경우에는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대종상’에서 주연상을 수상한 손예진 같은 경우, 연기력과 경력에서 흠잡을 구석은 없었지만 영화 <해적>에서 보여준 연기나 작품이 가지는 의미에 있어서 주연상으로 적절할만큼 대단한 활약을 보였는지는 의문이었다. 영화는 800만을 넘기는 흥행을 했지만 단순히 흥행 성적만으로 결정되는 여우주연상에는 이견이 따른다.

 

 

 

 

 

그러나 사실 손예진 이외의 대안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올해 <명랑>의 최민식이나 <변호인>의 송강호등이 활약하며 남우주연상 수상의 긴장감을 높였다면 여배우의 활약은 손예진을 제외하고는 크게 두드러지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여배우를 위시한 영화의 제작이 활발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청룡은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가능성’을 택했다. 그동안도 의외의 수상 결과로 화제에 수차례 오른바 있었던 청룡은 이번에도 독립영화 <한공주>의 천우희를 수상자로 지목하며 신선한 수상결과를 안겼다. <한공주>는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22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몰이를 했지만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의 <변호인>이 천만 관객을 동원한 것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낮은 수치다.

 

 

 

 

<한공주>는 국내에서보다는 해외에서 인정받았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CGV무비꼴라쥬상·시민평론가상을 시작으로 제13회 마라케시 국제영화제 금별상, 제43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타이거상, 제16회 도빌 아시아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국제비평가상·관객상, 스위스 프리부르 국제영화제 대상, 미국 뉴욕 아시안 영화제, 로스앤젤레스 영화제, 캐나다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이탈리아 지포니영화제, 영국영화협회 특별상, 멕시코 과나후아토 국제영화제, 호주 멜버른 국제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 실적을 내며 화제 몰이를 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영평상이나 올해의 여성영화인 상 연기상등을 수상했지만 메이저급의 시상식에서 주연상으로 이름이 불릴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천우희는 그동안 영화 <마더> <써니> <우아한 거짓말> <카트>등에 출연했지만 신인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할 만큼 존재감을 증명한 적이 없었다. <써니>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긴 했지만 분량이 문제였다. <한공주> 전 까지 천우희는 조연도 아닌 단역에 불과했다.

 

 

 

그러나 <한공주>의 천우희는 달랐다. 독립영화라는 한계를 뛰어넘고 천우희의 연기력은 빛이 났다. 복잡한 과거를 가진 여고생의 미묘한 심리를 제대로 포착해 내며 천우희의 가능성을 증명해 냈다. 그러나 신인상 후보에도 못오른 천우희가 단번에 청룡의 여주인공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청룡은 과감하게 천우희에게 상을 안기며 고개를 끄덕이는 수상결과를 만들어 냈다. 단순히 흥행성이나 스타성, 또는 그동안의 실적에 국한되지 않고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자 독립영화로도 메이져 시상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희망마저 심어주었다.

 

 

 

심사위원들도 인간인 까닭에 수상결과는 언제나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허나 <청룡 영화상>은 심사표를 공개하면서 공정성 논란을 최소화 시키려 노력했다. 최민식과 송강호가 박빙의 승부를 펼친 남우주연상과는 달리 천우희는 모든 심사위원들의 몰표를 받았다. 네티즌의 선택은 손예진이었지만 천우희는 이번 년도의 이견없는 여우주연상 감이었다. 이 여우주연상을 계기로 천우희라는 배우를 발견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제 천우희는 단순히 단역이나 조연이 아닌, 주연급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앞으로 천우희가 어떤 식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펼쳐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순간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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