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가요대상이 초미의 관심사인 시절이 있었다.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음반을 판매하고 가장 강력한 인기를 끌었던 가수들에게 수여되는 가요대상은 큰 의미가 있었다. 방송 삼사의 가요대상을 누가 많이 수상하느냐 하는 것이 인기의 척도로 불리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연말 가요대상은 의미가 없다. 가요대전과 가요대축제라는 이름으로 연말 가요 시상식이 열리고는 있지만 그 의미가 예전과 동일하지 못하다. 이와는 별도로 ‘서울 가요대상’이라는 시상식도 준비되어 있지만 이마저도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가장 큰 이유는 가수들에 대한 팬덤의 변화에 있다. 이제 더 이상 국민가수는 없다. 아이돌위주의 가요계는 10대 위주로 돌아가고 그마저도 전 10대의 관심을 끄는 이벤트가 되지 못하고 팬덤에 국한된 인기로 제한된 관심사에 불과하다.

 

 

 

그런 아이돌의 흐름을 바꾼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요 프로그램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이다. 2011년 등장한 <나는 가수다>는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가수들이 출연해 경연을 펼친다는 것만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고 <히든싱어>는 특색과 개성, 그리고 연륜까지 있는 가수들을 초대해 그들의 과거 노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음원 역주행은 덤이었다. 예전에는 그런 예능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제대로 힘을 발휘할 만큼 가요계의 파이는 좀 더 넓었고 다양했다. 아무리 CD가 힘을 잃고 음원 순위가 인기의 척도가 되었다지만 현재의 가요계는 귀에 익은 노래와 마케팅, 그리고 팬덤의 삼박자가 고루 맞지 않으면 음원 1위는 이벤트 성으로 끝날 때가 많다. 오랫동안 귀에 머무는 음악이 아니라 몇 번 듣고 버릴 수 있는 음악이 대세인 것이다. 그래서 아이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가요계는 그 중심으로 돌아간다.

 

 

 

아이돌이 꼭 문제는 아니다. 포화상태인 아이돌 시장에 다양한 콘셉트와 개성으로 뭉친 아이돌들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그 아이돌들이 다시 분리되어 유닛이나 솔로로 나와 활동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라는 느낌이 강하다. 예전 HOT나 젝스키스가 경쟁자인 시절 그들에게 쏟아진 관심에는 비할 수 없다.

 

 

 

 

엑소가 음반을 70만장이나 파는 기염을 토했지만 그것은 대중의 힘은 아니었다. 그들은 오히려 음원순위에서는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그들의 마케팅은 주효했지만 모든 대중들을 만족시키는 아이돌의 출연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요제가 힘을 얻기란 쉽지 않은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 가요제는 실망스럽다. 단순히 아이돌을 불러서 무대를 채우면 그 뿐이라는 식으로 진행되고 수상결과에 대한 고민은 없다. 방송사고는 당연하고 논란은 그런 실수로부터 생긴다.

 

 

 

반면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이하 토토가)’는 연말 가요제에 굴욕을 선사할만큼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방청석 신청이 쇄도하고 가수들에 대한 관심이 살아났다. 물론 이는 <무한도전> 자체 브랜드의 힘이기도 하다. 그동안 꾸준히 시청자들과 소통해 온 <무한도전>에 갖는 애정에 기반한 것이기도 하지만 토토가 자체의 기획력 역시 가요제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일단 토토가는 성공적인 이야깃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가수들이 노래방 점수 90점을 넘어야 출연할 수 있다는 설정부터 이미 해체했거나 모이기 힘든 그룹들을 찾아가 그들을 모으려는 시도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과연 어떤 라인업이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게 하는 시청 포인트가 형성된다. 그리고 그들의 노래는 양념으로 곁들여지면서 맛깔스럽다. 정식 가요제는 아니지만 그 이야기만으로도 시청자들이 관심은 폭발한다. 또한 ‘90년대’라는 특정 콘셉트를 이용,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90년대가 잘 팔리는 이유는 바로 이 추억의 힘에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나 <응답하라 1994> 시리즈가 성공한 이유 역시, 이 추억의 힘과 무관하지 않다. 그 때 그 시절에 들었던 음악, 인기 있었던 가수들, 그리고 다양한 무대는 이제 추억속에만 존재한다. 추억속에 있는 이야기는 과장되기 마련이다. 실제보다 더 대단하고 운치있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과거의 추억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과연 누가 나올 것인가에 관한 호기심에 더불어 90년대라는 특별한 콘셉트를 통해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애정을 동시에 잡은 기획인 것이다. 그러나 연말 가요제는 여전히 안일하다. 전혀 색다른 시도도 없고 주목할만한 무대도 없다. 단순히 가요계가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아니다. 대중이 원하고 바라는 무대에 대한 고민 없이, 그 해 인기있었던 아이돌로 점철된 가요제는 외려 지루하다. 과연 가요계를 살리기 위한 가요제인지 단순히 연말이라 진행되는 가요제인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그런 안일함은 방송사고로까지 이어졌다.

 

 

 

예전에야 가수들의 출연만으로도 빛을 발하는 가요제의 그림이 나왔지만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변화된 환경속에서 변화된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하면 가요제의 의미는 없다. 비슷한 레파토리와 비슷한 출연진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데는 한계가 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90년대 만큼도 못한 가요계의 현실도 씁쓸하지만 2014년의 초라한 가요대전이 아쉬운 것은 꼭 그것 때문이 아니다. 예능에 밀린 가요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가요 프로그램의 존속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것은 2014년을 살면서도 여전히 90년대에 머무른 안일한 가요 프로그램의 형태 때문일지도 모른다. 90년대를 불러오면서도 현재의 추억과 향수, 그리고 가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무한도전>이 더 빛을 발하는 이유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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