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의 새예능 <투명인간>이 제작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드라마 <미생> 열풍이 있었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현실적으로 조명하여 호평을 받은 <미생>의 성공은 결국 예능의 제작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었다. <투명인간>의 콘셉트는  바쁜 업무에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회사에 몸담고 있는 직장인들을 강호동, 하하, 김범수, 정태호, 강남, 박성진 등 6명의 연예인과 일일게스트가 찾아가 투명인간 놀이를 펼치며 일터를 놀이터로 만드는 것이다.

 

 

 

<투명인간>에 대한 홍보가 이뤄질 때는 ‘이시대의 미생을 위로한다’는 식의 카피가 상당히 많이 이용되었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이해하고 그들의 일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콘셉트를 강조한 것이다.

 

 

 

 

첫 회 게스트가 하지원이라는 점 또한 중요 홍보요소였다. 예능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여배우가 예능 속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투명인간>은 <미생>을 이용만 하고 전혀 그 내용을 담지 못한 결과를 보였다. 일단 콘셉트가 불분명하다. <투명인간>에 출연한 한 직장인의 ‘생각보다 준비가 안 되신 것 같다’는 말처럼 <투명인간> 첫 회는 한마디로 산만하고 정신이 없었다.

 

 

 

하지원을 비롯한 출연진들은 모두 직장인들에게 달려들어 웃음을 전달하기 위해 애썼지만 그 웃음에 동감이 가기는 힘들었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장인들을 붙잡고 몸개그를 하거나 썰렁한 개그를 던지는 모습이 전반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보다는 그저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방해하는 것 같은 모양새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뚜렷한 콘셉트도 목적도 이 프로그램에는 없었다. 단순히 직장을 배경으로 했다는 특징말고는 기존의 예능에서 오히려 퇴보한 모습을 보이며 결국 웃음을 창출하는데 실패했다. 단순히 첫 회라는 핸디캡 때문이 아니었다. 프로그램 전반적으로 발전할만한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미생>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기에는 직장인에 대한 애환도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고 그렇다고 뭔가 다른 예능이라고 박수쳐주기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첫 회부터 점점 발전할 모습을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콘셉트를 그대로 진행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직장’이라는 콘셉트를 잡았기 때문에 직장에서 할 수 있는 일로 그림이 한정된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할 수 있는 예능이란 생각보다 많지가 않다.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붙잡고 대체 무슨 이야기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그 이야기 자체를 심도 있게 다루자면 웃음이 죽고 웃음을 살리자면 스토리가 없다. 그런 핸디캡을 무릅쓰고 굳이 ‘미생’ 열풍에 힘입어 ‘직장 예능’이라는 콘셉트를 만든 것 자체가 조금은 의아하다.

 

 

 

<투명인간>의 결정적인 문제점은 단순히 게스트나 출연진, 강호동이라는 예능인들에 기데어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갔다는 거이다. <투명인간>의 콘셉트를 통해 새로운 캐릭터가 발견되고 어떤 흥미가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강호동을 비롯한 출연진들이 얼마나 자신의 예능감을 잘 발휘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이 살고 죽는다. 그러나 그들도 어떤 특정한 콘셉트 아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을 때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지 단순히 직장에 끌고가서 직장인들에게 웃음을 전달하라는 미션을 준다고 그들이 큰 활약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예능은 어떤 예능인이 등장하느냐 보다는 어떤 콘셉트가 먹히느냐가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물론 특정 콘셉트에 우연히 수퍼스타급으로 성장하는 예능인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 스타성을 이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KBS는 그동안 수많은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따라했다는 의혹을 받는 예능을 출범시켜왔다. 따라하기 예능이 때때로 성공을 거두기는 했지만<미생>을 따라한 예능은 첫 회만 봤을 때는 무리수에 가깝다. 과연 이 무리수를 극복하고 <투명인간>의 존재감이 뚜렷해 질 수 있을까. 잘못하다가는 예능계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뚜렷한 시청 포인트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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