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킬미 힐미(이하 <킬미>)>와 <지킬 하이드 나(이하 <지킬>)>의 경쟁 구도는 드라마 방영 전부터 숱한 화제를 몰고 왔다. 두 드라마는 모두 남자 주인공의 다중 인격을 소재로 한데다가 동시간대 방영을 결정지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킬미>는 <지킬>의 남자 주인공인 현빈이 거절한 작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킬미>의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거절한 남자 배우들이 다행이다 느껴질 만큼 지성은 완벽하게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킬미>의 남자주인공인 차도현은 무려 7개의 인격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웬만한 배우가 소화하기 부담스러울만한 설정이다. 7개의 인격은 각각의 특징이 뚜렷하고 이를 한 드라마에서 다른 느낌으로 표현하기란 녹록치 않다. 일단 가장 분량이 많은 본래 인격 차도현과 거칠고 충동적인 성향이 강한 신세기라는 인격의 표현자체가 정 반대의 성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예상범위지만 사투리를 사용하는 폭탄전문가,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고등학생, 심지어 여자아이의 인격까지 두루 표현해야 하는 부담감은 캐릭터 하나에 집중하기도 어려운 드라마 환경에서 결코 쉽지 않은 선택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지성은 놀라울만한 연기력으로 모든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성의 변화무쌍한 연기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킬미>의 드라마적인 매력은 배가된다. 항간에서는 '미친연기'라고 평가될 정도다. 스토리 라인도 기대 이상으로 매끄럽다. 인격이 변하는 포인트를 제대로 잡아내며 시청자들에게 다소 어려울만한 7개의 인격에 대한 설명을 쉽게 만드는 동시에 서로 다른 인격들이 자아내는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연결시킨다. 결말은 다소 예상 가능하지만 그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예상할 수 없는 지점은 <킬미>에 계속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포인트로 이런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로맨틱 코미디의 또다른 성공사례로 남을 수 있을 정도다.

 

 

 

이에 비하면 <지킬>은 상당히 뻔한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일단 까칠남과 순수남의 구도는 다중인격이라는 소재에서부터 어느정도 예상 가능한 범주다. <지킬>은 이 예상 범주를 한치도 뛰어넘지 못하는 1회를 만들었다. 그 범주에 있다 하더라도 특유의 분위기나 통통튀는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을 잡아 놓을 수 있는 마력을 선보일 수도 있었을 테지만 <지킬>은 그 부분에서 결정적인 오류를 범한다.

 

 

 

일단 현빈의 캐릭터는 <시크릿 가든>에서 보여주었던 까칠한 재벌 2세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의 인격이 변하는 지점도 <킬미>까지 갈 것도 없이 <시크릿 가든>에서 영혼이 바뀌는 설정에 비해서도 충격적이지 못하다. 게다가 뜬금없는 고릴라의 등장은 캐릭터 설명이 이어져야하는 부분에서 오히려 방해 요소로 등장했다. 여자 주인공은 착하고 순수하지만 할말 다 하고 당찬 기존 캐릭터의 전형이다. 도대체 뭘 믿고 그렇게 당당한지 알 수는 없지만 재벌남에게도 상관없이 대드는 장면은 ‘내게 이런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하는 진부한 설정을 떠올리게 하는 지점이다.

 

 

 

<킬미힐미>의 황정음은 정신과 의사로 설정되어 주인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역할로 설정이 되었다. 처음부터 재벌이라는 설정보다는 ‘다중인격’에 초점을 맞추어 만남을 진행시킨 것도 주목할만한 지점이다. 정신과 의사인 까닭에 남자 주인공과의 조우는 설득력을 가지고 그의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서로의 만남이 이어지는 지점은 남자 주인공이 ‘재벌’이라는 설정에도 불구, 그들의 만남을 뻔하게 만들지 않는 부분이다. 이는 다중인격을 단순히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 주인공과의 접점을 만드는 도구로 사용한 신의 한수다. 여자 주인공이 뻔하고 착한 캔디가 아니라 실질적인 ‘역할’ 이 주어졌다는 점은 <킬미>가 가진 캐릭터를 더욱 부각시켜준다.

 

 

 

1회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섣부를지 모르나 그만큼 <지킬>은 현빈-한지민이라는 톱스타를 이용하고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전개를 보이지 못했다. 결말을 뻔할지 몰라도 그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뻔해서는 안된다. 그들에게 기대한 것 이상은커녕 그들이 그동안 보였던 숱한 캐릭터의 전형에 1회만 봐도 모든 내용이 설명되는 이야기 구조는 전혀 매력적이지가 못하다.

 

 

 

과연 1회의 악평을 뛰어넘고 <지킬>이 선방하는 것이 가능할까. 일단 연기와 스토리 면에서 <킬미>에게 곁을 내어준 <지킬>이 톱스타 파워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전개를 뻔하게 이끌지 않는 기지가 필요하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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