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출발했던 예능들이 줄줄히 폐지수순을 밟고 있다. 강호동이 출격했던 <투명인간>은 단 3개월 만에 폐지가 결정되었다. 잇따른 프로그램 폐지에 ‘강호동 위기설’이 대두되었다. 강호동이 위기인지 아닌지에 관한 설왕설래가 오갔지만 분명한 것은, 강호동이라는 걸출한 예능인에 대한 평가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룸메이트>역시 시즌 2를 기획하고 시간대를 변경했지만 결국 1년만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되었다. <룸메이트>는 이국주, 조세호, 서강준, 나나, 박준형 등 인지도 있는 예능인과 주목받는 스타들을 투입하여 화제성을 끌어 올리려 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시즌3가 논의중”이라는 제작진의 발표가 있었지만 시청률이 좋지 않았던 만큼 시즌3의 제작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결국 많은 대세 예능인들을 데리고도 프로그램은 사장되는 수순을 밟았다.

 

 

 

이렇게 폐지되는 예능을 살펴보면 묘한 공통점이 있다. 그 예능들 속에서는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다.

 

 

 

있는 것…화려한 게스트

 

 

 

 

<투명인간>은 강호동이라는 스타 진행자가 출연한 것을 비롯하여 게스트의 면면도 화려했다. 첫회에는 예능에 잘 등장하지 않는 톱배우 하지원이 게스트로 등장했고 2회 때는 연민정으로 주가 상종가를 친 이유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시청률은 크게 반등을 일으키지 못했다. 계속해서 스타들이 등장했지만 포맷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느낀 제작진들은 포맷을 두 차례나 변경했지만 <투명인간>을 살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제작진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프로그램은 폐지가 확정되었다.

 

 

 

<룸메이트> 역시 대세 연예인들을 한데 몰아넣고 ‘셰어 하우스’ 콘셉트로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결국 저조한 시청률에 허덕였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룸메이트>가 선택한 것이 바로 화려한 게스트였다. 매회 스타급 게스트들이 셰어하우스를 방문했지만 오히려 콘셉트는 모호해지고 말았다. 나중에는 ‘셰어 하우스’ 예능 이라기 보다는 그냥 토크쇼에 가깝지 않느냐는 비판까지 들어야 했다.

 

 

 

없는 것…정체성과 캐릭터.

 

 

 

 

이렇게 ‘시청률’만을 위시한 채, 중구난방으로 포맷이 변경되고 게스트들의 활약으로만 명맥을 이어가려 하면서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사라졌다. <투명인간>은 처음부터 회사에서 회사원들을 웃긴다는 콘셉트가 너무 억지스러웠고, 나중에는 <무한도전>의 극한 알바와 비슷한 수순으로 직업체험을 한다는 콘셉트를 몰고 갔지만 오히려 웃음 포인트는 줄어들었다.

 

 

 

이렇게 뚜렷하게 확립되지 않은 정체성 안에서 구성원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하고서로에 대한 합을 맞추는 과정이 생길 리 없었다. 결국 톱스타들이 총 출동했지만 이 두 예능 속에는 뚜렷한 캐릭터가 없었다. 오히려 강호동이나 이국주등의 기존 캐릭터를 이용하고 소모하는 일만이 반복되었다. 이미 알려진 그들의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리 없었다. 어떠한 콘셉트로 인해 새로운 캐릭터가 창출되고 구성원들간의 관계에 대한 공감이 생기지 못하면 최근 예능의 트렌드에서 성공하기는 힘들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슈퍼맨>)>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도 관찰 카메라라는 형식 아래 진정한 부모 자식간의 모습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카메라에 대한 인식이 없는 아이들이 빚어내는 진솔한 모습이 성공을 이끌었다. 그러나 <슈퍼맨> 역시 추사랑이나 삼둥이 등의 캐릭터가 부재했다면 성공을 담보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육아예능의 대세를 타고 운이 좋게 캐릭터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 성공요인이다.

 

 

 

그러나 <투명인간>이나 <룸메이트>는 이런 운조차 기대할 수 없는 포맷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최소한 <슈퍼맨>의 예능에는 ‘육아’와 ‘가족’이라는 확고한 콘셉트가 존재했다. 그러나 이미 카메라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어른들이 일주일에 잠깐씩 만나서 펼치는 이야기는 진솔하지도, 흥미롭지도 않았다.

 

 

 

최근 가장 히트작이었던 예능 <삼시세끼>역시 출연진들을 어떤 상황에 가둬놓고 ‘요리’라는 명확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그려나갔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룸메이트>나 <투명인간>은 명확한 방향성이 없는 와중에 그들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 내야 하는 부담감만이 존재했다. 그들은 그 안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결국 기존의 캐릭터만 소비하다 끝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예능이 항상 성공적일 수는 없다. 그러나 실패한 예능에서도 실패한 원인과 교훈을 배울 수 없다면, 앞으로도 성공이라는 두 글자는 요원한 일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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