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문>)>은 처음부터 블랙 코미디를 내세우며 독특한 분위기로 시선몰이에 성공했다. 연기자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더불어서 인간관계를 단순하게 선악구도나 갑을관계로 나누지 않고 그 관계의 전복과 속물근성을 제대로 꼬집어 내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후반부로 향해 갈수록 <풍문>이 가진 힘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것은 캐릭터에 공감가기 힘든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풍문>이 초반에 그렇게 재미있을 수 있었던 것은, 한정호(유준상 분)과 최연희(유호정 분)로 대표되는 절대 갑의 세계를 뻔하게 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갑도 갑대로의 사정이 있고 그들 역시 인간적인 속물일 뿐이라는 묘사는 그동안 절대 갑을 절대 악과 동일 선상에 놓은 드라마들과는 명백히 차별화 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절대갑에 대항하는 을들의 반란에 초점이 맞춰지며 이야기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삐걱대는 이야기의 시발점은 한정호와 지영라(백지연 분)의 러브라인이었다. 지영라의 유혹에 넘어간 한정호의 이야기가 잘 나가던 드라마에 갑자기 등장한 불륜코드로 신선함보다는 식상한 설정에 가까웠다는 지점은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다. 그래도 이후 긴장감을 불어넣고 이야기의 전개를 비틀려는 의도만큼은 인정해 줄만 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점은 이후에 생겼다. 한정호의 아들은 한인상(이준 분)과 그이 며느리인 서봄(고아성 분)의 반란에 공감이 가기 힘들다는 점이다. 물론 이 드라마는 평범하지 않고, 그래서 호응을 얻었다. 드라마의 주제 역시 정의로운 ‘척’ 하는 갑과 그에 반항하는 을들의 모습 속에서 보이는 이율 배반적인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 속에서 을들은 갑이 제공하는 혜택은 모두 누리고 싶어 하면서도 갑의 부당함에 반기를 들려고 한다. 그러나 그 모습이 너무 딱딱하고 삭막하게 그려진다는 점이 문제다. 그런 이율배반적인 모습 속에서 코믹함과 개연성을 모두 잡았던 처음 과는 달리, 이제는 아예 대놓고 결탁하는 을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다.

 

 

 

 

아무리 부당하다 하더라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환경, 혹은 월급을 받는 직장에서 쉽게 그 부당함을 주장하고 그 최고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을 공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그 공격의 주체가 이제까지 모든 혜택을 입고 또 집에서 쫒겨나지는 않을까 걱정까지 하는 그 집안의 자제라는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납득하기 힘든 지점이다.

 

 

 

정의로우려면 정의를 주장하는 만큼의 행동력이 있거나, 편안한 삶을 지향하려거든 그 정의로움을 어느정도는 꺾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물론 부당함에 대항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누릴 것은 다 누리면서 자신에게 그런 훌륭한 환경을 제공한 당사자에게 반기를 들고 공격을 감행한다는 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갑의 횡포인가. 아니면 그 횡포를 응징하려는 을의 반란인가.  그러나 을의 반란은 전혀 통쾌하지도, 공감가지도 않는다. 그 이유는 그들의 행동 역시 갑이 제공하는 편안하고 호화로운 생활에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 집안의 자제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언감생심 꿈꿀 수도 없는 반란인 것이다. 한마디로 ‘믿을 구석’이 있기 때문에 행해지는 반란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아니, 꼭 아름다워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 이야기 자체가 불편하게 다가온다. 그들의 행동이 잘못되어서라기 보다는 그들이 그렇게 행동할만한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풍문>은 을들을 무조건 옹호하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그래도 <풍문>이 재미있을 수 있었던 것은 현실적인 상황 설정과 등장인물들의 행동 양상 때문이었다. 그들은 갑의 위치를 이용하고 싶어하면서도 자존심은 채우고 싶어했고, 그런 이중적인 마음은 바로 우리 안의 치부를 들키는 것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묘한 쾌감을 선사했다.

 

 

 

그러나 누릴 것을 다 누리고 산 한인상과 권력의 맛에 심취해 가고 있는 서봄이 그들에게 반기를 드는 주체가 된다는 설정은 쉽게 공감하기 힘든 비현실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불륜코드와 유부남을 꼬시는 친구인 장현수(정유진 분), 그리고 장현수를 위해 서봄과 한인상을 이혼시킬 계획을 세우는 지영라의 모습은 베베꼬인 막장 공식으로 흐르는 느낌만 다분했다.

 

 

 

이런 상황속에서 어느새 코미디는 사라졌고 어둡고 음습한 블랙의 향기만 가득 남았다. 블랙 코미디는 어두운 느낌 속에서도 한 방의 웃음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초반의 <풍문>이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이제 <풍문>속에서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등장인물의 행동 양상과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인관관계 뿐이다.

 

 

 

이것이 정말 초반의 <풍문>의 기획 의도였을까. 갑과 을의 관계의 전복속에서 공감을 이끌어 낸 초반의 스토리에 비해서 지금의 <풍문>에는 공감가는 상황 설정이 사라지고 있다. 그 공감대를 다시금 이끌어 내는 것이 <풍문>후반부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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